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notes

[인터뷰] 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이사

빅테크의 비즈니스를 넘어 시민이 인터넷 자체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코드 매니저 김수향 2021년 04월 20일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2019년 초까지 미디어 스타트업을 키우는 메디아티에서 일을 했고 지금은 미국 페이스대학교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있습니다. 코드 이사 및 미디어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코드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크리에이티브커먼즈(Creative Commons)에서 코드(C.O.D.E.)로 이름이 바뀐 뒤에 커먼즈랩을 미디어 쪽으로 정리해가지고 담당해줄 수 있느냐고 제안을 받고 합류하게 됐어요.

코드가 추구하는 커먼즈는 어떤 것인가요?

사실 인터넷이라는 것이 지난 한 10년 동안 굉장히 많이 바뀌었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플랫폼들이 이전에 인터넷 있었고, 구글 전에도 인터넷이 있었어요. 사실 구글이 20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구글이 아니었고 검색 엔진이었을 뿐이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인터넷이라고 했을 때는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자유로운 것이었죠. 인터넷을 ‘바다’라고 표현했고 ‘인터넷을 항해한다’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런 비유가 있을 만큼 인터넷은 넓고 개방적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만날 수 있다는 이미지가 있었죠.

지금 인터넷은 빅테크 기업인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사업을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로 많이 바뀌었어요. 인터넷은 굉장히 좋은 사업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와 별개로 인터넷에서 우리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는 1990년대의 이상은 많이 사그라들어버린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예전의 신나고 흥미진진했던 인터넷에 대한 이상이 커먼즈라는 단어에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넷이 비즈니스 목적 그 이상으로 자유로운 공유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커먼즈라는 것이 제게는 그런 느낌이 제일 강해요.

1990년대의 그 이상을 생각하는 게 단순히 향수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2010년대, 2020년대의 인터넷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일반 사람들, 혹은 국가, 정책을 세우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사람들의 선택을 통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진 거예요.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은 이런 운명이다’가 아니라 많은 선택이 이어져 지금의 인터넷이 만들어진 것이죠. 필연적인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커먼즈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대안 중의 하나였고 좋은 이상이었는데 단지 우리가 다른 선택을 하는 바람에 인터넷이 우리가 알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비즈니스의 장소로서의 인터넷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커먼즈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서 코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요?

미국 정치에 관해서 페이스북에 글을 많이 쓰고 있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 인터넷을 결정할 일들이 많이 생길 겁니다. 트럼프 정부가 빅테크 기업에 대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고 바이든 행정부도 이어서 할 거예요. 업계에서는 앞으로 이 조사가 몇 년 동안 이어질 수 있는데, 지난 10년 동안 인터넷 산업이 발전해 온 모습을 회고하고 앞으로 인터넷을 어떻게 설계할지 결정하는 시기가 된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인터넷이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면 그 비즈니스 모델이 정당한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21세기를 그 판으로 계속해서 가지고 가는 게 맞을지를 심사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요. 이에 대해 우리는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가 독점인가 아닌가를 얘기하는 것을 넘어 이 모델이 과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인터넷의 가장 좋은 형태인가, 아니라면 우리가 어떤 것을 제안할 수 있는지, 인터넷이라는 게 굉장히 다양한데 우리가 자꾸 빅테크의 비즈니스 안에서만 생각하지 않고 확장해서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하거든요. 그래서 인터넷을 가지고 단순히 비스니스를 넘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시민들이 많이 있고, 우리가 인터넷을 어떤 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하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대안을 제시할 수 있고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연결하거나 초대하거나 그분들을 취재해서 소개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인터넷이 단순히 비즈니스 장소가 아니라 시민들이 모여서 우리의 일을 결정하는 곳이고, 인터넷 자체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힘이 우리한테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굉장히 좋을 거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시빅해커들이 하는 일은 비즈니스 모델과는 전혀 상관이 없잖아요. 하지만 시민들의 삶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줄 수가 있어요. 아마존이 인터넷에서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하는 일은 주주의 가치를 최대한 높여 주는 일이고 기업의 이익을 많이 내는 일인데, 그건 기업의 의무니까요. 하지만 시빅해커의 의무는 전혀 그것과 상관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봤을 때 시빅해커들이 제가 생각하는 커먼즈의 이상, 코드가 생각하는 이상에 굉장히 많이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 적게 알려져 있고, 저는 많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들을 빨리 찾아내고 연결하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이 전자상거래가 전부가 아니란 걸 사람들이 알 수 있다면 저희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봐요.

