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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미래의 전자정부를 이야기하자

따뜻한 정부, 친절한 정부가 목표여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전체적인 리더십이 분명해야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E Editorial Team 2018년 09월 28일

지난 9월 12일,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는 김국현 IT 칼럼니스트가 진행하는 'Forum IT 딥토크 이벤트'가 열렸다. '이제는 미래의 전자정부를 이야기하자'라는 주제로 사단법인 코드의 윤종수 이사장과 오원석 이사가 패널로 참여한 대화를 정리했다. 내용의 분명한 전달을 위해 가벼운 편집을 했음을 밝힌다.


열린정부운동과 코드

김국현: 다양한 커먼즈 중에서 정부가 가진 것들을 열자는 의도로 많은 운동을 해오셨는데요.

윤종수: 2009년에 공공데이터 쪽 일을 해보기 시작했어요. 그 해에 아이폰이 한국에 도입되면서 소위 "서울버스 사건"이 있었죠. 서울, 경기도 등이 가지고 있던 데이터를 긁어다가 서울버스를 앱을 만들었는데, 정부의 데이터를 가져다가 썼다고 형사고발을 하겠다는 말까지 나왔죠. 그 케이스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공공 데이터의 개방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저희가 '정부 2.0’이라는 책도 번역해서 소개하고, 그 책을 꼭 봐야하는 100인의 공무원들에게 보내는 운동도 했구요.

이제는 몇 년 째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자괴감도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부2.0을 이야기한) 호주는 2010년에 이미 많은 열린정부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 관계자의 말이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벌써 십 년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건 어느 나라를 가도 다들 비슷한 실정입니다.

플랫폼으로서의 정부

김국현: 서울버스의 사례는 government as a platform의 전형인데요, 한국의 현재 상황은 어느 정도까지 왔나요?

오원석: 서울버스 앱은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공공부문에서 그동안 나아진 것도 있지만, 정말 더딘 것 같아요. 정말 끈기가 필요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지치는데, 그럴 때 끈기가 필요합니다. 공무원의 작업 방식이 다른 것은 이해는 합니다만.

김국현: '서울페이' 같은 것도 시작한다고 하는데 정부가 하고 싶은 사업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민사회 입장에서는 여전히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오원석: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이슈가 있으면 공공에서 먼저하고 민간에 양도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공공에서도 고민은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팀 버너스 리 같은 인물들이 한국에는 없는 것 같다.

윤종수: 우리나라는 정부가 많은 일을 합니다. 고민도 많고, 똑똑한 분들도 (공무원들 중에) 많습니다.

하지만, 정부3.0을 정부가 들고 나왔을 때는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2.0을 이야기하는 게 전부였는데... 당황스러웠던 것은 당시 상황이 이전 보다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지지 않았는데, "3.0"이라는 단어, "전자정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니까, ‘아, 이거 용어가 마구 사용되는 것 같다’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버넌스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만 들어가니까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사람들은 실망하는 악순환이 될 우려였습니다.

물론 일을 많이 하시는 것에 비해 변화는 많지 않았습니다.

김국현: '정부2.0’이라는 책이 정부에 배달되었으니 ‘우리는 3.0을 하자’고 한 건 아니었을까요? (웃음) 플랫폼은 뒤로 빠져있어야 하고 눈에 띄지 않아야 하는데, 결국 조직적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요? 사업을 하고 눈에 띄어야 인정을 받는데, 그러다보니 자꾸 눈에 띄는 일만 하고 진정한 플랫폼 역할을 하지 않게 되는 것 아닐까 싶어요.

오원석: 맞아요. 그 조직에서의 성과가 중요한 듯 합니다. 거기에 더해담당자들의 상명하달 구조를 깨기도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절차와 제도를 개선할 수는 없을까?

김국현: 영국의 사례를 들어보면 한국과 달리 그 나라에는 (진행하는 주체에) 권한도 많이 주어지는 듯 하다. 거기에 비하면 법제와 문화가 모두 다른 한국의 경우는 쉽지 않아보인다.

