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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셀카: 이 사진의 주인은 누구인가

지적 재산권과 퍼블릭 도메인, 동물권과 소유권이 충돌한 어떤 흥미로운 법정공방

박상현 2018년 03월 21일

많은 사진작가들이 그렇듯 영국의 사진작가 데이빗 슬레이어(David Slayer)의 꿈은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자신의 사진이 실려서 유명해지는 것이었다. 10년 전인 2008년, 슬레이어는 그런 꿈을 안고 인도네시아의 한 섬으로 갔다. 그 섬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개체 수의 80퍼센트가 감소한, 멸종위기의 원숭이 셀레베스 "도가머리" 마카크(celebes crested macaque)라는 원숭이가 살고 있었고, 그는 그 원숭이들을 가까이에서 찍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섬에 도착해보니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원숭이들은 슬레이어가 망원렌즈를 들이대는 순간 얼굴을 돌려버리기 일쑤였고, 그는 며칠이 지나도 쓸 만한 사진을 한 장도 건지지 못했다. 다급해진 슬레이어에게 기가 막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호기심 많은 원숭이들 사이에 카메라를 놔두고 자신은 물러서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영리한 원숭이들은 슬레이어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내내 지켜봤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셔터를 누르는 방법을 깨달았고, 찰칵찰칵 사진이 찍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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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셀카(Monkey Selfie)"라는 별명이 붙은 걸작 사진은 바로 그렇게 탄생했다. 카메라를 이리저리 만지던 원숭이 한 마리가 카메라 렌즈가 자신을 향하게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른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사람처럼 카메라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활짝 웃은 것이다. 슬레이어는 뛸듯이 기뻤다. 드디어 그에게도 유명해질 기회가 온 것이다!

위키피디아와의 싸움

슬레이어는 곧바로 그 원숭이 사진을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보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 잡지가 원하는 사진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진은 생각지 못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영국의 대중지 데일리 메일(Daily Mail)이 슬레이어의 사진을 "Monkey Selfie"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후, 전세계의 언론 매체에서 슬레이어의 사진을 싣겠다고 요청해온 것이다. 비록 내셔널지오그래픽에는 싣지 못했으나, 여러 매체에서 저작권료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슬레이어는 자신의 사진이 위키피디아의 마카크 원숭이 항목에 버젓이 실린 것을 발견했다. 자신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기는 커녕, 자신에게 허락도 구하지 않은 위키피디아에서 자신의 사진을 가져단 쓴 것을 확인한 슬레이어는 위키피디아에 이메일을 써서 "저작권료를 내거나, 사이트에서 내 사진을 내리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위키피디아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사진은 원숭이가 찍은 것이고, 원숭이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copyright)을 가지지 못하며, 따라서 그 사진은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위키피디아의 설립자 지미 웨일즈(Jimmy Wales)와의 긴 싸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웨일즈는 아예 위키피디아의 위키매니아 컨퍼런스 장소에 슬레이어가 찍은 사진을 걸어두고 참석자들이 사진을 마음껏 찍게했고,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을 주장했다.

PETA의 변호사들

인류가 가진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라는 이상으로 전세계에서 운동을 벌여온 지미 웨일즈와는 싸움만으로도 일개의 이름없는 사진작가로서는 벅찬 일이었다. 게다가 많은 변호사들이 "셔터를 누른 것이 원숭이라면" 그 작품은 원숭이가 만든 것이고, 동물이 만든 작품에 사람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의견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진짜 강적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동물권 옹호단체인 PETA(People for Ethical Treatment of Animals)가 사진에 찍힌 (정확하게는 사진을 찍은) 원숭이를 대신해서 슬레이어에게 소송을 건 것이다. PETA의 변호사들은 금치산자나 어린아이 처럼 직접 소송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타인이 대신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미국의 법을 이용해 사진에 등장한 원숭이와 그가 속한 무리의 원숭이들을 대신해서 사진작가를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이다. 슬레이어가 사진을 찍는 바람에 원숭이들이 피해를 입었고 (이 부분은 후에 판사에 의해 기각되었다), 슬레이어가 찍은 사진은 원숭이에게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그 수익은 원숭이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수년 동안 길고 지루한 법정공방이 이어졌고, 슬레이터는 자신이 그 사진으로 번 돈 보다 더 많은 손해를 보고, 개인적인 삶마저 피혜해지고 난 후에야 PETA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사진으로 번 돈의 25%를 야생동물 보호기금으로 사용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슬레이터는 영국의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그 모든 일 덕분에 전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던 멸종위기의 인도네시아 원숭이들에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감사했다. 전에는 원숭이들을 잡아먹던 섬주민들도 이제는 그 원숭이들을 '셀카 원숭이'라고 부르면서 보살펴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키피디아는?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지금도 위키피디아에서 'Monkey Selfie Copyright Dispute를 검색하면 문제의 사진이 그대로 걸려있다. "Public Domain"이라는 표시와 함께. (물론 이 글에 삽입된 사진도 그곳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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