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 2021 한국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에서 ‘우동수비대(우리동네 동물원 수비대) 프로젝트’로 특별상을 수상한 어린이과학동아팀의 이다솔 기자님을 인터뷰했습니다.
동아사이언스 어린이과학동아팀을 소개해주세요.
동아사이언스 잡지가 4개인데요, 그중 하나인 어린이과학동아를 만드는 팀입니다. 어린이과학동아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고요, 절반 이상이 만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1년에 수천 명이 참여하는 ‘지구사랑탐사대’라는 시민과학 프로젝트가 내년에 10주년을 맞이합니다.
2021 한국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어린이과학동아팀 [동아사이언스 어린이동아과학팀 제공]
우동수비대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우동수비대는 ‘우리동네 동물원 수비대’입니다. 수의사와 함께 동물원 동물의 생태와 환경을 조사해 동물원을 개선하는 연구에 기여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예요. 동물원 전문가인 마승애 수의사(건국대학교 동물복지연구소 책임연구원)와 최태규 수의사(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연구원)가 약 800명의 어린이 대원과 44명의 대학생 대원과 함께 동물원 복지 조사를 했습니다. 마승애 수의사님이 어린이와 대학생도 동물원의 복지 현황을 조사할 수 있도록 측정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어린이 대원과 대학생 대원들이 수의사에게 교육을 받은 뒤 전국의 동물원을 방문해 동물원에 흔한 동물 10종의 복지 현황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대상 동물은 라쿤, 미어캣, 사막여우, 일본원숭이, 토끼, 프레리도그, 호랑이, 금강앵무, 설가타육지거북, 버마비단뱀이에요.
시민과학이 무엇인가요?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은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과학입니다. 생물학 분야에서 많이 행해지고 있는 영역이고요. 시민들이 동네 생태계를 관찰해서 연구자에게 보내면서 데이터 기록과 수집에 참여하는 거죠. 예를 들어 시민들이 공원이나 자기 동네에서 새소리나 개구리 울음소리를 녹음하거나 나비 사진을 찍어 연구자에게 보내기도 해요.
우동수비대 기획 과정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어린이과학동아에서는 동물을 많이 다뤄요. 몇 년 전 대전오월드 동물원에서 퓨마 한 마리가 탈출했는데 사살당한 사건이 있었어요. 당시 동물원의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이 많아서 동물원을 없애면 좋겠다는 국민청원이 나오기도 했죠. 그런데 저희는 동물원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동물원을 없애는 것만이 답은 아닌 것 같아서 오히려 어떤 동물원이 좋은 동물원인지 알려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는 동물원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동물원에 가면 ‘동물원 안의 동물들이 잘 지내고 있는 걸까?’ 하는 불편한 마음이 계속 들었거든요. 제가 지금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요. 고양이의 야생본능을 지켜주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고양이의 사냥욕구를 해소해주기 위해 장난감을 가지고 20분씩 놀아줘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누군가가 동물을 돌본다면 동물의 본능을 지켜주기 위해 해줘야 할 것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동물원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우리나라 동물원을 조사해보면 좋을 것 같았는데 동물원의 헤비유저(Heavy User)인 어린이들이 꾸러기수비대처럼 동물원을 지키러 나서서 동물원을 조사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물에게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알고서 동물원을 찾아가서 환경을 조사해보는 거죠.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려고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동물원 복지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하고 계신 마승애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마침 마승애 선생님이 동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필요한 것들에 관한 논문을 쓰고 계셔서 프로젝트에 함께 하기로 하셨어요. 동물원에서 각 동물이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전문가의 노하우로 판단해야 하는 어려운 영역이에요. 우선 동물원 복지 측정 기준을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순화해보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어린이 교육을 위한 기획이었는데, 참여자가 30~40명이 모이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승애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우리 나라의 동물원이 전체 몇 개가 있는지도 모르고 동물원에 관한 제대로 된 데이터가 아예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어린이들이 많이 참여해야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텐데 걱정을 조금 했죠. 그런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어린이들이 지원을 했어요.
참여자는 어떻게 모았고, 누가 참여했나요?
본격적인 참여 팀 모집은 올해 1월부터 시작했고요. 우선 1월 1일에 왜 우동수비대가 필요한지 기사("행복한 동물원 만들 사람 모여라! [모집] 우동수비대")를 써서 알렸어요. 어린이들이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동물에게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 미리 알고 있어야 했는데,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했어요. MBTI와 같은 DBTI(동물 부캐 테스트)도 만들었고요, 유튜브 생중계를 하기도 했어요.
기존에 인기가 많은 시민과학 프로젝트인 지구사랑탐사대가 있었기 때문에 이미 커뮤니티가 활발한 상황이라서 더 많은 팀이 모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구사랑탐사대는 약 10년째 지속되고 있고 매년 몇 천 명씩 참여하는 대규모 시민과학 프로젝트에요.
1기에는 초등학생만 참여했고, 2기에는 초등학생들과 전국의 수의과 대학생 44명을 모았습니다. 1기에는 데이터가 서울, 경기권에 너무 집중되어 있었어요. 2기는 전국적으로 확장을 해서 데이터를 모아보려고 지역특파원(조사할 동물원을 자율적으로 선택하지 않고 배정받은 동물원을 조사함)이라는 제도를 만들고 수의과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멘토링 프로그램이 반응이 좋았어요.
