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s

8월 넷째 주, 우리 눈에 띈 글들

뉴욕의 고급 사립학교에서 벌어진 반 이스라엘 논쟁이 보여주는 미국 정치 지형도, 욕설이 난무하는 인터넷 문화의 근원, 하와이언 피자를 먹는 중국인 가정의 이야기

박상현 2018년 09월 16일

1. 뉴욕 사립학교에서 벌어진 반 이스라엘 논쟁

How An Elite New York City Prep School Created A Safe Space For Angry Zionists

미국에서는 유대계들이 흔히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뉴욕과 L.A.를 중심으로 교육 수준이 높고 리버럴한 유대계들이 미국 정치에 진보적인 영향을 이끌고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느 인구집단과 마찬가지로 유대계도 하나의 동일한(monolithic) 집단은 아니며, 특히 중동 문제의 핵심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허프포스트는 뉴욕의 한 유대계 고급 사립고등학교에서 벌어진 반 이스라엘 논쟁을 심층 취재한 피처 기사를 게재했다.

문제는 그 학교의 역사 교사가 뉴욕타임즈의 1면 기사(“ISRAELIS KILL DOZENS IN GAZA”)를 오려서 자신의 사무실 문에 붙인 후에 “나는 팔레스타인의 인권을 지지한다”는 말을 적어둔 것에서 비롯되었다. 평소 리버럴한 견해를 가지고 수업에서 활발한 토론을 이끌어내는 인기있는 교사였는데, 급진적인 친이스라엘 견해를 가진 학생들이 그 문에 반대하는 문구를 적어 붙인 것이다. 한 편에는 견해의 충돌을 수업의 일환으로 삼으려는 교사와 그를 옹호하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있고, 다른 편에는 그 교사를 비롯해 진보적인, 그래서 이스라엘의 반 팔레스타인 정책에 비판적인 교사들을 학교에서 몰아내려는 (학교에 기부금을 많이 내는) 갑부 학부모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진보적인 집단인 사람들이 자신들의 모국으로 생각하는 이스라엘과 관련한 문제, 특히 내집단과 외집단이 충돌하는 이슈에서 얼마나 생각이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기사.

2. 과연 페이스북은 고칠 수 있을까?

Facebook's War on Bullshit Is Not Going Well

기즈모도이 이 기사에 등장한 이 문장, "Facebook's failure to prevent the spread of misinformation is a global problem”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미얀마에서 유혈사태로 이어진 인종갈등에서 페이스북을 통한 가짜뉴스 확산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고, 독일에서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평균보다 많은 지역에서 이민자에 대한 공격이 더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런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까지 페이스북은 “우리는 플랫폼이지, 미디어가 아니므로” 콘텐츠에 일일이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고, 페이스북도 뒤늦게나마 분주하게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이 과연 효과가 있느냐는 의문이 이 기사의 핵심이다. 우선, 페이스북은 팩트 체킹fact-checking 팀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각 국가별로 (그것도 17개 국가에만 있다) 외부기관과 협업을 통해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과 사진, 동영상의 팩트를 체크해서 반영하고 있다. 직접 운영했을 경우 정치적인 의도와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지만, 크지 않은 액수의 돈으로 ( 미국의 factcheck.org의 경우 2018년에 한 해에 18만 8천 달러를 받았다) 작은 규모의 단체가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작업이다. 기사에 등장하는 것처럼, 정치적인 문제가 되는 사진 한 장의 진위를 확인하기 들어가는 맨 아워man-hour와 비용은 때로는 엄청나다. 페이스북에 업로드되는 가짜 뉴스와 루머의 양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팩트 체크 알고리듬도 꾸준히 개발, 적용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페이스북이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되었다. 페이스북이 미국 정치와 관련한 가짜 뉴스 산실인 알렉스 존스의 사이트를 영구적으로 차단한 것은 그래서 의미있는 진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3. 살상로봇을 규제하려는 UN의 노력

Inside the United Nations' efforts to regulate autonomous killer robot

인류는 끊임없이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왔고, 과학기술의 발전은 갈수록 파괴력이 높은 무기의 등장을 가능하게 해왔다. 잔인한 살상무기들이 실제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 생산, 혹은 개발 단계에서 억제하려는 노력 역시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경험한 후부터 지속되어 왔고 그 노력의 중심에는 항상 UN이 있었다.

