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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치 스타트업, 섀도우캐비닛 김경미 대표

"자신이 풀고자 하는 사회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력도 키우고, 자신과 함께 할 팀도 찾고, 언젠가 공공 영역에서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자신의 목적을 계속 확인하게 도와주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섀도우캐비닛이 가진 비전이랍니다."

코드 매니저 김수향 2021년 12월 20일

<섀도우캐비닛>이라는 정치 스타트업으로 새로운 실험을 하고 계신 김경미 대표님을 인터뷰했습니다.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섀도우캐비닛 대표 김경미입니다. 평화활동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평화,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부지런히 담론장을 만들고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가고 했지만, 광장의 목소리가 법과 제도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에 절망을 많이 느꼈어요. 열정과 절망 사이에서 계속 널뛰기를 하는 것 같아 참 힘들었어요. 이 과정들을 거치며 제도권 정치의 중요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됐어요. 이후 정치경영연구소, 정치발전소 등 정치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육성하고 키울 수 있는 서포터 그룹에서 일을 하다가 현장 경험이 없는 것에 갈증을 느껴 행정 영역(서울시 청년정책담당관 시간제임기제 공무원)에 들어가서 일을 했어요. 이후 촛불 대선이 시작하게 되었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서울시를 그만두고 문재인 대통령 후보 경선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했어요. 대선이 끝나고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하게 되면서 국정 운영을 좀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어요.

섀도우캐비닛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섀도우캐비닛의 정체성에 대해 저희도 계속 질문하고 있지만, 핵심은 두 가지로 얘기할 수 있어요.

첫째, 공공의 문제를 푸는 것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이 섀도우캐비닛에 와서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고, 관점을 다듬고, 함께 사회 문제를 풀어갈 동료들을 만나고, 자신의 팀을 만드는 일들이 마구 일어나게 하는 곳입니다. 섀도우캐비닛 멤버들 중에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분들도 계시고, 현재 지방의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도 있어요. NGO, 국회, 중앙 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언론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공문제를 다루고 계신 분들도 많이 함께 하시는데요. 함께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면서, 직업인으로서의 역량 강화,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 우리의 생각과 경험을 넓혀줄 수 있는 깊고 넓은 네트워크를 기르기 위해 같이 노력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서, 공공의 문제를 푸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커리어 개발과 그들의 선한 마음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함께 작전을 짜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죠.

둘째, 섀도우캐비닛은 좋은 정부가 구성되기를 희망하는 시민들이 함께 와서 토론하는 곳, 좋은 정치란 무엇일까에 대해 함께 얘기하는 곳이에요. 공공 영역에서 일하진 않지만, 동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좋은 공동체,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토론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열어놓고 토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꾸려가고 있어요.

저희는 국정을 운영하고, 그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좋은 정치관을 가지고, 문제 해결 능력을 고루 갖추길 기대해요. 이런 것을 저희는 ‘국정 운영 능력에 있어서 유능함을 갖췄다’라고 이야기하는데요. 그런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국정 운영 능력은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그 점을 우리 사회가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요. 행정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행정부와 입법부가 어떤 상호작용을 통해 국가 정책을 입안하고, 예산을 사용하는지 등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이 없는 분들이 갑자기 장관으로 임명되어서 부처를 이끌기도 하고, 그 조직을 한 번도 다뤄보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그 조직이 수장이 된다는 것, 이게 일반 회사나 다른 기관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잖아요.

정부 운영은 기업 경영과 달라요.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것과도, 글 쓰고 주장하는 것과도 달라요. 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정책 간의 연계성을 확보하여 한정된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일이에요. 시민들과 국회ㆍ행정부, 기업과 단체 등 국가를 구성하는 여러 주체들에게 국정운영 계획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를 통해 국가를 합리적ㆍ효율적ㆍ 통합적으로 이끌어가는 일이에요. 정교하고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팀워크가 필요한 일이죠. 체계적인 훈련과 공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시간을 들여 준비가 많이 필요한 일이고요. 섀도우캐비닛은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한국 사회에 계속 던지고 싶고,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미래의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이끌지에 관한 논의를 계속하고 싶어요.