얼마 전에 미국에서 대만의 오드리탕 장관 있잖아요. 저희도 인터뷰로 소개했었는데요, 오드리탕 장관이 미국 매체에 등장했어요. 그래서 미국 사람 중에서 아는 사람들은 많이 알고 있는 유명인인데 이분을 소개할 때 미국 매체에서 시빅해커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미국 매체에서 시빅해커란 말을 내가 몇 번이나 들어봤나 싶을 정도로 미국에서도 적게 들리는 이름이거든요. 시빅해커들을 동원해서 팬데믹에 대응한 오드리탕 장관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실리콘밸리나 빅테크라고 하는 것도 사실 미국에서 출발했고 이런 기업 마인드로 인터넷을 접근하는 나라에서 시빅해커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만큼 드물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렇게 봤을 때 우리가 그런 사람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소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거를 들어봐야 시빅해커가 어떤 일을 하는지 들어 봤을 때 사람들이 ‘나도 시빅해커가 될 수 있어’, ‘내가 원하는 게 저런 일이었어’ 하고 알게 되는 거겠죠. 저는 시빅해커들의 노력을 많이 소개한다면 지금 우리가 모르고 있는 굉장히 많은 인재들을 끌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빅해커와 같이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전념하는 조직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모아서 소개하고 연결하고, 그리고 그 사람들이 자기의 경험을 나누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찾을 때 ‘코드에 가면 다 연결점이 되더라’ 이런 인식이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항상 정보라는 게 아무리 네트워크가 발전했어도 정보가 일대일로 이동하지 않고 보통 허브가 존재하거든요. 그래서 허브에 사람들이 모였을 때 갑자기 네트워킹이 많이 일어나고 정보교환이 빨라지는 거죠. 그래서 컨퍼런스와 같은 걸 여는 이유가 그거 잖아요. 그런 허브를 만들어야지 모든 사람이 모이지, 일대일로 각자 소통을 하면 굉장히 힘들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코드가 같은 이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허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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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진 이사님이 해주신 질문인데요, 미디어 산업과 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목은 무엇인가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일 수 있어요. 왜냐면 표면적으로 보면 대면접촉을 하지 못하게 되어 일어난 일들이 분명히 보이거든요.
미디어 산업의 경우에는 영화를 찍기 힘들어졌고요,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제작자들, 혼자서 작업하는 웹툰 같은 분야에서는 전혀 변화가 없었거든요. 오히려 거기에 콘텐츠가 더 쏠리는 경향이 있었죠. 그리고 언론 입장에서 봤을 때는 개인적으로 만나서 인터뷰하는 게 힘들어지고 또 방청석에 사람들을 모아서 하는 방송이라든가를 하기 힘들어졌어요.

저는 이런 모든 것들은 다 표면적인 변화라고 생각을 해요. 그게 정말로 미디어의 본질을 바꿔 놓을까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아요. 다만 제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현상 중의 하나는 한국도 그렇겠지만 사람들이 줌을 집에서 하면서 집이 노출이 돼 버리는 거예요. 사람들이 똑같이 사무실에서 일을 했는데 보스하고 부하직원이 이제 재택근무를 하면서 서로의 집을 보게 된 거죠. 전에는 절대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죠. 또 같은 학교에서, 같은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줌으로 수업을 하는데 한 아이는 거의 휴양지 같은 어마어마한 저택에서 어떤 아이는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뒤에서는 엄마 아빠가 왔다 갔다 하는데 거기서 수업을 듣고 있는 거죠. 삶의 개인적인 면이 굉장히 많이 드러나 버린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의외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개인적인 생활이 오히려 더 많이 드러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요.

거기서 더 나아가서 사람들이 내면세계에 대해서 더 관심을 많이 두게 된 거 같아요. 적어도 서구 미디어를 보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정신적인 문제, 내면세계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거든요. 한국에서 얼마 전에 20대 여성들이 자살률이 갑자기 증가했다는 뉴스가 나왔잖아요. 그런데 그게 단순히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정신세계에 팬데믹이 굉장히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그런 현상을 서구의 미디어들이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하더라고요. 단순히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게 아니라 지금은 미디어가 이걸 적극적으로 취재하고 알려야겠다는, 그리고 대안을 제시해야겠다는 어떤 사명감 같은 게 보이더라고요.

