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감염병의 수장 파우치 박사의 과거
How Anthony Fauci Became America’s Doctor
잘 알려진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소독제를 주사해보라는 식의 가짜 과학 이야기를 하고 있고, 경험이 전무한 사위에게 의료장비 생산과 보급을 맡겨두는 등 현재 미국의 팬데믹 대응은 총체적 난국.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 소장인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박사는 트럼프의 백악관이 실패한 코로나19 방역이 완전히 산으로 가는 것을 막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파우치는 미국에서도 "1980년대 미국에서 HIV 에이즈가 처음 등장했을 때 대응을 책임졌던 인물"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에 뉴요커에서 파우치를 수십 년 동안 잘 알고 취재해온 뉴요커의 마이클 스펙터(이런 기자가 있다는 게 뉴요커의 힘)가 파우치가 어떤 인물인지 자세하게 설명하는 피처 기사를 썼다. 핵심은 파우치가 미국이라는 나라가 전염병에 대처하는 방법을 바꾼 인물이라는 것. 그가 다섯 명의 게이 남성들이 동시에 같은 병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후부터 벌어지는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것 처럼 생생하다.
2. 팬데믹이 남길 '불쾌한 골짜기'
The 90% economy that lockdowns will leave behind
이코노미스트의 이 기사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1970년대 일본의 마사히로 모리 교수가 했던 주장, 즉 사람을 닮은 로봇이 가장 불쾌하고 섬뜩하게 느껴지는 시점은 사람에 90% 정도 근접한 지점이라는 이야기를 팬데믹 상황에서도 돌아갈 세계 경제의 모습에 적용한다.
이탈리아처럼 경제를 사실상 완전히 정지시키고도 코로나19 감염병을 잡지 못한 나라들은 25%, 한국처럼 완전히 멈추지 않고 관리에 성공했거나, 중국처럼 완전봉쇄 후 빠르게 경제활동을 재개한 경우 10%의 GDP감소가 예상된다. 하지만 그렇게 줄어든 90%의 경제는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사람들이 교류를 꺼릴 뿐 아니라, 창조력도 떨어지는 이상한 모양을 하게 된다는 것. 팬데믹 시대의 경제를 이야기한 가장 흥미로운 기사 중 하나. (페이월 있음)
3. 소프트뱅크의 이상한 투자
SoftBank Is Funding Every Side of a Bruising Startup Battle
세계 최대의 벤처 펀드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퍼진 것은 작년부터다. 워낙 거대한 펀드이고, 그동안 실리콘밸리의 펀드가 작동하는 룰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평을 들어온 펀드이기 때문에 비전펀드의 결정은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전세계 테크기업과 투자자들의 관심사. 따라서 근래들어 비전펀드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분석기사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기사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이 기사. 멕시코시티에서 일어나는 음식배달업체들의 이상한 경쟁을 살펴보면서 비전펀드의 작동방식과 손정의의 투자철학을 점검하는 아주 흥미로운 글.
4. 중국의 영화판을 노리는 테크기업들
How China’s Tech Giants Charged Ahead When Coronavirus Shut Down Cinemas
미국에 이어 세계적으로 두번째로 큰 극장영화시장인 중국. 코로나19로 모든 극장들이 문을 닫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극장이 문을 닫아야 했다. 특히 중국 최대의 명절이 춘절 기간에 흥행을 노리던 영화들은 크나큰 타격을 입어야 했다. 그런데 한 영화 제작사가 도박을 했다. 세계적인 영상플랫폼을 운영하는 테크기업에게 상영권을 넘긴 것.
그 테크기업은 틱톡(TikTok)의 바이트댄스. 롱폼(long-form) 영상 콘텐츠 시장을 노리는 바이트댄스와 춘절흥행을 노리던 영화사 모두 윈윈하는 결정이었지만, 이는 동시에 중국 영화산업의 미래와 테크기업들의 경쟁구도 변화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되기도 했다. 헐리우드 소식에 가장 빠른 버라이어티(Variety)에서 중국 테크기업에 관한 심도있는 기사를 읽게되는 것 자체가 변화한 세상을 보여준다.
5. 유럽 야간열차의 매력
The Enduring Romance of the Night Train
뉴요커는 요즘 세상에 누가 관심이나 있을까 싶은 뜬금없는 내용의 기사를 엄청난 퀄리티로 소개할 때가 종종 있다. T.S. 엘리엇,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같은 문인들의 이야기부터 열차의 역사를 넘나들며 유럽의 야간열차가 가진 낭만을 이야기하는 이 글이 그렇다. 저자는 뉴요커의 영화평론가답게 영화 이야기도 함께 엮어낸다. 요즘 세상일과 상관없는 아련한 글 한 편을 읽고 싶다면 이 글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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