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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Conference] 미디어, 변화의 폭풍 속을 항해하다 (Media in the Age of Digital Turbulence)

김도윤 주식회사 럭키스튜디오 대표, 김작가TV 채널 운영자 | 박진영 어피티 대표 |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 | 최용식 아웃스탠딩 대표 | 김경화 미디어오늘 부설 넥스트리터러시 연구소 연구소장 | 김가현 뉴즈 대표

E Editorial Team 2023년 0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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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미디어, 동력은 실험과 실패, 그리고 열정.

2022 코드 컨퍼런스 ‘미디어, 변화의 폭풍속을 항해하다’ 세션.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냉혹한 시장에서 살아남은 미디어 기업들은 확실히 달랐다. 정보기술 전문 뉴스를 만드는 아웃스탠딩은 포털 바깥에서 7년을 버티면서 입지를 구축했다. 두 차례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더 단단해졌다. 최용식 대표는 “이제는 좀 냉정하게, 트래픽은 안보고 오로지 구독만 보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섯 번째 창업 끝에 재테크 뉴스레터 어피티를 4년째 이끌고 있는 박진영 대표는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건 일종의 루틴이고 의식”이라고 말했다. 주말에 교회를 가는 것처럼 구독자들의 일상의 루틴에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유튜브에서 자기계발 콘텐츠를 만드는 김작가TV의 김도윤 대표는 스스로를 ‘조낳괴’, 조회 수가 낳은 괴물이라고 소개했다. 구독자 수가 170만 명, 김작가TV에서 그동안 인터뷰한 사람만 1000명이 넘고 누적 조회 수는 3억 뷰를 넘어섰다.

이들의 꿈은 더욱 강력한 힘을 갖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하고 생각을 나누고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7월16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에서 열린 2022 코드 컨퍼런스 ‘미디어, 변화의 폭풍 속을 항해하다’ 세션에서는 현장의 미디어 기획자들과 함께 기술의 진화와 플랫폼의 분화에 맞선 콘텐츠의 실험과 도전, 새로운 모색을 이야기했다. ‘살아남았다’고 말하기에는 여전히 하루하루가 처절한 생존 투쟁이고 도전의 연속이지만 이제 막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실험과 실패로 확인한 업의 본질과 열정, 그리고 새로운 꿈, 1시간30분 동안 이어진 열띤 토론에서 이들은 방향과 전략을 숫자와 지표로 이야기했다.

최용식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트래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큐레이션이나 리스티클 같은 가볍고 공유를 부르는 포맷에 집중했는데, 유료화를 시작하면서 여기에 머무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콘텐츠로는 경쟁이 안 됐고 몇 차례 선택과 집중을 거듭하면서 철저하게 다른 콘텐츠로 승부한다는 원칙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한 달에 80건의 영상을 만든다는 김도윤 대표는 “오늘 아침에도 영상 4개를 예약 걸어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채널 전략에서 중요한 것 네 가지 가운데 첫째는 당연히 조회 수고 두 번째가 클릭율, 세 번째가 시청 지속 시간, 네 번째가 구독자 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크리에이터들이 흔히 간과하는 게 썸네일의 중요성인데 아직도 썸네일 이미지를 3개 이상 만들어 놓고 계속 바꿔가면서 반응을 확인하면서 포맷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제가 어제 만든 영상의 썸네일은 ‘죄송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당분간 오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거예요. 그런데 2번은 ‘삼성전자 주가는 이때부터 오를 수 있습니다’였죠. 영상 만드는 건 10시간인데 썸네일은 20분 뚝딱이에요. 그런데 이 20분이 정말 중요합니다.”
틱톡에서 숏폼 콘텐츠를 만드는 뉴즈는 “뉴스 대신에 뉴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Z세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뉴즈의 김가현 대표는 “틱톡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된 어느 날 카페에서 친구와 이야기하다 짧은 영상을 하나 찍어 올렸는데 그게 140만 뷰에 댓글이 1만 개 가까이 달렸다”면서 “미래 세대의 지식과 정보에 대한 니즈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긴 영상을 보던 사람들이 짧은 영상을 볼 수는 있지만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긴 영상을 보는 건 힘들다고 하죠. 이건 집중력의 문제와도 관련이 되는데요. 이 어린 친구들은 2시간 영화 보면 너무 힘들어서 건너뛰기를 하거나 요약본만 본다고 해요. 틱톡이 만든 숏폼 포맷이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쇼츠처럼 계속 커지고 있잖아요? 숏폼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그냥 롱폼이랑 같이 갈 수밖에 없는 트렌드라고 봐요.”

