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s

7월 넷째 주, 우리 눈에 띈 글들

중국 시골 마을에 드론으로 물건이 배달되는 모습, '단일장애점'을 가진 GPS에 갈수록 의존하는 세상, 그리고 28세 여성후보가 예고하는 미국 정치의 격변

박상현 2018년 08월 02일

1. 취약한 GPS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

The World Economy Runs on GPS. It Needs a Backup Plan
단일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라는 개념이 있다. 만약 고장이나 장애를 일으킬 경우 시스템 전체를 정지시킬 수 있는 부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신뢰성을 요구하는 시스템이라면 단일장애점을 없애야 한다. 가령, 수백 명의 목숨이 달려있는 항공기의 경우 특정 부품이나 인원이 문제를 일으켜도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하지만 블룸버그 비즈니스에 따르면 날이 갈수록 전세계가 의존하고 있는 GPS시스템은 많은 경우 대체가 불가능한 현대문명의 단일장애점이 되었다.

GPS는 위치확인 및 내비게이션의 용도로 (원래는 군용으로) 개발되었다가 민간에 공개된 기술이지만, 현재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통신산업과 금융산업, 항공기와 전자기기, 심지어 클라우드 컴퓨터와 방송장비에도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GPS시스템이 수십 억 분의 1초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원자시계(atomic clock)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공간에서의 시간은 지구표면의 시간 보다 느리게 흐르는데, 그 미세한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 GPS의 원리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각각의 GPS 위성은 여러 개의 원자시계를 가지고 있고, 쉽게 연결해서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지구상의 많은 시스템들이 GPS에 의존하기 시작한 것.

문제는 현대 문명의 GPS 의존도에 비해 방어체계나 유사시 대안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2016년에는 GPS를 운용하는 미공군이 낡은 위성 하나를 퇴역시키는 과정에서 데이터베이스 값 하나를 바꾸다가 작은 버그가 생겼는데, 그 결과로 미국의 많은 셀폰 타워와 경찰, 소방서 연락체계, 심지어 BBC 라디오 시그널까지 장애를 일으키는 대형사고가 났다. 이러한 기술적 오류는 물론, 테러리스트들의 손쉬운 타겟이 될 수 있다는 무서운 경고. 인류 문명이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그런 기사.

2.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하는 중국 시골의 놀라운 모습

How E-Commerce Is Transforming Rural China
뉴요커처럼 유명한 매체에 등장하는 피처 기사는 준비와 작성에 최소한 몇 달이 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문학작품 한 편을 읽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그런데 많은 문학작품이 그렇듯, 잘 쓴 피처 기사는 글쓴이의 인생이 담겨있다. 그런데 그 기사가 중국의 전자상거래 발전에 관한 기사라고 한다면? 쉽게 상상하기 힘들 거다. 하지만 그런 설명이 절대 과장이 아닌 기사가 바로 '전자상거래는 중국의 시골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이다.

기사는 '중국의 아마존'이라고 하는 징동닷컴(jd.com: 京东商城)에 취업한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알리바바나 텐센트는 알아도 징동은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세계 테크 기업들 중 매출로 아마존과 알파벳(구글)에 이어 3위를 하는 초 거대기업이다. 전자제품을 팔던 오프라인 가게가 2003년 중국을 휩쓸었던 사스(SARS)의 도움으로 급성장하면서 십여 년 만에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기업이 되는 과정을 이 기사에는 그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과거와 현재가 일대기처럼 등장한다. 아직도 수백 년 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 중국의 시골을 기자가 직접 겪은 재미있는 일화들로 설명하고, 그런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모바일 세상에서 직업을 얻는 일이 얼마나 놀라운 장면인지 보여준다. 가령, 기자가 징동닷컴의 배송용 드론 조종사 훈련 코스에 참가해서 직접 운전해보고 "자동차 운전보다 어렵네요"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거기에 있던 훈련생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 방에 있던 누구도 자동차를 운전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기사의 핵심은 중국의 시골이 전근대적인 경제에서 드론으로 제품을 운반하는 초현대적인 시스템으로 타임머신을 탄 것 처럼 이동하고 있다는 것. 서구경제, 아니, 한국이나 일본도 겪은 근현대화 과정을 통째로 생략하고 미래로 이동하는 중국의 시골모습을, 아직 중국이 사회주의 경제이던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가서 겪었던 기자 자신의 문화충격과 함께 오버랩해서 보여주는, 뛰어난 글이다.

3. 20여년 간 미국에서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졌던 이유

Why Did American Music Festivals Almost Disappear in the 1970s and ’80s?
전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미국에서 지금은 뮤직 페스티벌의 중흥기다. 2018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만 무려 150개의 대형 뮤직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뮤직 페스티벌이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컨시퀀스 오브 사운드Consequence of Sound(COS)의 이 기사는 1970년 부터 1991년 까지 미국에서 대형 뮤직 페스티벌이 사실상 실종되었던 22년의 기간을 살펴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고, 페스티벌은 어떻게 다시 성공적으로 부활했는지 살펴본다.

