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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셋째 주, 우리 눈에 띈 글들

Tim Wu가 바라보는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 구글의 다양성 보고서가 주는 교훈, 21세기 폭스 인수 경쟁,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공유 스쿠터의 비극

박상현 2018년 06월 21일

1. 팀 우가 바라보는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 승인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AT&T와 타임워너(Time Warner)의 합병을 허가하면서 앞으로 통신사와 콘텐츠 기업 사이의 합병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와 파이프라인이 하나가 되는 추세가 보편화 된다면 업계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망중립성(net neutrality)'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한 콜럼비아 대학의 팀 우(Tim Wu)교수가 뉴욕타임즈에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팀 우는 합병을 합법적이라고 한 이번 판결이 “소비자가 케이블 TV에 지불하는 돈이 과연 45%가 증가하느냐 마느냐” 같은 디테일에만 집중할 뿐, 큰 그림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더 나아가 "수직적 합병(vertical merger)”은 괜찮다는 논리가 지금 세상에 과연 유효한지,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와 대결하기 위해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정말로 맞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2. 조직내 다양성을 위한 노력, 구글의 예

실리콘밸리는 백인 남성들의 세상이라는 비판을 받은 후 조직 내 다양성(diversity) 증가를 목표로 4년 전 부터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해왔다. 이번에 발표한 최신 보고서는 구글과 같은 기업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얻었고, 어떤 한계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다음은 뉴욕타임즈가 구글의 지난 4년 동안의 노력에서 찾아낸 몇 가지 인사이트:

  • 백인은 감소했고 아시안은 늘었지만, 히스패닉과 흑인의 비율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 더 큰 문제는 히스패닉과 흑인들의 이직율이 다른 인종 보다 더 높다는 것.
  • 구글 내 여성 직원의 비율은 30%를 갓 넘긴 정도이며, 비율은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구글의 기술직(technical roles)에서 여성의 비율이 증가했다는 것.

3. 21세기 폭스 인수 경쟁의 진정한 승자는?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이 허가를 받은 후, 다음 번 대형 매물인 21세기 폭스사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루퍼트 머독이 뉴스 부문과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매각하기로 한 21세기 폭스사를 인수하려고 경쟁하는 기업은 디즈니와 컴캐스트(Comcast). 쿼츠는 두 대기업이 두 대기업이 인수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이득을 보는 기업은 넷플릭스가 될 것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가족용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만약 21세기 폭스사를 고스란히 인수할 경우 박스 오피스의 40%, 십 여 개의 TV 네트워크를 가져가게 되어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컴캐스트 역시 21세기 폭스를 놓칠 수 없기 때문에 520억 달러라는 디즈니의 제안을 훌쩍 뛰어넘는 650억 달러를 제시했고, 그 결과 폭스사에서는 7월 10일로 예정되었던 주주 투표를 미루고, 자산을 쪼개어 매각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는 중이다. 이렇게 될 경우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등장할 서비스는 생각보다 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디즈니는 현재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제공 계약은 내년에 끝내기로 했고, 넷플릭스는 디즈니와 폭스에서 일하는 인력들을 빼내어 콘텐츠 공급 계약를 맺는 데 열을 올리는 중.

4. 샌프란시스코 공유 스쿠터가 만들어내는 경제

중국 대도시에서는 넘쳐나는 공유 자전거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전기 스쿠터(=‘킥보드’) 공유 업체가 많이 등장하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스트래태커리의 벤 톰슨에 따르면 우버과 같은 차량은 물론 전기 스쿠터와 자전거에 이르기 까지 공유 서비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인기를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샌프란시스코는 88만 명의 인구에, 등록된 자동차는 약 50만 대가 있지만 27만에 불과한 주차공간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차는 세워두고 공유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도시. 하지만, 공유 스쿠터 비즈니스는 진입장벽이 거의 없고, 사업자가 경쟁자와 차별화할 수 있는 해자(moat)라고 할 것이 초기에 시장을 장악하는 것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세쿼이아 같은 벤처캐피털이 업체에 자본을 쏟아부어 초기 시장 장악을 시도하고 있고, 그 결과 길거리가 공유 스쿠터로 가득하게 되었다는 것.

5. 미국의 도시 인프라 건설을 막는 갑부 형제

낙후된 도시의 인프라와 부족한 대중교통으로 악명 높은 미국의 중소도시에서 전철, 경전철 등의 교통수단을 건설하려는 시도는 많지만, 세금 인상을 이유로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피처 기사를 통해 그렇게 실패하는 도시 대중교통 프로젝트 뒤에는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돈을 대는 미국 6위의 갑부인 찰스(Charles)와 데이빗 코크(David Koch) 형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가령 극심한 교통정체로 대중교통의 확충이 필요한 테네시주 내쉬빌에서는 대중교통 확장안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코크 형제가 자금을 댄 활동가들이 조직적으로 가가호호 방문을 통해 설득하며 판세가 뒤집혔다는 것. 그와 비슷한 예가 미국 전국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현장에서 스케치한 이 기사에서는 납세자들의 세금에 대한 불만을 이용해서 대중교통의 확충을 반대하도록 유도하는 코크 형제가 석유산업에서 돈을 벌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커버 사진: 팀 우(Tim Wu)

Photograph by King of Hearts (CC by SA 4.0 Lic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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