제가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 중 하나에서 매일 시작하기 전에 뉴스 프로그램인데 스튜디오에 명상 전문가가 나와서 1분 동안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 거예요. 처음에는 ‘뉴스에서 뭐 이런 걸 하지’ 하면서 좀 우스웠는데 따라 해봤거든요. 너무 좋더라고요. 이게 언론의 역할일까 하는 생각을 해봐야 하겠죠. 그런데 적어도 언론이 이 정도로 관심을 두고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만큼 분위기가 변했다는 느낌을 받아요.

어떤 계기로 지금처럼 페이스북에 글을 많이 올리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페이스북을 열심히 하게 된 건 2015년~16년쯤이에요. 2015년쯤 한국에 들어가서 스타트업 일을 하고 있었는데 부모님 댁인 동두천에서 판교까지 가는 데 2시간 반 정도 걸렸어요. 그 후 메디아티에 다닐 때도 하루에 평균 1시간 이상을 지하철에서 보냈어요.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서 처음에 책도 읽어 보고 팟캐스트도 들어 보고 다양한 걸 다 해 봤고 심지어 지하철에서 번역도 했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그러다가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글을 쓰니까 시간이 제일 빨리 갔어요. 글 쓰는 데 정신을 집중하면 삽시간에 시간이 흘러가요. 페이스북에서 남의 글을 읽기도 하지만 내 글을 쓰고 사람들의 반응을 볼 때 시간이 가장 빨리 갔어요. 글 하나를 잠깐 쓰다 보면 한두 시간은 금방 가고 그 과정에서 팔로워도 늘어났죠.

페이스북에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첫째, 페이스북에 글을 쓰면 시간이 금방 간다는 것과 둘째, 한국어로 글을 쓰는 연습을 하기 위한 것도 있었어요. 제가 글을 안 쓰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1999년에 미국에 온 다음부터 한국어로 글을 거의 쓰지 않았어요. 싸이월드의 가족 방에다 글 쓰는 것 이외에는 정식으로 글을 쓰는 훈련을 안 했는데 2014~15년 그 언저리에 스타트업을 하고 있을 때 뉴스레터를 쓰게 됐는데 제가 잘 아는 주제를 가지고 쓴다고 썼는데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것과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은 전혀 달라요. 당시 사람들이 내 글을 어떻게 읽을지 상상이 안 되었어요. 페이스북에서는 제가 쓴 글에 대해 반응이 좋든 나쁘든 빨리 왔어요. 2~3년 정도 하면 글쓰기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험적으로 연습장에 쓰는 것 같이 글을 썼거든요. 어떤 주제가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주제인지 아닌지 처음부터 배우기 시작했고 그래서 페이스북에 글을 썼던 것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죠.

작가, 칼럼니스트, 미디어 디렉터 등 상현님을 표현하는 여러가지 타이틀이 있는데 다른 분들에게 본인을 어떻게 소개하나요?

글쎄요. 저 스스로를 규정하는 게 굉장히 힘들어요. 제가 꼭 가야 될 목표라고 생각하기보다 자연스럽게 글은 항상 쓰는 거지, 작가라는 타이틀을 굳이 가질 필요도 없고 제가 뭐라고 불려야 될지 생각을 해 본 적도 없고. 그래서 사람들이 무슨 타이틀로 소개를 해야 하냐고 굉장히 난감해하거든요. 난감한 건 저도 마찬가지예요.(웃음)

속도감 있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어떤 언론매체를 참고하나요?

특별한 매체를 보는 것은 아니에요. 일간지는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스를 보는데, 상시로 들어가서 봐요. 레딧(Raddit)도 확인해요. 지금은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지만 한때는 레딧을 보며 어마어마한 시간을 보냈어요. 레딧은 소식이 굉장히 빨라서 어떤 기자들은 레딧을 자신의 기사 소재를 찾는 데 사용한다고 할 정도라고 해요.
그 외에 악시오스프로토콜 같은 뉴스레터를 받아 보기도 하고 애틀랜틱이나 뉴요커와 같이 롱폼(long-form)의 기사가 나오는 잡지들은 읽는 재미가 있어요.