뉴즈가 새로운 세대의 갈증을 간파했다면 데이터 기반 지식 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는 시장의 틈새를 발견하고 공략했다. 언더스코어의 강태영 대표는 “기성 언론의 데이터 저널리즘은 기술 통계와 인터랙티브 시각화에 치중해 왔다”면서 “메시지가 재미없으면 시각화에 공을 들이게 되는데 포맷이 달라졌다고 해서 콘텐츠가 재밌어 지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질문에 답하느냐, 어떤 질문에 얼마나 정확하게, 얼마나 재미있는 데이터로 답을 해줄 수 있느냐, 그게 향후 데이터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포인트이고, 저희 역시 항상 그 포인트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주류의 길을 벗어나 안전한 기득권을 포기하고 모험과 도전을 선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진영 대표는 숱한 창업과 폐업의 경험을 거치면서 뉴스레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주력 플랫폼으로 하면 알고리즘의 변화에 따라 출렁거리게 되지만 뉴스레터는 구독자들의 습관을 바꾸고 일상에 스며들게 된다. 어피티의 경우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고 제목에 광고라고 표시하더라도 개봉률은 3%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김가현 대표는 틱톡의 확장성과 높은 참여도에 끌렸다. 20만 조회 수가 나온 영상에 투표를 붙였더니 8만 명이 참여한 경험도 있었다. 팔로워들의 반응은 꼬리를 물고 확산된다. 틱톡은 ‘이어 찍기’라는 기능이 있어서 김가현 대표의 영상에 누군가가 댓글 형식의 영상을 만들고 여기에 다시 영상이 붙고 하면서 어느 순간 폭발적인 바이럴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미디어 스타트업을 하게 된 계기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 가슴이 뛰는 일을 찾다가 인생을 걸게 됐다. 일 중독자라는 점도 비슷했다.

최용식 대표는 경제신문 시절, 창업자들을 인터뷰하다가 영감을 받게 됐고 더 위험하고 도전적인 뭔가를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7년이 지난 지금은 “뭔가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인생은 계속되고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스케일 업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가현 대표는 뉴즈에서 만든 숏폼 전문 MCN(멀티콘텐츠네트워크) 사업이 새로운 전망이 가능한 단계에 올랐다고 본다. 뉴즈의 구독자가20만 명인데, 뉴즈가 인큐베이팅하는 채널들 구독자를 모으면 720만 명에 이른다.

“아직 숏폼은 완전 초창기 모델이어서 사실 미국에서는 이미 광고 시장이 유튜브에 숏폼으로 넘어갔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제 막 들어오고 있는 시기다 보니까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좀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운 구조예요. 개인한테 거의 광고가 들어 가는 경우가 없고, 다 MCN을 통해서 비즈니스 연결이 되다 보니까 그래서 지금 숏폼에서 이제 MCN 형태로 이렇게 같이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과정입니다.”

박진영 대표는 언론사 지망생이었는데 강정수 당시 메디아티 대표에게 바이스미디어라는 미국 스타트업 이야기를 듣고 토익 공부할 시간에 더 신나고 재밌는 걸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몇 차례 실패를 거치면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 보라는 조언을 듣고 타깃 독자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시작했고 2030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가 돈 문제라는 데서 어피티 ‘머니 레터’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도윤 대표는 “시대를 벗어나는 콘텐츠는 잘 되기 어렵다”면서 “파도는 실력 있는 사람이 탈 수 있지만 그 어떤 서퍼도 파도를 만들 순 없다”고 강조했다. “콘텐츠를 만들 때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고 이 시대의 사람들은 지금 뭘 찾고 있을까 살펴보면 방향이 보인다”는 이야기다.

김가현 대표는 “뉴즈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일곱 살 구독자들에게 언젠가 뉴즈가 꿈의 직장이 될 수 있도록 오래 살아남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좋은 콘텐츠들이 많이 필요한 시장이어서 굉장히 큰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콘텐츠가 필요해요. 왜냐하면 이제 춤추고 노래하는 건 너무 많거든요. 시장에 없는 콘텐츠, 내가 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으시면 충분히 아직 기회가 많이 열려 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가현 대표의 이야기다.

올해 코드 컨퍼런스의 전체 주제는 “거대한 응전이 시작되다”였다. 무엇에 대한 응전일까? 세션 모더레이터로 참여한 나는 이 응전(response)이라는 개념을 공유와 개방, 참여, 웹의 기본 철학과 원리, 민주주의와 공론의 장을 위협하는 사적 이해 관계와 욕망, 기득권의 반격과 질서의 왜곡에 맞서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코드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콘텐츠 혁신을 통한 사회 혁신이라면 나는 지식 커먼즈로서의 미디어와 저널리즘이 그 도구 또는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지식의 공유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우리에게는 더욱 강력한 지향과 전략, 더 많은 토론과 투명성, 그리고 신뢰가 필요하다. 거대한 응전은 이미 시작됐고 우리는 이 전쟁에서 이길 거라는 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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