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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 고도화와 모두를 위한 오픈데이터 활동 소개

2021 커먼즈어워드 참여 부문 수상자 '박지환 변호사'

박지환 2022년 02월 18일

2022년 1월 18일 제2회 커먼즈어워드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커먼즈어워드는 열림, 다양성, 참여라는 커먼즈의 가치를 실천하는 혁신가에게 사단법인 코드가 감사의 표시로 드리는 상입니다.
이 글은 2021 커먼즈어워드 '참여' 부문 수상자 박지환 변호사의 활동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세계 최초로 연남동에 법률사무소를 개소하고 변호사 본업보다 커뮤니티 활동에 진심인 박지환 변호사입니다. 사단법인 코드에서 과분한 상을 주셔서 그간 시민과 함께 호흡해온 여러 활동들을 긴 호흡으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의 활동은 크게 시민참여 고도화와 모두를 위한 오픈데이터 운동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의견 청취를 넘어서는 제대로 된 시민참여를 담보하는 정책 활동과 시민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고하고 정책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공익데이터 활동이 그것입니다.

시민에게 제대로된 권한을 : OGP와 KIGA 활동

(1) 열린정부파트너십(Open Government Partnership)

열린정부파트너십(이하 OGP)은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을 주축으로 열린정부 실현을 위해 2011년에 결성된 국제적 협의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78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있으며 우리나라는 의장국으로서 2021년 글로벌 서밋을 개최하기도 하였습니다. OGP는 시민사회와 정부가 공동으로 3년 단위의 정책 공약(commitment)을 생산 및 실행합니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 독립적 조사 메커니즘(Independent Research Mechanism)을 통해 공약 수립과 시행 과정을 검토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저는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OGP에 참여하여 정부와 시민사회 간 논의를 돕는 민간 간사로서 활동해왔습니다.

시민사회와 정부가 정책을 함께 만들고 함께 시행한다는 방법론이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는 OGP 결성 초기에 합류했지만 OGP의 방법론이 자리잡는데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우선 모든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구조이지만 행정안전부 훈령을 기반으로 운영되다 2021년에 이르러서야 국무총리 훈령으로 열린정부위원회가 확대 개편되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우리나라의 OGP 공약은 시민사회의 주요 의제보다는 이미 확립된 정부의 주요 의제로 주로 채워졌습니다. 앞으로 OGP 공약의 수립과 이행에 시민사회의 역할과 권한이 보다 확대되어야 하며, OGP가 시민참여형 정책의사결정의 주된 플랫폼으로 기능하길 희망합니다.

(2)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

OGP가 열린정부와 그 전제가 되는 정책 분야를 넓게 다루고 있다면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이하 KIGA)는 인터넷주소자원 정책과 관련 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문제 의식과 방법론은 유사합니다. KIGA는 시민사회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정책을 논의하면서 시민 참여를 고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KIGA의 인터넷주소자원 분과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터넷주소자원에관한법률(이하 인터넷주소법) 개정을 위한 TF를 이끌었습니다. TF에서는 인터넷주소법을 여러 이해당사자가 의사결정에 고루 참여하는 이른바 멀티스테이크홀더(multi-stakeholder) 모델에 맞게 개정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여러 번의 법안 발의와 폐기를 거듭하다 드디어 2022년 1월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됩니다. 법 개정 소식을 전해 듣고 오랜 노력이 보상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함께 노력해주신 KIGA 구성원과 관계자 분들에게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 말씀드립니다.

인터넷주소법의 사례와 같이 법령을 통해 시민참여형 정책의사결정 과정을 제도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제도화만큼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제도에 참여하는 참여자입니다. 단순히 법령을 개정하는 것으로는 시민참여형 정책의사결정 과정을 고도화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KIGA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분야의 구성원들이 적극적인 참여와 신뢰를 바탕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해 왔고,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어 자연스럽게 법령 개정도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여러 이해당사자 간 신뢰와 협업의 경험,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령이 함께 기능할 때에 비로소 진정한 멀티스테이크홀더 모델이 구현 가능할 것입니다.

