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행 및 정리: 코드 김수향 매니저
(코드포재팬 할 세키 인터뷰 (1)에서 계속)
일본 정부의 디지털화는 얼마나 진행되어 있나?
코로나19 전에는 많은 지방정부는 국가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각각의 지방정부는 다른 디지털 포맷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일본의 마스크 보급 실패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전국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것이다. 일본정부는 10만엔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려고 하는데 이 역시도 지방정부의 관리들에게 매우 많은 업무를 요구한다. 개인의 신분과 은행계좌를 확인하고 허위정보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종이 서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업무량이 많고 예산도 많이 든다. 지방 자치단체와 중앙정부는 통합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
코로나19 전에는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 방식보다 우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디지털 방식이 우선된다. 사람들은 시청에 가지 않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코드포재팬도 지방정부의 디지털화를 돕고 있다. 우리는 이미 어떻게 통합하는 것이 더 나은 합리적인 방법인지 탐구하는 스터디 그룹을 시작했다. 만약 어떤 지방정부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그 소프트웨어의 오픈소스를 공개하면, 다른 지방정부가 그 지역에 맞게 변경하여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그런 오픈소스가 지방 정부 시스템의 표준화를 위한 하나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일본정부에서 디지털화가 더딘 원인은 무엇인가?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정치적 원인이다. 일본의 지방자치제도에 따르면 지방정부가 자신들의 시스템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자치단체에 하나의 시스템 혹은 기술을 사용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일본에는 1,700여 개의 지방정부가 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시스템을 연결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데이터와 데이터세트, 시스템, API 등을 표준화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그러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예산이 부족한 지방정부들이 있다.
그런 시스템은 종종 대형 시스템 통합업체(system integrators)들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 매우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한 예산을 정하는 데 있어 우선순위는 각 지방 정부마다 다르다. 데이터세트를 바꾸거나 API를 만드는 것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자치단체가 있는가 하면,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의 디지털 환경과 시스템이 갖추고 있는 곳들도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사실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다. 코드포재팬에서는 지방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데이터 아카데미"라는 워크샵을 열어 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을 초대하고, 그들에게 실무에서 어떻게 데이터를 사용하는지 가르쳐준다.
워크샵에서는 먼저 자치단체에서 데이터 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그 다음 우리는 그들에게 업무 내용과 업무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고 업무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을 생각한다. 함께 고민해보고 아이디어를 낸다. 그리고 나서 그들에게 다음 시간에 업무에 사용하는 데이터를 가져오라고 말한다. 그 다음 시간에 그들이 어떤 데이터를 가져오면 우리는 툴을 사용하여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고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지리정보시스템: 지도를 만들고 지리정보를 분석하는 툴. 가령, 어떤 지역에서 가장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지를 분석하여 지역에서 더 나은 정책을 만들 수 있다)와 같은 것을 활용하여 그들의 업무를 향상시킬 방법을 찾는다. 그런 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공무원들이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안다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종이 지도를 사용하는 것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서버에 전송하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도쿄 COVID-19 대책 사이트' 구축이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 웨비나에서 소개했으니 참고해달라.
얼마나 많은 지방자치단체에 이런 기회를 제공했나?
약 60개의 지방정부로 그렇게 많지는 않다. 우리는 현(縣) 단위로 워크샵을 열려고 한다. 현에서 시 단위의 자치단체를 초대할 수 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워크샵을 열고 있다. 많은 지방정부를 워크샵에 초대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공무원과의 협업은 조직문화의 차이로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 일본은 어떤가?
아마 공무원과의 협업의 어려움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어떤 직원들은 과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도움을 많이 주기도 했다. 또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코드포재팬에서 면담을 통해 결정한 사람을 펠로우로 일정 기간동안 고용하였고 그 사람이 중간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일본 사회에서 코드포재팬이 커뮤니티로서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
일본은 많은 지방정부가 있는 커다란 나라이다. 우리는 전국적으로 하나의 시스템을 가지기 어렵다. 그러나 전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코드포 그룹과 협력할 수 있다. 코드포재팬은 풀뿌리 커뮤니티이다. 80개 이상의 지역에 코드포재팬 커뮤니티가 있다. 그리고 지방정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지방정부에 네트워크가 있다. 풀뿌리가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직접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풀뿌리 조직을 통해 우리는 디지털화와 관련한 각 지역의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생각할 수 있다. 지방정부 간에 공식적으로 접촉하여 협상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개인 간에 만나서 이야기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바로 우리의 강점이다.
