Keynotes

[인터뷰] 코드 이인호 이사

코드가 추구하는 개방, 공유, 다양성, 참여의 가치, 바로 우리 헌법의 가치와 동일합니다.

코드 매니저 김수향 2021년 07월 15일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이인호입니다.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헌법, 정보법, 언론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20년 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그 전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연구원, 연구관보로 일했습니다.
저는 현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고, 국가 인권 위원회 행정심판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고, 물론 사단법인 코드 이사이기도 합니다.

이사님께서는 코드가 어떤 가치를 추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헌법 21조의 '표현의 자유'가 지향하는 목표가 지식과 정보의 자유로운 생산, 표현이고 또 사회 곳곳에 다양한 사상과 생각이 전달되게 하는 것입니다. 코드가 추구하는 가치는 개방, 공유, 다양성, 참여인데요, 저는 이 네 가지의 가치가 바로 우리 헌법의 가치와 동일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코드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코드의 가치가 얼마나 공유되어 있는가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이 많이 있죠. 표현을 억제하는 법들도 꽤 있어요. 법 중에는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공유를 촉진하고자 하는 법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법률도 가끔 생깁니다. 하지만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는 다양한 의견이 공유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개방과 공유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

먼저, 그것이 민주사회로서의 기본 자질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사상과 생각이 널리 공유되지 않으면 폐쇄되고 정체된 사회가 됩니다. 다양한 의견 교환이 민주사회의 가장 기본입니다. 말을 못하게 하거나 정보를 누군가가 독점한다면 사회는 정체되고 민주사회로서의 기본 자질을 잃게 되는 거죠. 우리 사회가 경화되지 않고 민주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마련해 주는 가치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라서 그렇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갖는 기능은 서로 다른 생각과 사상이 경쟁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정보 중에는 거짓정보와 같이 사회에 해악을 주는 정보가 있을 수 있는데 헌법 21조가 추구하는 것은 처음에 약간 해악이 있는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정부가 먼저 나서서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보다 많은 표현을 나누며 서로 해악이 있는 표현과 가치가 있는 표현이 서로 경쟁을 통해 해악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드가 해야 할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사회에는 코드가 표방하는 가치를 훼손하는 법률들이 있습니다. 코드가 그러한 법률을 사회에 고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에 정보공개청구제도가 있는데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정보공개청구제도는 국가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일반 시민에게 개방하고 공유하자는 것인데, 목적은 국가기관의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정보공개제도에는 비공개사유(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사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비공개사유가 조금 불분명합니다. 정부가 비공개사유를 근거로 쉽게 정보 공개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이를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공익차원의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공부를 좋아하시나요?

제가 교수가 되고 20년 동안 헌법, 정보법, 언론법도 가르쳤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제가 헌법을 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헌법을 새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30년간 쏟아낸 많은 법리들이 있는데 헌법에서 아직 해명되지 않은 법리들이 많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게 더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보면서 정리하고 글로 옮기는 것입니다. 제가 정리한 것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함께 대화하는 게 저의 가장 큰 기쁨입니다.

헌법을 공부하게 되는 특별한 재미가 있나요?

법은 '우리 사회에서 각자의 몫을 합리적으로 정당하게 배분하는가'를 판단하는 행위의 준칙입니다. 추상적인 배분 기준을 정해 놓는데 가끔은 그 배분 기준이 타당하지 않을 수도 있고,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에 반할 수도 있습니다. 헌법은 합리적인 배분 기준이 설정됐는지 평가하는 메타 룰입니다. 헌법을 공부하는 재미는 다수가 형성한 룰이 헌법적 가치에 맞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입니다. 정답이 있는 건 아닙니다만, 헌법적 가치를 가지고 평가를 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무엇이 타당한 기준일까 고민하는 것은 어려운데 어렵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배우는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학생들이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저에게 도움이 됩니다. 사실 토론 수업을 많이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수업 진도를 나가야하기 때문에 여전히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수업 도중 학생들에게 최대한 질문을 많이 던지려고 합니다.

법을 하는 사람은 세상을 넓게 못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법대를 4년 다니다보면 시각이 좁아집니다. 예전에는 법학만 공부하다가 경제, 경영, 과학기술 등 다른 분야는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로스쿨의 존재 이유는 다양한 배경과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로스쿨 들어와서 법을 공부하고 다시 다양한 분야로 퍼져 나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회 전체적으로 법을 기준으로 한 하나의 질서가 형성된다고 봅니다. 이러한 로스쿨의 취지는 옳다고 보는데 변호사 시험에서 합격자 수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일정 인원 수 이상은 떨어뜨리기 때문에 경쟁을 심화시킵니다. 변호사 시험제도가 로스쿨이 만들어진 애초의 취지와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변호사 시장을 자꾸 좁히려고 하다보니 '개방'이 안 되어있다고 볼 수 있죠.

노소라 이사님의 질문입니다. 가짜뉴스에 대해서 한국의 인터넷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게시글, 댓글 달릴 때 표현의 자유가 있는 공간을 좀더 획기적으로 만들어보자는 게 기본 취지입니다.

한편에서는 표현의 자유의 신장, 다른 한편에서는 이용자 보호라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 인터넷이 신뢰할 수 있는 표현의 공간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제가 속한 정책위원회는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명예훼손을 당했다', '사생활 침해를 당했다'고 권리 침해를 주장하며 특정 댓글이나 게시글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이 있을 경우 인터넷 기업들이 그런 글을 삭제하는 게 좋은지,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내버려두는 게 좋을지 고민을 할 때 필요한 기준을 정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에 가짜뉴스가 핫이슈입니다. 제가 기업을 대변할 수 없지만 제가 이해하는 인터넷 기업들의 입장은 그들이 사적인 검열기관이 되길 원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해악이 있는 표현이 있다고 해서 검열기관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을 원치 않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다양한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들이 나오는데 인터넷 기업이나 정책위원회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허위주장인 것 같은 뉴스가 나올 때 또다른 진짜 뉴스가 나와서 경쟁해야 합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하는 것은 시민사회가 하는 것이고 각 개인 이용자에게 맡겨야 합니다. 중간에 정부가, 혹은 정책위원회가 나서서 가짜인지 진짜인지 거르는 작업을 한다면 그때부터는 인터넷이 자유의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위원회 규정에 어떤 부분은 삭제를 해야한다는 기준이 있는데, 일반적인 가짜뉴스가 아니고 언론보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가짜뉴스입니다. 게시글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신문의 보도인 것처럼 쓰인 것은 해악이 그 자체로 분명하기 때문에 걸러내자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그 외 게시글 하나하나를 검열하듯이 볼 수는 없습니다. 정부가 나서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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