윤종수: 우리의 이야기가 막연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요. 문제는 얽혀있는데 풀기 힘든 이유는 우리의 정부가 수준이 높고 잘 짜여있어서 힘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조직에서는 문제 해결이 심플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위 ‘레거시 시스템legacy system’이 있는 곳, 이미 작업dml 형태, 일의 처리 방식, 대민 시스템이 이미 잘 통하고 돌아가던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그렇게 나름 잘 돌아가다가 그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을 수도 있고, 체질의 문제일 수 있어요. 꽉 짜여진 레거시에서 발전하려고 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일하겠다는 것은 의지가 있어도 힘들고, 그런 의지를 갖기도 힘듭니다.

김국현: 한국의 정부 시스템도 PC에서만 사용한다면 아주 잘 돌아갑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죠. 어떻게 좀 해야, 뭔가 해야 하지 않겠나요? 이게 짓궂은 질문일까요?

오원석: 분명한 것은 개선해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국이나 싱가포르의 경우도 끌어갈 수 있는 전문가들 중에서 누가 해야 하느냐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그걸 주도해야 하는 행안부는 그런 작업을 진행하기에는 너무 약하다는 느낌입니다.

영국의 경우 오픈데이터를 '캐비닛 오피스Cabinet Office'에서 다루는데, 우리나라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윤종수: 우선 정부 안에서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이건 단순한 데이터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정부에 대한 이야기이고, 한 부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단순한 데이터 이슈라고 생각하고, 전자 정부를 단순한 서비스의 문제로 접근하면, 부처의 업무로 축소됩니다. 정부 전체가 주도해야 하는 수준의 문제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체질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둘째, 이걸 과연 공무원이 끌고 가야 하느냐의 문제가 있습니다. 내부자의 딜레마라는 것이 있어요. 구성원들은 변화가 힘든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런 이유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변화의 힘은) 외부에서 들어와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걸 ‘위원회’로 해결합니다.

위원회의 전문성은 둘째치고, 위원회라는 조직이 과연 효과적이냐는 의문이 있습니다. 위원회는 한계가 있어요. 민간인들이 정부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서 특별조직이 만들어지고, 내부의 데이터를 보면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그렇게 하는 곳에서 변화가 나타납니다. 조직의 문제이고, 예산의 문제이며, 권한의 문제입니다.

정부 전체가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외부의 조직이 들어가서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내부자들이 주도하고 외부의 위원회 정도가 조언을 하는 식으로는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습니다.

김국현: 그래도 외국에서는 정부 내에서 변화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닐까요?

오원석: (더 급한) 현안이 많아서 그럴까요?

말만 하는 사람 말고,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싱가포르의 거브테크 같은 걸 만들어도 왜 그곳만 도와주냐는 차별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겁니다.

김국현: 정부의 역할이 너무 크지는 않나요?

윤종수: 너무 큰 게 사실입니다. 기업도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움직이는 방식이 다릅니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가 시도했다가 실패를 하면 파장이 민간에 비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실패에 대한 불안을 제거하지 못하면 새로운 일을 하지 못합니다. 액티브 엑스 같은 문제가 그래서 과거에 진행이 안된 겁니다. 그게 정부의 변신을 막아요. 정부나 정부의 역할을 탓하는 여론이 생기는 문화에서 정부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과연 시민들이 열린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겠느냐.. 정부로서는 불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의 역량도 해봐야 커지는 겁니다. 당장 효과가 나지 않으면 양쪽 모두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꾸준히 해서 선순환의 피드백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과거의 시스템이 반복되고, ‘왜 안하느냐’는 말만 나올 거다.

답은 "작은 것부터라도 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도 한 번에 변할 필요는 없고, 선순환이 일어나도록 시작해야 합니다.

정부의 ‘생태계’는 가능한가?

김국현: 생태계는 이중적일 수 있습니다. 생태계는 온실이 아니고, 거기에 가면 죽을 수도 있는 정글일 수도 있습니다. 성장의 가능성도 있지만 죽을 가능성도 있는 곳입니다.

윤종수: 저는 생물과 환경이 상호작용을 한다고 봅니다. 개별적인 예를 이야기하지 말고, 전체를 보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생태계를 보는 시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렇게 보는 습관은 아직 없고, 개별 서비스만을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김국현: 그래서 앱만 많이 만들어내는 것 같고, 다들 '전자정부’라는 말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금정산을 도와주는 것이 전자정부가 아닌데 말이죠.