자신이 풀고자 하는 사회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력도 키우고, 자신과 함께 할 팀도 찾고, 언젠가 공공 영역에서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자신의 목적을 계속 확인하게 도와주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섀도우캐비닛이 가진 비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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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교육하는 곳이 없나요?

우리나라에는 정치인이 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교육도 거의 없을뿐더러 정치인에게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를 토론하는 곳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원래 정당에서 그런 교육을 해야 하는데, 현재 한국의 각 정당이 국정 운영 능력을 갖춘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실무능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기 위한 토론 공간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회를 이끌 선출직 리더들을 키우고 육성해, 공직자 후보를 배출해야 하는 곳인데 말이에요.

섀도우캐비닛을 창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평화운동, 선거제도 개선 운동, 좋은 정치와 좋은 정치인을 키우기 위한 활동, 행정부에서의 경험, 선거캠프에서의 경험, 그리고 섀도우캐비닛까지, 각 단계들을 하나씩 거칠 때마다 가졌던 핵심 질문은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였어요. 각 단계마다 ‘이 문제’의 정의가 달라지기도 했고, 그에 따라 ‘해결 방안'도 달라져왔지만, 그 당시 저에게 가장 큰 화두인 과제들을 풀기 위해 늘 노력해왔던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섀도우캐비닛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사실 분노 때문이었어요. 2019년 조국 전 장관 임명 과정과 2020년 총선 때 기성 정당들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그 과정에서 저와 함께 협업했던 선배 그룹들의 말과 행동들을 보면서 많이 실망했어요. 선배 그룹들이 좋은 말, 가치 있는 이야기들로 우리들에게 꿈을 심어준 것은 맞으나 자신이 말한 대로 살아낼 힘, 자신이 말해왔던 것을 실행할 능력은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화도 많이 났고 낙담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이제 어떻게 할까. 이 질문을 마주하니까 답이 금방 나오더라고요. ‘이제 나의 노동력을 나보다 젊은 세대를 위해 쓰고 싶다.’라고요. 정치연구소, 행정부 등에서 선배 그룹들과 같이 일해 오면서 조직 수장들의 스태프라기보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동료라고 생각하고 늘 일을 해왔는데요.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조직 리더들의 꿈을 구체화하는데 저의 노동력을 썼던 거죠. 19년 하반기와 20년 초반을 지나면서 더이상 그러고 싶지 않더라고요. 선배 그룹들이 정작 자신들이 말한 대로 살아내지 않고 평생을 걸고 주장해왔던 것을 실현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는데 그들의 말을 구체화하는데 나의 노동력을 투여한다는 것이 말이 좀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시민사회와 행정부 등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최대한 빨리 나보다 젊은 친구들과 나눠서, 그들의 시간을 절약하게 하면 좋겠다. 국정 운영 능력을 두루 갖춘 세대가 빨리 튀어나와서 이 세상을 더 좋게 바꿔줬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고 훈련하는 곳, 또 공공의 문제를 푸는 것을 직업으로 삼지는 않지만 좋은 동료 시민으로서 자기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에 내 노동력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게 섀도우캐비닛을 만들게 된 이유죠.

섀도우캐비닛은 실무에 관심이 많아요. 예를 들어 청와대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각 부처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장관이나 차관은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국회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법은 어떻게 만드는지, 조례는 어떻게 만드는지, 지방의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의원이 되려면 어떤 과정들을 거쳐야 하는지 등 이런 것들은 책에서 배울 수 없어요. 실무에 들어가기 전에 그런 얘기를 미리 듣는 것과 듣지 않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서울 시청에서, 그리고 청와대에서도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당황스러운 게 너무 많았어요. 실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면 업무에 적응하다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저는 섀도우캐비닛이 하고자 하는 일이 원래는 정당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현재로서는 그것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심정으로 그냥 저희가 만들었어요. 섀도우캐비닛에서 활동하셨던 멤버들이 자신의 세계관과 맞는 정당을 택해서 그 안에서 좋은 동료그룹을 만들고 그분들과 함께 좋은 정책과 좋은 정당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 리더로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그 정당이 어느 정당이든 상관없어요. 다만, 어느 정당을 택하든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공동의 목표에 대해서 끊임없이 토론하고 서로 합의해갈 수 있는 자세를 가지기만 하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선출직(별정직)들의 인재 육성 시스템의 문제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하며, 정부 부처 인사 시스템과 인재 육성 시스템을 보면서 사실 많이 놀랐어요. 정무직 공무원이라고 볼 수 있는 선출직 공무원, 별정직 공무원 트랙은 인재 육성 시스템 자체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하는 것에 비해서, 시험을 쳐서 국가 공무원이 되는 중앙부처 관료들의 인재 육성 시스템은 너무 잘 되어 있더라고요. 물론 기업이나 또 다른 조직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요.