게다가 우리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많다. 우리가 정부에 기술과 디자인 등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슬랙에 참여하는 우리 커뮤니티 멤버가 2000명 이상이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현 상황을 해결하고 싶어한다.
사람들이 시빅해킹(civic hacking)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어려운가? 어떻게 참여를 유도하는가?
코로나19 전후로 상황이 많이 변했다. 이전에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힘들었던 이유는 그들이 시빅해킹의 중요성을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시빅해커와 협력할 만한 이슈가 많이 없었다. 그리고 시빅해킹이라는 것이 그렇게 멋진 일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정부 사람들에게도 시빅해킹은 매우 귀찮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시빅해킹에 참여하는 데에 있어 매우 높은 장벽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함께 모든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심각한 문제들이었고,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동일본대지진 이후의 현상과 비슷하다. 그 당시에는 사람들이 상황을 변화시키고자 뭔가를 하고 싶어했는데, 지금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코드포재팬에 참여하고 도쿄 COVID-19 대책 사이트를 이용한다. 우리는 상황이 더 나아지게 만드는 방법은 시빅 테크(civic tech, 시민기술)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뭔가를 할 기회를 얻으려고 한다. 최근에 우리는 해커톤을 많이 열었고, 또 온라인 토크 이벤트도 매주 열고 있다. 워크샵, 토크 이벤트, 스터디그룹에서 토론을 한다. 사람들이 우리의 활동을 볼 수 있다.
최근들어 코드포재팬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개발자로 참여해 우리의 프로젝트에서 시스템 개발에 아주 활발하게 기여하고 있다. 현 버전의 도쿄도 코로나19 대시보드 제작에는 고등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다.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도 참여하나?
비개발자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지역에서 워크샵을 열 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기획한다. 우리는 항상 무엇이 쟁점이고 무엇이 목적인지를 생각하고 KPI(핵심성과지표)를 중요하게 여긴다. 기술은 수단일 뿐이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워크샵을 열어서 실제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사람들을 초대한다. 문제 해결의 시작점은 기술이 아니라 실제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다. 예를 들어, 요코하마시 커뮤니티가 만들고 있는 요코하마시 테이크 아웃 맵이 있다. 팬데믹으로 정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음식점을 돕기 위해 테이크아웃을 할 수 있는 가게의 정보를 요코하마시가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사용한 앱을 커뮤니티가 만들었다. 그 때 비기술자는 데이터 수집, 앱의 기획, 앱디자인, 앱홍보·선전(전단지 작성 및 배포 등), 파트너 획득, 음식점소개하는 등으로 협력했다. 개발자만으로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 일반 기업이 엔지니어만으로는되지 않도록 다양한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종종 NPO(비영리단체)를 초대한다. 우리는 상황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NPO를 도와준다. NPO는 이미 일반 시민들과 연결되어 있어 일반 시민들을 활동에 참여시키기 어렵지 않다. 최근만 해도 ‘시빅테크라이브(Civic Tech Live)!’ 대화를 열어서 NPO가 코로나19에 대응하여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코드포재팬 서밋과 해커톤은 얼마나 자주 열리나? 서밋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계속해서 온라인으로 해커톤을 하고 있다. HackMD라고 하는 툴을 이용해 프로젝트 정보를 모으고 줌을 이용해 만나고 있다. 시빅테크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시빅테크 라이브는 시빅텍크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부터 시빅테크 기술자의 구체적인 대처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까지 누구든지 부담없이 참가할 수 있는 온라인 이벤트다. (6월 16일 Civic Tech Live 참고)
코드포재팬 서밋은 1년에 1회. 일본 전국에서 사람들이 참가하고, 영어 세션이 있어서 대만과 한국 사람들도 참가하기도 한다. 주제별로 프레젠테이션이나 워크샵을 진행하고, 친목회도 있어서 거기에서 네트워킹이 이뤄지기도 한다. 일종의 오픈 소스 컨퍼런스와 같은 느낌으로 진행된다. 발표하고 싶은 사람이 미리 “이런 테마에 대해서 발표하고 싶다, 워크샵을 하고 싶다”고 신청을 한 다음, 발표자로 뽑히면 거기서 60분이나 90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받아 스스로 기획하여 운영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해커톤은 늘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최근 2주에 한 번은 하고 있다. 이전에는 2개월에 한번 정도였다.