거브테크Gov Tech의 미래

윤종수: 모든 영역에 기술이 들어가서 작동하는 방식, 관계, 사업모델 등의 인프라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 방식이 정부에 들어가는 것이 거브 테크이고, 그런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 게 전자정부인데, 지금은 '전산’의 개념에 그치고 있어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어떻게 작동하느냐의 문제인 거죠. 그게 해결되지 않으면 거브 테크는 또 하나의 앱 만들기에 그칠 것 같습니다.

오원석: 많은 기술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걸 민간에서 할 수 있도록, 그런 산업이 생길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합니다. 가령, 그 발전에 __필요한 데이터를 민간이 사용하게 해줘야 하는데, 우리는 정부가 ‘우리가 먼저 해볼게’하는 식이예요.

정부이기 때문에 생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고, 민간이 만들어낼 수 없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그래서 각각 효용성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모두 포함한 것이 거브 테크이구요.

김국현: 정부도 다른 민간 조직처럼 절실하게 스스로 바뀌기 위해서 테크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고, 정부가 민간조직이 직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는 그 두 가지에서 모두 거꾸로 가는 것 같습니다.

오원석: 거꾸로 가는 것 까지는 아니라고 보지만, 너무나 더딥니다.

앞으로의 비전

오원석: 비전 이야기에 적절한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해낸 일이 촛불혁명입니다. 정부도 많이 바뀌어야 하지만, 시민도 바뀌어야 합니다.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만나게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이 불만을 가지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죠. 그런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도록 조직을 해주는 일을 우리사회가 아직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과 같은 자리가 그런 자리라고 본다.

김국현: 정부조직 내에 역량과 비전이 있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이 민간에서라면 스타트업을 만들텐데, 또 다른 정부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오원석: 일본사람들과 회의 석상에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도 저쪽도 의견을 내는데, 일본에서는 특정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주도적으로 책임과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실무자에게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실무자가 더 잘 아는데 정작 결정은 위에서 합니다.

윤종수: 앞서도 말했지만, 이제까지 일해온 방식에서 벗어나는 게 힘듭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생각은 또 다릅니다. 자, 그럼 새로운 구성원이 조직을 바꾸느냐, 조직이 새로운 사람들을 바꾸느냐의 문제가 생깁니다. 그럴 경우 조직내의 문화가 어느 쪽으로 진전되는지를 결정합니다.

이전의 패턴을 쫓아가는 게 편하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구성원들이 바뀌어야 하고,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봐야 합니다. 공무원들은 자꾸 외부인들을 불러들이려고 하시는데, 그러지 말고 공무원들이 밖으로 나와서 봐야 합니다.

위원회에 많이 참석한 사람들은 상처가 많습니다. 의욕을 가지고 참석했다가 내가 전달한 의견이 아무런 반영이 되지 않는 것을 경험하면 서로의 관계만 악화됩니다. 정부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친철해졌어요. 하지만 그 다음에 일처리를 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일이 있었어요: 재판 후에 선고를 했는데, 결과를 듣고 사람들이 난동을 부린 거예요. 그들의 하소연을 다 들어주고 나서 기각이 된 것 때문에 그랬던 겁니다. 친절하게 들어주다보니 기대를 했다가, 크게 실망한 거죠. 친절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일하는 방식은 똑같은데, 친절이 참여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쓸데없는 기대만 키우고 실망만 커집니다. 따뜻한 정부, 친절한 정부가 목표여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리더십입니다. 전체적인 리더십이 분명해야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변화된 환경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자꾸 정부 안으로 들어가서 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김국현: 결국 (정부과 민간이) 섞여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정부) 내부에 존재하는 체인지 에이전트change agent에게 한 말씀:

오원석: 끈기를 가지십시오.

윤종수: 정부, 공무원이 힘든 것 잘 압니다. 저희가 그걸 몰라서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상처를 입어도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도 그래서이구요. 하지만, (정부) 바깥에서는 힘이 없습니다. 힘들어도 좀 더 효율적으로 그 과정을 밟아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이라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코드도 항상 고민하고, 연구합니다. 시민들에게서 싫은 소리가 많이 들려도 열린 마음으로 전향적으로 판단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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