각 중앙부처 별 인사과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어떻게 하면 해당 부처의 유능한 인재들이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하면서 부처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리더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 였어요. 부처의 인재들은 적절한 때에 보직을 옮겨 다니며 국제 감각, 대국회 관리 능력, 행정 운영, 조직 운영 능력, 정책 능력을 키울 수 있어요.

사실은 우리 사회가 많이 간과하고 있는 게 대통령과 그의 스태프들인 정무직 공무원들, 이건 장차관과 대통령비서실 모두를 포함해요. 국회의원과 보좌진, 지방자치단체장과 그의 정무직 스태프들이 속한 선출직(별정직) 트랙이에요. 중앙부처 관료의 인재 육성 시스템과 별정직의 인재 육성 시스템을 비교해보면 별정직의 육성 시스템이 너무 빈약해요.

관료들한테 요구되는 것과 선출직 리더와 그의 스태프들한테 요구되는 것이 달라요. 관료들은 행정 전문가죠. 예를 들어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국정 운영 방향을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잡으면, 행정 관료들은 그들이 가진 행정 기술을 가지고 그 방향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요. 쉽게 말해 선출직 리더와 그의 스태프들이 배가 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하고, 행정 관료들은 그 방향대로 배가 나아갈 수 있게 배를 굴리는 역할을 하죠.

선출직 리더와 그의 스태프들이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시대 정신을 묻고, 확인하고, 생각을 모으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정부 운영 방향을 정하는데, 여기에 굉장히 탁월한 능력이 필요하죠. 그 과정에서 선거를 통해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관료들과 함께 정부를 운영하는 거예요.

우리가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지만 지금 선출직(별정직) 교육 시스템이 없으면 결국 계속 관료한테 의존하는 정부를 운영할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면 기획재정부, 국토부, 환경부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이 정당의 선출직 리더와 그의 스태프들 안에서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이것은 정당 조직 차원에서 고민을 해야 하는데, 선배 세대가 이 부분에 있어서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단체장,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것에만 관심 있는 것 같고, 정작 국정을 운영할 기회를 가졌을 때 이것을 잘 꾸릴 사람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이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그룹이 눈에 잘 띄지 않아요. 오랜 시간 동안 고민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엔 작게나마 섀도우캐비닛이라는 틀 안에서 그 고민을 풀어보고자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비영리 단체가 아닌 영리법인으로 하게 된 이유가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창업하신 지 1년이 조금 지난 현재 지속가능한 모델의 가능성을 보셨나요?

저는 줄곧 비영리 파트에서 일을 했어요. 섀도우캐비닛은 비즈니스 영역에서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수익을 내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는 정치라는 부분의 전문성이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국회에서 일을 했던 친구들의 입법 경험, 행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행정 경험, 그리고 정무직 공무원들의 정무 경험, 이런 경험들이 사실은 굉장히 고급 경험이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런데 이 영역이 사회적으로 전문가 영역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섀도우캐비닛에서 정치 영역의 전문성이 인정받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비영리기관이 아닌 영리 영역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한번 찾아보고 싶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정치 영역에서 경험을 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쉽지는 않아요.(웃음 + 눈물)

