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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첫째 주, 우리 눈에 띈 글들

검색 시장에서 실패한 MS의 흥미로운 불평과 워싱턴포스트 특파원의 중앙일보 비판, 그리고 세계 최대 AI 스타트업이 만드는 무서운 미래

박상현 2018년 06월 02일

1. 세계 최대 AI 스타트업의 핵심기술은?

설립된 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중국의 스타트업 센스타임(SenseTime Group)은 기업가치 30억 달러(약 3조 2천 억 원)의 수퍼 스타트업으로, AI(인공지능) 스타트업으로는 세계 최대이다. 센스타임이 관심과 함께 걱정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그 기업이 가진 기술이 바로 안면인식(facial recognition) 기술이기 때문. 특히 중국이 구축하려고 하는 세계 최대의 감시체계에 핵심이 되는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가 바로 센스타임이다.

포춘지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길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중국에서 만든 폰에 얼굴 사진을 찍혔다면 센스타임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안면인식 프로세스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미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모바일 기기 1억 개에 센스타임의 소프트웨어가 심겨져 있기 때문. 이 기업에 돈을 대는 주요 투자자들에는 알리바바, 타이거 캐피털, 퀄컴 벤처스, 싱가포르의 국영투자기관인 테마섹(Temasek) 등이 있다고.

2. 마이크로소프트가 검색 시장에서 실패한 이유

마이크로소프트가 검색시장을 소홀히 하다가 구글에게 놓쳤고, 그 후로 빙(Bing)을 개발했지만, 사용자들에게 웃음거리 밖에 제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주제와 상관이 없는 이야기지만, 빙을 우습게 여기지 말라는 주장도 있다. 생각보다 많이 이용된다는 것. 그게 가능한 이유는 사용자의 게으름, 혹은 "power of default"라고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임원인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가 한 컨퍼런스에 나와서 회사가 검색엔진 시장에 눈을 돌리지 못한 이유를 90년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반독점 소송 때문이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회사에서 미래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에 임원들이 정부와 씨름을 하느라 중요한 결정이 미뤄졌다는 것. 기업의 불만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그 이야기가 페이스북의 저커버그가 청문회에 출석한 것을 두고 하던 대화 중에 나왔다는 것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

3. 워싱턴포스트 특파원의 중앙일보 비판

워싱턴포스트의 도쿄 특파원인 애나 파이필드(Anna Fifield)가 "중앙일보, 정말로 남자만 아홉명? 전부!(Seriously @JoongAngDaily? Nine men? Nine men!)"라는 트윗을 날려서 화제가 되었다. 문제가 된 기사는 남북문제 전문가 9인이 모두 남북정상회담은 성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는 영자판 Joongang Daily의 글이었다. 그 기사에서 인용한 전문가 집단이 전부 남자들로만 채워진 것을 두고 존 딜러리(John Delury) 연세대 교수가 '전문가(pundits)가 모두 남성이면 전문남(mundits)이라고 하면 되지 않느냐'고 비꼰 트윗을 리트윗 하면서 파이필드가 덧붙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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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담과 컨퍼런스에서 남자들로만 가득한 패널을 구성하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버릇은 이제 유명해지고 있다.

4. 우버+구글? 열린 협력의 힘

무인운전자동차 개발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구글의 웨이모(Waymo)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버(Uber)가 구글이 원한다면 자신의 서비스에 웨이모의 무인운전차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해서 눈길을 끌었다. 우버의 현 CEO인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는 리코드(Recode)의 컨퍼런스에 나와서 우버는 구글과의 협력에 열려있으며 구글이 결정만 하면 된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광범위한 승차공유망을 자랑하는 우버와 가장 기술적으로 발달한 웨이모가 협력을 한다면 그건 순전히 협력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라고.

물론 우버가 무인운전자동차 개발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났다는 사실, 그리고 무인운전기술을 둘러싸고 구글과 값비싼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은 고려해야 하지만, 열린 협력의 힘은 테크 대기업들도 무시할 수 없을 듯.

5. 잊혀질 권리가 가장 절실한 사람들은?

2014년, 유럽의회는 구글에게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구글 검색에 등장하는 자신에 관한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불충분하거나, 무관하거나, 지나칠 경우"(“inaccurate, inadequate, irrelevant or excessive.”) 구글의 검색 결과에서 빼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 총 65만 건 이상의 요구가 접수되어서 구글은 2백 5십 만 개의 링크를 심사했고, 그 중 43.4%의 링크를 삭제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요청의 절반이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왔고, 독일과 프랑스인들은 소셜 미디어와 디렉토리에 있는 내용을, 영국과 이탈리아인들은 뉴스에 등장한 내용의 검색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또한 소위 "공인"의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들 중 셀레브리티나 비정치인이 4만 1천 건을, 정치인이나 관료가 3만4천 건을 요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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