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s

20/04/11 우리 눈에 띈 글들

사람들은 다가올 위험을 경고하며 공포감을 조성하는 전문가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경고한 위험이 사실로 판명났을 때, 사람들은 그들을 찾는다.

박상현 2020년 04월 11일

알라미스트(alarmist)라는 단어가 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위험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경고하고, 그래서 대중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투로 부르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이 과장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오늘의 알라미스트가 내일의 예언자가 되는 일은 항상 일어난다.

여기 다섯 명의 전문가가 있다. 이 중 네 명은 팬데믹을 꾸준히 경고해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경고는 대부분 무시되었고, 그저 "일어날 수도 있는" 사태에 대한 경고라고 치부되었다. 하지만 팬데믹은 밤손님 처럼 느닷없이 우리를 찾아왔고, 우리는 그들의 경고가 전혀 과장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이번 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최근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 다섯 명의 전문가와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언뜻 전문적인 글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들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글과 강연으로 경고해온 사람들이고, 그래서 읽기 쉬운 (그러나 아주 중요한) 분석이다. 아직까지 들어본 적 없는 이름들이라면 지금부터는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1. 에드 용Ed Yong

Why the Coronavirus Has Been So Successful
애틀랜틱의 과학 전문기자 에드 용이 최근 유명해진 이유는 '20/03/28 우리 눈에 띈 글들'에서 소개한 것처럼, 2018년에 팬데믹을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생생한 경고의 글을 썼기 때문이다. 물론 그 후에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 그가 쓰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기사가 인기있는 이유는 당연하다.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이야기해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왜 유난히 파괴력이 강한지, 왜 음모론자들이 이 바이러스를 인간이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기 쉬운지, 그리고 이 바이러스가 팬데믹이 된 후로 왜 특별한 변종이 눈에 띄지 않는지 등을 아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2. 데이빗 콰멘David Quammen

How Animal Infections Spill Over to Humans
과학 저널리즘 영역에서 데이빗 콰멘은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다. 뉴욕타임즈는 이 사람을 두고 "최고의 과학 저자 중 하나 정도가 아니라, 최고의 저자 중 하나"라고 극찬했고, 2012년에 출간한 책 'Spillover'는 당시에도 큰 관심을 모았지만, 현 상황의 생생하게 예견한 듯한 저술로 다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것은 그의 글이 아니라 'Scientific American'의 팟캐스트에 출연해서 나눈 대담이다. (글로 읽고 싶은 분은 웹사이트에 'Full Transcript'버튼을 누르면 된다). 콰멘의 이야기가 항상 그렇듯, 이 팟캐스트도 마치 정글을 누비는 탐험가의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다. 가령 이런 대목. 우리에게 익숙한 AIDS 관련 공익 포스터에는 콘돔을 사용한 안전한 섹스를 하라고 나오지만 아프리카 카메룬에는 "붉은 설사를 조심하고, 원숭이를 먹지 말라"고 적혀있다는 것. 이게 왜 AIDS와 관련있을까? 힌트: 에볼라 바이러스와 HIV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되기 시작한 곳은 아프리카의 똑같은 지역이었다.

콰멘은 대담 도중에 이런 지적을 한다. 우리는 바이러스의 아웃브레이크를 걱정하지만 그 배경에는 인간의 인구가 폭증한 사실이 있다. 인류가 아웃브레이크 상황이라는 것.

3. 도널드 맥닐 주니어Donald McNeil Jr.

Learning to Live With the Coronavirus
도널드 맥닐은 뉴욕타임즈의 의학 전문기자로, 특히 수많은 에피데믹(epidemic, 국지적 전염병)을 취재해온 전염병 전문 베테랑이다. 현재 뉴욕타임즈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관련한 심층기사는 이 사람이 총지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 배우기'는 그가 뉴욕타임즈 팟캐스트에 나와서 진행자와 나눈 대담.

맥닐은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지정되기 전, 그러니까 아직 그 심각성이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직접 경험하기 전에 같은 팟캐스트에 나왔다가 진행자에게 "이 바이러스가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그 팬데믹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더랬다. "나는 그동안 많은 전염병을 경고해왔고, 그 결과 대처가 잘 될 경우 사람들의 욕을 먹어왔다. 별 일도 아닌 걸로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이었다. 이번 전염병도 그랬으면 한다. 제대로 대처해서 일이 커지지 않고 그냥 내가 욕먹고 끝나면 좋겠다." 알다시피 그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4. 싯달타 무커지Siddhartha Mukherjee

How Does the Coronavirus Behave Inside a Patient
과학 저널리즘 영역에서 싯달타 무커지는 A급 스타라고 할 수 있다. 종양학자인 그는 자신이 연구하는 암/종양에 관한 변변한 역사책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나온 책 'The Emperor of All Maladies: A Biography of Cancer'가 독서계에서 초대형 히트를 하면서 유명해졌고, 지난 2016년에는 'The Gene: An Intimate History'를 내놓아 다시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싯다르타 무케르지라고 소개되어 있고, 위의 두 책은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무커지는 팬데믹을 경고해온 학자는 아니지만, 모두들 코로나19를 조망(bird's-eye view)하고 있을 때 이 바이러스를 충망(worm's-eye view)하는 학자다. 즉, 대부분 이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에 확산되는 기제에 주목하고 있고 그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이 바이러스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 적기 때문에 작동기제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가 대표적으로 지적하는 내용이 바로 몇 주 전 '워싱턴포스트'가 온라인 기사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모습을 설명한 애니메이션이다. 무커지는 이런 모델에서 바이러스는 접촉만 하면 똑같이 감염되고, 감염만 되면 똑같이 발병한다는 생각을 심어주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 대부분 노년층이 사망한다고 하는데, 젊은 의료진이 죽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의문을 차근차근 풀어간다. 전문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대중적 과학저술의 본보기 같은 글이다.

5. 브루스 에일워드Bruce Aylward

Humanity vs. Ebola: How We Could Win a Terrifying War
국제보건기구(WHO)에서 전염병을 담당해온 브루스 에일워드의 2014년 TED Talk 영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니지만 당시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방법을 설명한 아주 유익한 강연이다.

다만 브루스 에일워드의 이 영상을 소개하기는 약간 꺼려졌다. 왜냐하면 이번 코로나19 조사단을 이끌고 WHO를 대표해 중국을 방문한 에일워드가 나중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에서 작성된 보고서를 무시하고 아예 대만에 관한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WHO가 지나치게 중국의 눈치를 보는 과정에서 팬데믹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해온 노력의 가치를 전부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다.


Photo by Martin Sanche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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