하지만 지속 가능한 모델을 계속 찾는 중입니다. 이를 위해 저와 12년 전에 <가름과 다름 사이 ‘나름’>이라는 청년 커뮤니티를 함께 만들었던, 이후 10년 동안의 창업 경험과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두루 경험을 쌓으신 김희원 대표님도 각자 대표로 영입을 했어요. 김희원 대표님과 함께 아마 내년까지는 계속 실험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꼭 찾아야 해요. 왜냐하면 섀도우캐비닛의 실험을 계속하고 싶거든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이 과정에 많은 분들의 도움과 자문이 필요하답니다. 코드 회원님들, 좋은 아이디어나 제안 있으시면 언제든 이야기해주세요. 들으러 달려갈게요.(웃음)

국정 운영에 관심이 있고 미리 준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먼저 주변 네트워킹을 통한 간접 경험을 통해서라도, 적어도 국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어보고, 입법은 어떻게 되는지, 예산은 어떻게 결정되고 집행되는지, 국회와 행정부가 서로 어떻게 일하는지 등에 대해서 미리 공부하셨으면 좋겠어요.

또 언젠가 정치를 하거나, 국정 운영에 참여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본인의 정치관과 맞는 정당을 택해서 그 정당이 좋은 조직이 될 수 있게 기여를 하고, 그 과정에 좋은 동료 그룹을 만드는 노력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한국 사회 정당 혐오 정서가 워낙 깊다 보니, 눈 맑고 실력 있는 분들이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은 많이 하시지만, 정당 활동은 꺼려하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선출직 공무원을 꿈꾸시는 분들은 무소속이 아니라면 결국엔 정당이라는 곳을 거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런 점에서 시민사회나 자기 전문 분야에서의 리더십뿐만 아니라, 정당 조직 안에서의 리더십 훈련도 미리 꼭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한편 정당을 주요 활동 공간으로 생각하고 계신 분들, 그 안에서 선출직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정당 안에서 인정받는 것과 더불어 사회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소위 말해서 선배의 옷자락 쥐고 공천받을 생각을 하기보다 본인이 대표하고 싶은 이슈에 있어서도 사회적 리더십을 얻기 위해 노력하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청년 주거 문제나 대학생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정당 청년위원회나 대학생위원회 리더들에게 연락을 많이 하지는 않아요. 정당 위원회는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을 최소 1명 이상, 많게는 100명 이상을 둔, 우리 사회 어느 위원회보다 힘이 있는 위원회인데, 사회가 이들에게 해답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죠.

사회적 리더십을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차별금지법을 예로 들면 차별금지법을 풀기 위해서는 사회적 여론을 이끌어 조직화해야 하잖아요. 사회적 여론을 조직한다는 말은 내가 거기에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는 거예요. 중요한 담론을 만들기 위해서 캠페인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위를 하기도 하고 혹은 강연을 할 수도 있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회 변화를 위해 여론을 조직하는 것에 내가 얼마나 기여를 하는가’입니다. 법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라면 그 법을 만들기 위해서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고, 일반 시민들, 시민단체, 언론, 국회의원과 협업을 하는 등의 노력으로 법제화까지 이룰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어떻게든 본인이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언론, 시민단체, 국회, 그리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결국은 그 역할을 한 사람에 대해 알게 되거든요. 그 과정이 리더십을 키우는 과정인 거죠.

멤버십이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기자나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계신 분, 학계나 시민단체에서 일하시는 분, 국회 9급 비서부터 보좌관까지 다양한 영역에 계신 분들이 멤버십으로 참여를 하거나 프로그램을 듣고 계시는데요. 연령대를 보면 1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까지 있으신 것 같아요. MZ세대라고 하는 젊은 층이 좀 더 많이 들으시는 것 같아요. ‘내가 섀도우캐비닛을 안 했으면 90년대생, 2000년대생을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그리고 저희 멤버십에는 여성의 비율이 조금 더 높아요. 관심 주제로 보면 요즘은 젠더 이슈와 기후 위기 이슈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image<민주당 청년과미래정치위와 함께 진행한 '2030 나 정치 좋아하네?' 간담회>

여기서 강연을 하시는 분들 중에 국회의원이나 보좌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분들은 섭외를 직접 하실텐데 강의 제안을 하면 반응은 어떤가요?