<인터넷주소자원법 개정안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현행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으로 인터넷주소정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라 함)를 두어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정책 등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으며, 민간위원으로는 정보통신관련 기업의 임원 또는 정보통신관련 단체의 대표자를 위촉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그런데 정책 심의에 참여할 수 있는 민간위원이 제한적이어서 정보통신관련 기업의 임직원, 비영리민간단체의 구성원 등이 참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으며, 심의위원회가 단순 심의기능에만 머무르고 있어 민간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기 어려움.
또한, 인터넷주소자원의 개발ㆍ이용 촉진 및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므로, 한국인터넷정보센터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음.
이에 심의위원회를 인터넷주소정책위원회로 그 이름을 변경하여 정책 관련 심의ㆍ의결을 하도록 하고, 정보통신관련 기업의 임직원, 비영리민간단체에 소속된 자 등 다양한 사람이 인터넷주소정책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한국인터넷진흥원에 한국인터넷정보센터를 설치하려는 것임(안 제5조, 제6조 및 제9조의2 신설).

데이터를 시민의 곁으로 : ODF와 공익데이터 활동

(1) 오픈데이터포럼(ODF)

오픈데이터포럼에서도 오랜 기간 민간 간사로서 활동하였습니다. 오픈데이터포럼(이하 ODF)은 공공데이터 정책과 활용을 위해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활동하는 일종의 정책 협의체입니다. ODF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예산으로 공공데이터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민간 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포럼은 정기 세미나와 프로젝트 기반 활동 그리고 연말에 오픈데이터 주요 사례를 소개하고 시상하는 모두의 오픈데이터포럼으로 운영됩니다. 그동안 ODF는 주로 데이터의 각 도메인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러 전문가와 활동가들을 모시고 데이터 관련 각종 현안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미세먼지 데이터에서부터 최근에 코로나19 데이터까지 그 주제도 매우 다양했습니다.

한편 ODF는 2021년부터 공익목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여 투명성을 제고하거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민주도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 첫번째 성과물 중 하나가 바로 올해 저와 함께 수상한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의 기초의회 데이터 프로젝트입니다. 앞으로 ODF가 시민들의 데이터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중간지원 조직으로서의 역할도 적극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2) 공익데이터 활동

그동안 참여한 커뮤니티 활동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2020년부터 약 2년동안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이하 빠띠)의 공익데이터 활동가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도 하였습니다. 변호사 업무는 잠깐 쉬어가면서 연남동으로 사무실을 옮기고 공익데이터 활동에 매진하였습니다. 그 시작은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동대응 활동이었습니다. 확진자 동선이나 확진자 정보를 기계 판독이 가능한(machine readable) 데이터로 제공해달라는 청원을 시작으로, 이후 마스크 재고 데이터의 실시간 제공을 가능하게 한 민관 협업 프로젝트로 이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가 역설적이게도 정부와 민간이 함께 데이터를 생산하여 활용하는 이른바 공익데이터 활동의 단초를 마련해준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외에도 빠띠에서 시민 대상 데이터 교육, 시민주도 데이터 활동을 확대하는 여러 활동에 참여하였습니다. 서울시 예산으로 진행한 공익데이터 실험실을 필두로 이후 대구시민들과 함께한 대구 공익데이터실험실 그리고 춘천시민들과 함께한 가로수 데이터 구축/활용 사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빠띠의 활동가분들과 각 지역의 데이터활동가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시민주도 데이터 활동이 더욱 확산할 수 있도록 계속 역할을 수행하겠습니다.

다시 서초동으로

연남동에서 진행하던 공익데이터 활동을 모두 마무리하고 올해 2월 다시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한 서초동으로 사무실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사무실 이전을 준비하고 있던 시점에 사단법인 코드에서 마침 큰 상을 주셨고, 본 지면을 빌어 그동안의 활동을 거칠게나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변호사로서 그리고 활동가로서 여러 커뮤니티 활동에 계속 적극 기여해달라는 수상의 의미를 새기며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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