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s

커먼즈의 확장: 우리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CC(Creative Commons)에서 C.O.D.E.(Commons Openness Diversity Engagement)로

윤종수 2018년 03월 21일

커먼즈(Commons)는 모든 이가 효용을 누려야 하는 ‘비배제성’이 본질적 속성이지만 한 주체의 이용이 다른 주체의 편익을 감소시키는 ‘경합성’ 때문에 그 지위가 흔들린다. 자유롭게 참여하는 합리적이지만 이기적인 주체들이 야기하는 공유자원의 남용, 파괴라는 딜레마는 늘 커먼즈를 관통하는 주제이다. 울타리로 ‘비배제성'을 제거하여 자원의 지속을 담보하는 다양한 ‘인클로우저' 사례들은 개럿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으로 힘을 받지만(사실 이 논문의 주된 주제가 인구문제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다) 그 순간 커먼즈는 사라져 버린다. 사유재산권의 거침없는 질주와 간혹 등장하는 국가통제의 틈에서 허덕이던 커먼즈는 일리니어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가 오랜 연구 끝에 어장, 산림, 지하수, 관개시설 등의 공유자원들이 참여자들 스스로의 합의에 따라 지속되어 왔음을 보여줌으로써 뒤늦게나마 이론적 근거와 함께 제3의 대안으로 주목받게 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커먼즈에 힘을 불어넣은 건 전통적인 커먼즈와 달리 ‘비배제성’과 함께 ‘비경합성’을 갖는 정보 자원이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오픈 디지털 플랫폼에서 공유에 기반한 개인 생산(Common-based Peer Production)으로 만들어 낸 리눅스(Linux)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코드(code)들은 디지털 커먼즈(Digital Commons)의 가능성과 위력을 보여주었다. 경합성이 없는 무형물인 정보는 전통적인 공유자원의 딜레마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 전체의 후생을 고려하지 않는 자원의 과다소비로 인한 남용 문제는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몇까지 특별한 효용을 갖는 정보들을 제외하고는 정보자원의 보편적 소비는 전체의 후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보생산의 인센티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으로 인한 과소생산의 문제와 그 어느 인클로우저보다 강력한 지적재산권 체제로 커먼즈의 복원이 쉽지 않았지만, 기존의 커먼즈를 회복하는 것을 넘어 참여자들이 함께 하는 커먼즈의 생산과 이어지는 재생산, 그리고 그에 수반하는 혁신의 확산이라는 강력한 동력으로 극복해 나갔다. 그전까지의 커먼즈가 접근성과 지속성의 확보라는 다소 방어적인 기제였다고 한다면 디지털 커먼즈는 보다 적극적인 가치 창조와 커먼즈의 재생산이라는 모습으로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코드에서 시작된 디지털 커먼즈는 다양한 정보로 확대되면서 열린 콘텐츠(Open Contents), 열린 지식(Open Knowledge) 등의 정보 커먼즈로 이어졌다. 이것이 21세기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인터넷의 자유 문화(free culture) 운동이었고, CC Korea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디지털 커먼즈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커먼즈 자체에만 있지 않다. 오픈 플랫폼에서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오스트롬 교수가 언급한 ‘실수를 범하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행동과 그로 인한 결과의 비용과 편익을 염두에 두지만 자기이익의 노예가 아니라 규범을 내재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개인과 전체의 이익을 스스로 조정하는 자치의 가능성을 경험한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사회적 관계성에 중점을 두면서 시장과 국가의 틈에서 거의 사라질 뻔한 공동체의 부활 역시 경험하였다. 보편적인 일반성(generality)과 함께 각 커뮤니티마다 존재하는 특수성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구현되는 지역성(locality)과 다양성(diversity) 역시 새삼 실감하게 된 사회적 원리이다. 이와 같이 공유자원인 커먼즈는 자원의 관리와 분배에 관한 기본 원리로 확대되고, 더 나아가 그 과정에서 터득하게 되는 자치성, 문화적 특성, 민주성, 다양성, 사회성 등 삶의 원리와 체계로 발전되었다. 이는 다시 커먼즈 자체의 확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논의되는 많은 사회적 쟁점들이 커먼즈로 치환되고 있음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공간가치를 소유권을 가진 이와 공간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공공의 인프라가 함께 만들어 낸 커먼즈로 파악하여 그에 대한 관리와 처분 역시 커먼즈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대응, 복지는 시장이나 개인, 또는 국가가 처리해야 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공동체에 의하여 구성원들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구성되어야 한다는 복지 커먼즈, 우리 사회의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이 자치적인 절차와 개방적인 접근성이 보장되는 직접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해결이 되어야 한다는 공론장으로의 커먼즈, 이처럼 커먼즈로부터 도출된 삶 및 사회 원리는 다시 새로운 커먼즈를 만들어 내며 진화하고 있다.

CC Korea도 이 진화의 길을 따라가기 원했고 그래서 C.O.D.E.가 되었다. 10년간 글로벌 플랫폼 위에서 보편적인 디지털 커먼즈의 확산과 혁신을 추구했던 CC Korea는 지역성의 기반 위에서 커먼즈 리더쉽을 발휘하며 열린 사회와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C.O.D.E.로 나아가고자 한다.

커먼즈 랩(Commons Lab)은 이를 위해 C.O.D.E.가 해야 될 두 가지 작업을 담당한다. 커먼즈 랩은 무엇을 커먼즈로 파악할 것인지, 그 커먼즈를 어떻게 만들어 내며, 그로써 우리의 삶과 공동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끝없이 질문하고 답을 구하고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커먼즈는 결코 간단하지 않고 때로는 모순되며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충돌되고 계속 진화한다. 커먼즈 랩이 미디어로서 기능하고자 하는 이유도 그러한 질문과 답을 끊임없이 던지며 공동체와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커먼즈 랩은 그 질문과 답이 실험되고 실현될 수 있는 기술을 모색할 것이다. 커먼즈는 기술로 실현된다. 전통적인 공유자원으로서의 커먼즈가 계나 두레와 같은 사회적 기술로 실현 되었고, 디지털 커먼즈가 네트워크 기술과 CCL, GPL 등의 법적 기술로 가능하였듯이, 커먼즈의 실험은 사회적 기술, 네트워크 기술, 법적 기술이 포함된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실험결과는 다시 미디어에서서 다루어지면서 새로운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렇게 다시 10년이 지났을 때 우리는 또 한번의 진화를 목격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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