그 최신판이 살상로봇(killer robots)에 대한 관리 및 견제 노력이다. 특히 지난해 유엔 산하의 CCW(Convention on Conventional Weapons: 재래무기 금지협약)의 미팅에서 공개된 비디오는 마치 ‘블랙미러Black Mirror’의 에피소드 처럼 제작된 영상 메시지로,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UN은 살상로봇 규제를 어떻게 추진하고 있을까? 더버지The Verge의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다소 지루할 만큼 조심스럽다는 인상을 받는다. 인터뷰를 한 CCW의 의장은 “터미네이터를 상상하는 것은 규제를 위한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각국의 외교관과 변호사, 군장성들을 설득해서 살상로봇 규제에 동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쉬운 작업이 아님을 침착하고 외교적인 표현으로 설명한다. 그가 말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자동살상무기(lethal autonomous weapons)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4. 욕설이 난무하는 인터넷 문화는 어디에서 왔는가

We Can't Fix the Internet

코타쿠Kotaku의 기사 제목은 ‘We Can’t Fix the Internet’이다. 언뜻 보면 기술적인 내용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뜻밖에도 인터넷 '문화’에 관한 것으로 무척 흥미롭다. 기자는 자신이 십대이던 2000년대 초,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던 LiveJournal의 해리포터 팬 커뮤니티에서 사람들과 글과 댓글로 옥신각신하던 시절을 설명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이미 그 시절에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작은 셀렙들이 등장했고, 인기를 끌기 위해 가짜 계정을 만들어서 자신의 포스트에 관심을 끄는, 지금 보면 뻔한 행동이 등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에 생긴 현상이다. LiveJournal이나 Something Awful 처럼 2000년대 초에 인기를 끌었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유저들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갈아타면서 이전에 만들어졌던 문화를 새로운 SNS에 문화를 이식하기 시작한 것. 처음 등장했을 때는 몇몇 사람들끼리만 연결해서 수줍게 대화를 나누던 트위터가 가장 시끄러운 SNS가 된 배경에는 Something Awful에서 활동하던 사람들과 기자들의 대거 이주가 있었고(인터넷에서 가장 지독하다고 소문난 4chan의 설립자도 Something Awful에서 활동하던 인물이다), 텀블러Tumblr는 LiveJournal에서 이주한 사용자들이 자리를 잡은 서비스다.

기자에 따르면 그렇게 대거 이주가 일어나는 경우 새로운 서비스에서는 대거 유입된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서비스 디자인을 개발, 적용하게 되고 그 결과 우리는 초기 인터넷 커뮤니티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는 SNS 서비스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짜 뉴스와 폭언이 난무하는 문화를 고칠 수 없는 이유는 결국 인터넷이라는 미디엄medium이 그런 행동을 낳기 때문이라는 비관적인 메시지로 끝난다.

5. 음식문화의 형성: 어느 중국 가정의 하와이언 피자

American Pie: How sharing a Hawaiian pizza from Pizza Hut became a Beijing family tradition

모든 문화현상들이 그렇지만, 음식문화 만큼 지역을 너머 다양한 혼종을 만들어내는 것도 많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이 알고 있는 "Chinese food”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중국 음식”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본토에 사는 중국인들에게도 낯선 음식이다. 후자의 경우 화교가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바꿨고, 전자의 경우 중국인들의 미국 이민 역사가 가진 특이성 때문에 발생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터Eater에 등장한 ‘American Pie’은 그런 음식문화 전이의 또다른 흥미로운 사례를 보여준다. 베이징에 사는 중국인 할머니가 가족이 모이면 반드시 피자헛에 가서 하와이언 피자를 주문해서 먹게 된 사연이다. 물론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피자헛과 같은 대형 체인의 피자를 진정한 피자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그 중에서도 파인애플 피자는 (미국 피자의 중심지로 알려진) 뉴욕에서 멀리 떨어진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했고, 그럼에도 하와이언이라는 이름이 붙은, 혼종 중의 혼종이다. 그런 피자를 먹는 것이 어는 중국인 가정의 전통이 된 사연을 읽어보면 왜 유독 음식이 가족과 전통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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