지역별 코드포재팬은 어떻게 관리하는가?
나는 관리하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지역적으로 코드포재팬은 활발히 활동하고 그렇지 않은 커뮤니티도 있다. 계속 이어나가는 곳도 있고, 활동을 중지한 곳도 있다. 우리는 몇 가지 공통된 룰(common rules)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풀뿌리 커뮤니티이다. 우리는 다른 커뮤니티와 대화할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어떻게 팀을 꾸려나갈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룰은 어떤 것들인가?
코드포어메리카의 행동규칙(Code of Conduct)을 참고한 일본어판으로 아래와 같다:
코드포재팬 커뮤니티 구성원은 코드포네트워크의 행동, 이벤트, 디지털 포럼 등에서 다음과 같은 상황이 보장되기를 기대합니다.
1. 모든 참가자에게 안전하고 존중하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2. 자유롭고 완전한 개인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곳입니다
3. 모든 사람의 아이디어, 기술, 공헌에 가치가 있다는 것이 전제가 되고 있습니다.
4. 모든 사람이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질문을 장려합니다.
5. 사람들이 (기술적이든 아니든) 능력이나 열의를 갖고 생산적이 되는 방법을 찾습니다. ‘아니요/하지만'이 아니라 '네/더욱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6. 커뮤니티 회원이나 참가자에게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장려합니다.
7. 누구나가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되어있고 자유로운 기술을 사용한 툴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촉진하는 활동이 우선됩니다.
8. 시민 참여에서 전통적으로 배제되어 온 사람들에 대한 접근성과 그들의 참여를 중시합니다.
9. 커뮤니티가 시빅테크의 계획과 설계, 구현 등을 대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은 여성, 소수자, 전통적으로 배제되어 온 것 같은 사람들의 참가를 장려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10. 의사결정 과정에 커뮤니티 그룹이나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킵니다.
11. 커뮤니티 멤버, 지방자치단체의 직원, 커뮤니티 파트너와의 관계나 대화가 존중되고 참여적이며 생산적일 수 있도록 유지합니다.
12. 차별이나 괴롭힘이 없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코드포재팬은 누구든 이 정책을 위반한 자에게 코드포재팬의 네트워크 활동, 이벤트 및 디지털 포럼에 참여하지 않도록 부탁할 권리를 가집니다.
코드포재팬이 기업과 협력하기도 하는가?
기업과도 협력한다. 지자체 업무 중에 기업이 3개월 동안 1주일에 1일 정도 업무를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기업의 사원이 하루동안 지자체의 사원으로서 여러가지 과제에 대응해서 실제로 해결책을 찾아보는 일을 한다.
그 외에도 앞서 이야기했던 것 처럼 데이터 아카데미라는 지자체 대상 워크샵을 하고 있는데, 그 때 마이크로소프트라든지 기업 직원과 함께 코스를 만들어 워크샵 안에서 협력하여 교재를 만들고 실제로 사원도 워크샵에 참가해서 강의를 한다.
강의 내용은 어떤 것인가?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일텐데, 워크플로우(workflow)를 개선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킨톤(Kintone)이라고 하는 서비스가 있다. 회사 직원과 함께 웹의 형태를 만들거나 간단하게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본다. 예를 들어, 주민에 대한 설문조사 형식을 만들어 보자고 하거나, 지자체에서 종이를 이용하지 않고 PC로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해보자고 하기도 한다.
(코드포재팬 할 세키 인터뷰(3)에서 계속)
커버사진, 사진 2: 할 세키의 페이스북
사진 1: 할 세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