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데이터의 사회적 가치
공공데이터는 정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이 보유 및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로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은 열린정부 등의 일환으로 공공데이터 개방 및 활용 지원 정책을 추진하며 국가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대변되는 ICT 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디지털 경제, 데이터 경제 관점에서 공공데이터의 경제적 가치가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공공데이터의 사회적 가치는 매우 크다.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는 사회, 경제, 환경,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로 개인 차원을 넘어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과 번영을 위하여 지향하는 바람직한 가치를 의미한다.
해외의 공공데이터에 사회적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로는 ▲ Citizens Connect Initiative(미국): 공공시설물 데이터를 활용하여 시민들이 직접 지방정부의 유지보수가 필요한 내용을 신고(도로 침식된 곳, 부서진 표시판 등) ▲ Vision Zero(스웨덴 등): 민간과 공공 간의 정보 공유를 통한 교통안전 프로젝트 ▲ Night Street Advisor(일본): 가로등 데이터를 활용하여 주변 지역 밤길의 밝기를 맵 상에 표시하고 보행자들의 안전한 길 유도 ▲ BlindSquare(핀란드): 정부가 공개한 도시 주요 위치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시 정보 서비스 ▲ ClearGov(미국): 4만 6,000개 자치체, 50개 전 주를 대상으로 정부 예산과 지출 세부 항목들을 비교하고 정부의 예산 운영 방식을 한눈에 보기 위한 서비스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 WheelGo, 한국관광공사,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 10개 공공기관의 여행지 POI 데이터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장애인 여행지 이동 내비게이션 서비스 ▲ 사고여기요, 전국과 지역별 교통사고 발생량을 토대로 교통사고 제보 앱 개발, ▲ 코로나맵, 정부의 코로나19 발생 현황 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지도 기반의 알림 서비스 제공 등이 있다.
민관 협업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
그러나 그동안은 이러한 활동은 정부와 민간의 협업 개념이라기보다는 정부가 개방한 데이터를 시민과 기업이 사회적 가치 실현 측면에서의 활용한 사례였다. 그러나 2020년은 공공데이터의 개방과 활용을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협업하여 추진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적마스크 맵 서비스이다.
공적마스크 맵 서비스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공적마스크 판매를 시작하면서 판매 정보를 국민들이 필요로 하고 알려야 하는데 정부와 시민, 기업이 협력하여 단기간에 다양한 서비스들을 만들어낸 사례이다. 이전에 정부는 대국민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용역을 통해 직접 개발 및 제공하였다.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은 발주와 계약, 개발 및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고 예산도 수반이 된다. 하지만 공적마스크 맵 서비스 사례는 정부는 데이터를 수집하여 즉시 활용하기 쉽게 개방하고 시민과 기업들은 자발적 참여를 통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빠른 시간내에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제공한 것으로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추진하였다.
이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데이터 개방 단계부터 정부 특히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시민개발자들과 기업들과 함께 필요한 데이터 항목과 형식, 개방방법을 정의하고 설계하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민개발자들과 기업은 개방된 데이터를 즉시 활용해서 시행착오 없이 빠르게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2020년 7월 정부(행정안전부, 한국철도시설공단)와 기업(카카오)이 협력하여 기존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전국 도시철도 1,107개 역사의 휠체어를 활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 이동 및 환승 경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공공데이터 포털을 통해 개방하였고 지도 서비스도 개시하였다. 이는 2017년부터 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의 자발적 활동이 시발점이 되었다.
공공데이터를 통한 민관 협업의 지속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정부는 공공데이터 제공자, 시민과 기업은 이용자라는 획일적인 역할 구분이 아닌 정부와 시민, 기업이 함께 제공자이면서 이용자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의 변화를 얻었다.
이제는 공공데이터를 통한 민관협업이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일차적으로 크라우드소싱 기반 공공데이터 수집 및 개방 프로젝트를 지난 10월 착수하였다. 정부가 미보유하고 있으나, 민간 수요·공익성이 높은 공공데이터를 민간 협업을 통해 수집하여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개방하는 것으로 먼저 사회적 가치와 필요성이 높은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데이터 완성을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점자블록, 경사로, 입구턱, 보도폭 등 공공데이터를 자원봉사자와 연계하여 시범 생산·개방함으로서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공공데이터 협업 모델과 필요한 기반을 발굴하는 것이다.
크라우드소싱 기반 교통약자 이동데이터 수집, 개방, 활용
정부는 ‘제3차 공공데이터 기본계획’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공공데이터 개방 강화를 발표하였다. 코로나19 공적마스크 맵 서비스 사례를 겪으면서 ‘국민이 원하는’ 뿐만아니라 ‘국민과 함께’ 데이터를 개방하고 품질을 개선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업 체계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확인 하였다. 2020년 12월부터는 「데이터기반행정활성화법」이 제정 및 본격 시행되면서 정부는 중요한 정책 추진 시 데이터의 분석·활용이 제도화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복잡한 사회 문제를 정부 혼자가 아닌 높은 시민성과 디지털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시민들과 함께 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2021년은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민관 협업이 더욱 공고히 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정부에 관련 인식이 확산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