다들 흔쾌히 강의 요청을 받아주세요. 그분들도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 해요. “당신의 국정 운영 경험과 네트워크를 다음 세대들과 공유해주세요. 그 경험이 세대를 넘어 축적되게 해주세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거의 다 한 번에 오케이 해주세요. 그리고 오래 활동하면서 리스펙했던 분들을 강사로 주로 모시기 때문에 섀도우캐비닛을 왜 하는지, 어떤 주제를 부탁하고 싶은지 대개는 이해를 해주셔서, 섭외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요? 그리고 프로그램은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나요?

2021년 올봄에 했던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방선거 대성공을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었어요. 정당 경선은 어떻게 진행되고 공천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섀도우캐비닛에서는 그런 과정을 미리 경험한 선배들의 얘기를 통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당원 모집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구의원이나 시의원에 도전하려면 몇 명 정도 당원을 모집해야 되는지 등 정책 준비와 더불어 정당 공천을 어떻게 뚫을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전략을 짜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더불어 현직 지방 의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어요. 지방의원들이 역할과 권한이 매우 큰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의정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올 상반기에는 <지방의원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하반기에는 <현직 기자들과 함께하는 의제발굴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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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국정 운영을 위한 청년 지방의원 의정 활동 아카이빙 프로젝트>

사실은 작년에 강의 프로그램을 위주로 해봤는데 잘못하면 학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의가 수익 측면에서 안정적일 수 있어요. 하지만 강의 프로그램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섀도우캐비닛의 비전을 공유하는 코어 그룹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강의 중심의 사업들을 과감히 접고, 지난 3월부터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한 달에 정치 살롱을 두 번 열고, 슬랙(Slack)을 오픈해서 언제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했어요.

초반에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았어요. 제 지인들과 지인이 추천하는 사람들까지만 신청을 받았어요. 사회 문제에 대해서 신뢰를 가지고 안전하게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에, 그게 가능한지, 서로 리스펙하는 친구들과 먼저 테스트해보고 싶었던 거죠.

그렇게 21년 3월, 4월 두 달 정도 지인 중심으로 운영을 하다가, 5월에 인스타와 페북에 살짝 홍보를 해봤어요. 고민을 많이 하다가 올렸는데 그 게시물을 보고 찾아오신 분들이 섀도우캐비닛과 뜻이 맞는 정말 좋은 분들이었어요. 아직 많이 모호하기도 하고 부족한 점들도 많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섀도우캐비닛 문을 두드려 주시는 분들은, 우리가 어떤 것을 하고자 하는지 대략적으로는 알고 오시는구나 싶어서, 그런 뜻 맞는 분들이 더 많이 찾아오실 수 있게 그 이후부터는 SNS에도 조금씩 홍보를 하고 있어요. 물론 모든 섀도우캐비닛 프로그램은 저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대선을 앞두고 특별히 기획하고 있거나 시도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섀도우캐비닛과 경향신문이 2022년 대선 정치 토크 프로젝트 ‘무가당’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나만 찍을 사람 없어’, ‘나만 찍을 당 없어’ 이런 생각에 답답함을 느끼는 2030 청년 100명과 함께 2022년 1월 6일부터 3월 19일까지 3개월 멤버십을 통해 대선후보를 최종 결정하는 기준과 한국의 정치,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정치 살롱’과 ‘설문조사’ 등을 통해 확인해보는 프로젝트인데요.

1983년 ~ 2003년생이면서, 대선 투표를 하고 싶지만 어떤 후보를 뽑을지 모르겠다는 분, 대선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얻고 싶으신 분, 나와 비슷한 처지의 2030들과 대선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으신 분, 이번 대선에 대한 나의 생각을 언론에 알리고 싶으신 분, 나와 미래 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고민하고 있으신 분들이 참여해주시길 기대하고 있어요.


섀도우캐비닛 살펴보기 https://shadowcabine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