1969년 12월, 헬스 엔젤스Hell's Angels에서는 팬들과 보안요원들 사이에 큰 충돌이 있었고, 총을 들고 무대로 올라간 18세 여성이 칼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이 사건 후로 각종 페스티벌의 조직위는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게다가 우드스톡Woodstock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질이 낮은 페스티벌을 만들면서 팬들을 실망시켰고, 유명 뮤지션의 출연료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다. 최악의 케이스가 1970년의 파우던 리지Powder Ridge 페스티벌. 한 장에 20달러, 지금 가치로 130달러에 해당하는 비싼 티켓을 3만 장 가까이 팔았지만, 약속했던 유명 가수들은 나오지 않았고, 나오지 않는 가수들을 기다리면서 마약을 복용하다가 쓰러져 응급치료를 받은 팬들만 1천 명이 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뮤직 페스티벌에 실망한 팬들은 더 이상 속지 않았고, 페스티벌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을 돌려놓은 건 무려 22년 후인 1991년에 등장한 롤라팔루자Lollapalooza였다. 제인스 애딕션Jane's Addiction의 고별 투어로 기획된 롤라팔루자는 과거와 달리 농장 같은 열린 장소 대신 행사장 시설과 질서유지요원들이 잘 갖춰진 곳을 택했고, 70,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10대, 20대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마약을 쉽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에이즈의 공포로 60년대와 달리 (며칠을 야외에서 머물면서 하는) 프리섹스에 대한 두려움도 갖게 되었다. 이런 요인들이 과거와 달리 얌전한 페스티벌 문화를 만들었고, 대형 뮤직 페스티벌은 오랜 공백을 깨고 부활하게 되었다. 짧지만 흥미로운 기사.

4. 유럽의 구글 독과점 논쟁의 숨은 본질: 구글 플레이

The European Commission Versus Android
유럽연합의 정부에 해당하는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C)가 구글에 우리 돈 5조6천 억 원에 해당하는 사상 최대의 벌금을 부과했다는 뉴스는 이미 접했을 것이다. 그리고 뉴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유럽 집행위원회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탑재하는 모바일 제작업체들에게 강제로 크롬과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깔게 하는 등,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굳히는 데 안드로이드를 이용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트래태커리Stratachery의 벤 톰슨Ben Thompson은 유럽과 구글의 갈등의 근원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살펴본다. 톰슨은 흔히 안드로이드가 애플의 아이폰에 대응해서 만들어진 스마트폰 운영체계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블랙베리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지적하면서, 당시만 해도 앱을 설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고, 스마트폰 제조사가 모든 것을 콘트롤 했음을 설명한다. 거기에 맞서 OS를 개방했던 구글이 접한 가장 큰 문제는 여러 버전의 안드로이드가 존재하는 소위 'forked Android'현상이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던 구글이 찾아낸 해결책이 구글 플레이Google Play였다는 것. 톰슨은 구글 플레이가 (개방된) 안드로이드와 달리 철저하게 구글이 관리하는, 말하자면 유튜브나 G메일 같은 서비스이며, 구글에게는 오픈 소스인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제조사들을 콘트롤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구글 플레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이번 판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핵심이라는 것. 벤 톰슨 다운 흥미로운 관점과 설명이다.

5. 20대 여성 후보의 당선이 예고하는 미국 민주당의 미래

Alexandria Ocasio-Cortez's Historic Win and the Future of the Democratic Party

지난 6월, 뉴욕에서는 미국 정치사에 새로운 역사가 씌어졌다. 집안에 아무런 정치, 경제적 배경이 없는 28살의 히스패닉 여성이 민주당 경선에서 10선(!)의 당내 중진 백인 남성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물리치고 11월 하원선거에 출마하게 된 것이다. 미국인들이 흥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테즈Alexandria Ocasio-Cortez라는 이 후보가 버니 샌더스의 선거 운동원으로 일했던 민주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이기 때문.

이 글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고, 본인도 당선 가능성을 기대하지 않았던 후보가 큰 마진으로 승리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바로 영화로 제작되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완벽한 다윗과 골리앗 스토리다. 지역구의 인종구성이 백인에서 히스패닉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고, 젊은 여성들을 비롯한 약자층의 힘이 결집되고 있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10선의 하원의원은 오카시오 코테즈를 우습게 보고 토론회에도 두 번이나 불참하는 무성의한 태도로 선거에 임한다. 그러는 와중에 오카시오 코테즈의 선거운동 영상 하나가 인터넷에서 바이럴이 되면서 폭풍이 일어난다:

당선 이후 뉴요커가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발행했지만, 다른 기자가 아닌 데이빗 렘닉David Remnick 편집장이 직접 썼을 만큼 중요한 기사. 젊은 여성의 참여와 미국 정치의 변화를 짐작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필독.

렘닉이 설명하는 흥미로운 현상 하나: 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사회주의자"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데, 공화당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할 때 사회주의자라는 표현을 하도 써대는 바람에 밀레니얼들 사이에서는 그 거부감이 사라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그 단어가 미국인들 사이에 소련이나 트로츠키를 연상시켰다면, 이제는 어느덧 캐나다의 의료보험제도 정도를 설명하는 단어 정도로 중화된 것이다.


c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