사실 더 좋아하는 것은 퍼블릭 라디오에요. NPR과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데 집안일을 하거나 산책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눈으로 읽지 않아도 기사를 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다 모아서 하다 보니 하루에 미디어 섭취량은 제법 되는 편이에요. 이미 만들어져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좋아하고요. 위키피디아 같은 경우에 사람들이 위키피디아를 부정확하다며 레퍼런스로 사용할 수 있는 사이트는 아니라고 하는 건 동의하지만 사실 지난 20년 동안 위키피디아가 많이 좋아졌어요. 리서치할 때 시작점으로 위키피디아를 많이 사용하는데 특히 위키피디아에서 각주로 들어가면 아주 많은 원 소스를 찾을 수가 있어 좋아요. 레딧과 같은 서비스에 들어가서 과거에 보관해 두었던 글을 다시 꺼내 보고 글의 소재를 찾기도 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책 준비하고 있고요. 다 못 쓰고 밀려 있는 게 많이 있어요. 여기(미국) 2년 일정으로 와 있기 때문에 그 2년 동안은 정말로 글을 한번 원 없이 써 볼까 하고요. 그리고 지금도 사실 마감이 일주일에 서너 개씩 있어요. 제가 느끼는 거는 마감이 그렇게 많이 있는 생활을 1년 좀 넘게 해오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하다 보니까 또 늘더라고요. 이제 어느 정도의 조사를 하고 언제 글을 쓸지를 배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꽤 많이 연습이 됐어요. 저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새로운 기술을, 아니면 자리 잡고 있던 기술인데 계속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상현님의 글쓰기 팁은 무엇인가요?

제가 3년 전에 쓴 글을 다시 돌아보면 내가 이렇게 글을 어설프게 썼나 싶어요. ‘내가 이렇게 쓰면 사람들이 이런 부분을 지적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너무 안 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때보다 지금 팔로워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더 조심하는 경향이 있어요. 제 주변의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의 글을 봐도 과거의 글이 지금만 못하거든요. 그 과거라는 게 10년, 20년 전이 아니라 불과 2, 3년 전이거든요. 그분들도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신 거죠.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팔로워가 2~300명일 때와 팔로워 천 명, 만 명일 때 공격을 받는 정도가 다르거든요. 내가 10명을 상대로 어설픈 주장을 말해도 들어줄 수가 있어요. 그런데 3천 명, 만 명을 상대로 어설픈 주장을 말하면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거든요. 같은 표현, 같은 주장이라도 이렇게 돌려가면서 말해야지 공격을 안 받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학습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글쓰기를 계속해서 다듬고 싶다는 분들은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글쓰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급적이면 일기를 쓰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글을 쓰는 거고, 사람들에게 보이는 글을 그냥 신문에 기고하고 마는 게 아니라 페이스북처럼 본인이 직접 반응을 볼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쓸수록 나아진다고 생각해요. 훨씬 더 어려운 글쓰기인 거죠. 신문에 글 쓰는 게 어렵지만 직접 지적을 받을 수 있는 건 페이스북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글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노출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훈련을 위해서 남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내가 정성껏 써서 평가를 받겠다’는 자세로 쓰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진검승부죠.

최근에 글쓰기가 유행이 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글쓰기를 통한 힐링이라든지, 자기만의 책 만들기 프로젝트와 같은 것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세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는 자기표현이잖아요. 우리나라 문화에서 자기 표현하는 법을 잘 안 가르치잖아요. 나를 표현한다는 게 한국 사회에서는 그렇게 바람직한 행동으로 장려되지는 않죠. 내 의무를 다하고 성실하게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한 거지. “네가 아는 게 뭐가 있다고 너를 표현해!” 이런 식의 자세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유명한 작가들이 정신 수양을 다 하고 난 다음에 글을 쓰냐 하면 그럼 저는 글도 안 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글을 잘 써야 생각도 같이 발전하는 거지, 글을 못 쓰는데 생각도 뛰어난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글을 써야 하고 더 많은 사람이 더 일찍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하는 거죠. 참 많은 사람이 책을 쓰고 책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브런치 같은 데 글이 나오고 이렇게 됐을 때 저는 문화의 총량이 늘어난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에서 문화적으로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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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시: 2020.12.08
인터뷰 진행 및 편집: 코드 김수향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