멘토링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가요?
멘토링은 초등학생 6~8명과 수의과 대학생 2~3명이 모여서 줌(Zoom)에서 진행했어요. 대학생들이 자신이 왜 수의과를 오게 되었는지, 자기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어떤 학생이었는지 등 진학, 진로 관련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나눠줘요. 여기에 참여하는 초등학생들이 동물에 관심이 많고 수의사가 되는게 꿈인 친구들도 많아요. 대학생 분들은 멘토링뿐만 아니라 데이터 교정작업에도 참여하기도 했어요.
멘토링 줌 미팅 [동아사이언스 어린이동아과학팀 제공]
우동수비대 프로젝트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동물원 허가제가 통과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동물 관련 문화나 인식의 변화가 생기고 장기적으로 동물원 복지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좋겠어요.
동물원 허가제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서 동물원을 개선하기 위한 법적인 해결책으로 동물원 허가제가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야생동물을 보유하기 위해서 야생 동물을 5종 미만, 50개체 이하로 데리고 있다면 동물원으로 등록 안 해도 돼요. 라쿤, 미어캣만 데리고 있는 곳들은 동물원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아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동물원이 몇 개 있는지 알기 어려운 거고요. 동물원 등록 절차에서도 정부에서 국제적멸종위기종(CITES) 외에는 특정한 복지 기준을 요구하지 않아요. 서류 작성만 해서 내면 동물원 등록이 가능해요.
동물원허가제는 동물원이 어떤 복지 기준을 충족해야만 동물원으로 등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허가제를 통해서 동물원 환경 개선이 가능할 수 있지만, 복지 기준을 충족하기에 너무 열악한 환경이라 개선의 가능성이 없는 공간들은 문을 닫아야 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그 안에 있는 동물들이 갈 곳이 없어지죠. 그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곳이 생츄어리(동물 구조센터)인데 우리나라에는 밀반입된 멸종위기종 동물들을 보호하는 곳 이외에 동물원의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생츄어리가 하나도 없어요. 생츄어리는 동물을 구조해서 죽을 때까지 돌보는 곳이에요. 난민캠프 같은 곳이라고 볼 수 있죠.
최근에 미국에 동물원 취재를 다녀왔어요. 좋은 동물원으로 알려진 샌디에고 동물원과 더 와일드 애니멀 생츄어리에 가봤는데, 미국의 생츄어리에는 갈 데가 없던 우리나라 사자도 보호하고 있더라고요.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나요?
제일 어려운 건 동물원 전수조사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70퍼센트까지는 조사가 가능해도 나머지 30퍼센트를 채우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 같아요.
그리고 어린이들이 조사하러 가서 혹시 동물원 주인들에게 부정적 반응을 받을까봐 걱정이 많았어요. 동물원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는 방법 등 장치를 마련했어요. 그런데 단 한번도 동물원 주인들에게 어린이들이 부정적 반응을 받은 적이 없어요. 일반적으로 조사원이 동물원에 가면 거부감을 표현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어린이들이 가서인지 거부감을 표현하는 분들이 없었어요.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느낀 점 등 있으시면 이야기 나눠주세요.
우동수비대 프로젝트가 잘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봤어요. 먼저 우동수비대에 활발히 참여한 참여자가 있었고, 이미 기존에 지구사랑탐사대와 같은 시민과학 프로젝트에 노하우가 있는 분들이 있었고, 또 동물원 복지를 이제 막 연구하고 계신 연구원이 있어서 여러 측면에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갖춰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어린이들이 동물원 조사를 다녀와서 써준 기사를 보고 감동할 일이 많았는데요. 우동수비대 활동을 하면서 이전에는 동물 구경하느라 바빴는데 이제는 동물이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건강한지 살피게 된다고 이야기 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어린이 기자단 우수 기사>
동물 복지가 뭐야? - 우동수비대 얼리버드 사전교육 후기
우동수비대 #1 첫번째 사전 조사 미션 (평택 은산 어울림 생태 박물관)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가 기자로서 혼자 일을 많이 하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 팀으로 일을 해봐서 좋았어요. 콘텐츠 기획은 잘 할 수 있지만 그 외에 400팀이나 되는 사람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는데, 많은 분들이 아이디어 제안도 많이 해주시고, 필요한 점도 함께 나누면서 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지나요? 그리고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시민과학 프로젝트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데이터 조사를 계속 하는 게 의미가 있어서 우동수비대 3, 4기도 계획하고 있어요. 방학 때 아이들의 활동량이 많아서 방학 위주로 진행할 것 같고요. 조사된 동물원, 환경 개선의 노력을 많이 하는 동물원을 선정해서 우리 대원들이 풍부화물(야생에서 비슷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노동력이 많이 듦)을 만들어서 선물하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심각하다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길고양이 복지와 같은 문제도 시민과학 차원에서 풀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마지막으로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 특별상 수상 소감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우동수비대 프로젝트가 독특한 기획이긴 하지만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에 지원할 당시에 프로젝트 결과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상을 받지는 못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상을 받게 되어 우리의 기획이 나쁘지 않구나 증명받은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수상의 기쁨을 전국의 우동수비대 대원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