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7월 셋째 주, 우리 눈에 띈 글들

종군기자였던 마사 겔혼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현장에 있었던 유일한 여성. 헤밍웨이는 자신의 세번째 아내였던 겔혼의 흔적을 왜 지우려고 했을까?

박상현 2018년 07월 25일

1. 아무도 보지 않는 게임방송을 하는 사람들

The Twitch Streawmers Who Spend Years Broadcasting to No One

게임방송의 대명사 트위치Twitch에서는 매달 2백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신이 게임하는 모습을 방송한다. 공급자가 그렇게 많다는 것은 사실 대부분은 아무런 팔로워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지망생들이 잘해야 연습생으로 끝나고 마는 팝음악 시장과 다르지 않지만, 그 문턱은 훨씬 낮다. 누구나 친구나 팔로워가 0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온라인의 모든 소셜은 똑같다. 하지만, 몇 주도 아니고, 몇 달, 심지어는 몇 년 동안 아무도 보지 않는 게임 방송을 혼자하고 있는 사람들은 왜 그만두지 못하는 걸까?

더버지The Verge는 그렇게 홀로 외롭게 게임방송을 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현실에서 대화를 할 사람이 없거나, 수줍어서 사람들을 사귀지 못한다고 했고, 그렇게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방송을 하는 것이 현실 생활에 필요한 자신감을 준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몇 달을 혼자 방송하다가 어느날 한 명의 오디언스가 생겼을 때의 긴장감! 그렇게 첫 오디언스가 된 여성과 현실에서 사랑에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제목은 우울하지만, 가상의 세계도 현실과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임을 보여주는 기사.

2. 헤밍웨이가 지우려고 했던 여인

The Extraordinary Life of Martha Gellhorn, the Woman Ernest Hemingway Tried to Erase

'헤밍웨이와 파리의 아내'(Th Paris Wife)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던 헤밍웨이 연구자 폴라 매클레인Paula McLain이 쓴 길지 않은 글이지만,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감동을 준다. 여성 편력이 심했던 헤밍웨이의 많은 아내들 중 하나 정도로 기억되는 그의 세번째 아내 마사 겔혼Martha Gellhorn을 소개하는 이 글은 글쓴이가 쿠바에 박물관으로 남아있는 헤밍웨이의 집에 특별 허가를 받아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그는 거기에서 세번째 아내 마사 겔혼의 흔적을 찾으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헤밍웨이는 겔혼의 흔적을 지우려고 했기 때문이다.

겔혼은 20세기의 거의 모든 전쟁을 취재한 유일한 여성 기자이면서도 거의 아무도 모르는 인물. 하지만 30대의 나이에 이미 영미권 최고의 스타 작가와 기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헤밍웨이에게 9년이나 어린 애송이 여기자는 그저 아내로써나 쓸모있는 사람이었다. 여성은 집에서 살림을 하는 것이 '정상'이었던 시절, 종군기자로 전장을 취재하기 위해 떠난 겔혼에게 헤밍웨이는 "Are you a war correspondent or wife in my bed?"라는 편지를 보낼 만큼 아내의 일을 인정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을 끝내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는 헤밍웨이가 아내가 취재하려던 종군기자 자리를 대신 차지해서 취재진의 배를 탔지만, 겔혼은 만료된 기자증으로 몰래 병원선에 올라타서 상륙작전 때 16만 명의 남성 군인들과 함께 노르망디 해안을 밟은 유일한 여성이 되고, 남편을 비롯한 다른 종군기자들의 배는 상륙하지 못했다.

훗날 겔혼은 이런 말을 남겼다: "Why should I be a footnote to someelse's life?" "Be advised, love passes. Work alone remains." 헤밍웨이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꼭 한 번 읽어봐야 한다. 글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답다. 이 글이 실린 '타운 앤드 컨트리Town & Country'는 한국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잡지 중 하나.

3. 카라 스위셔의 저커버그 하드볼 인터뷰

Zuckerberg: The Recode Interview

지난 주에 페이스북의 저커버그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의 글도 페이스북에서 지우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제법 큰 뉴스가 된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게 그 말을 끌어낸 인터뷰다. 인터뷰어는 테크 업계의 베테랑 중 베테랑인 카라 스위셔Kara Swisher.

내가 생각하기에 최고의 인터뷰는 언론계 인터뷰어와 업계 최고의 인터뷰이의 한판승부다. 인터뷰어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인터뷰를 요청하고, 인터뷰이는 인터뷰어가 왜 오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지만, 절대로 원하는 것을 내주지 않겠다고 작정하고 방어할 준비를 한다. '그럼 인터뷰를 안 하겠다고 하면 되지 않나?' 인터뷰를 거절했을 때 잃는 것들이 많고, 인터뷰를 통해 득을 볼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조건이 맞을 때 둘은 대결을 하고 업계의 모두가 지켜보는 인터뷰가 성사된다. 자주 있는 일도 아니다. (스위셔는 저커버그에게 여러 해 전에 했던 인터뷰에서 한 말을 상기시키는 대목이 나온다). 그렇게 이루어지는 인터뷰는 월드컵 결승전 만큼이나 별들의 전쟁이다.

인터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인터뷰 전문을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리코드Recode의 스위셔는 저커버그가 의회 청문회에서 어리석은 의원들의 질문을 어떻게 피해나갔는지 알고 철저하게 대비했고, 절대로 놓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저커버그의 답변도 훌륭하다. 계속해서 헛점을 파고드는 스위셔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도 페이스북 왜 "소셜 미디어가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인지" 그런 정의를 통해 페이스북이 이루려는 목표가 무엇인지 완벽하게 홍보하는 바람에 읽는 나도 모르게 '정말 훌륭한 기업이구나'하는 생각이 살짝 들 정도였다. 지난 10년 동안 저커버그가 사내에서 얼마나 활발한 토론을 통해 기업의 목표를 설정하고 수정해왔는지 어렴풋이 보인다.

4. 이미 죽었어야 할 어느 대형매장의 생존법

Buy Should Be Dead, But It’s Thriving in the Age of Amazon

미국 최대의 전자제품 매장인 베스트바이Best Buy가 아마존 천하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보여주는 기사. 솔직히 내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읽게된 기사였는데, 깜짝 놀랐다. 아마존의 활약에만 감탄하고 있는 테크 기자나, 온라인 매장과 대결하느라 고전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기사 (이 말을 세번째 하는 거, 잘 알고 있다).

비결은 역시 사람이었다. 베스트바이의 매출이 끝없이 하락하는 중에 CEO의 섹스 스캔들이 터지고, 대주주인 설립자는 고집을 피우는 중에 새로운 CEO로 영입된 휴버트 졸리Hubert Joly. 이 사람의 이름은 사실 "위베르 졸리"가 맞다. 프랑스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형적인 전자제품 매장을 미국 매장 사정을 모르는 프랑스 경영자에게 맡긴 것도 이상하지만, 그의 배경이 상거래가 아니라 미디어 그룹 비방디Vivendi였다는 사실도 황당해보인다. 하지만 졸리는 그동안 베스트바이가 저지를 실수를 깨끗하게 청소했을 뿐 아니라, 남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베스트바이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바로 적과의 동침. 그 적은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애플, (온라인의 적) 아마존, 구글이다. "Think outside the box"를 글자 그대로 실천한 (미국에서 베스트바이 같은 매장을 big box store라고 부른다) 졸리의 업적을 경쟁자 제프 베이조스가 왜 극찬했는지 이 기사를 읽고 알게 되었다.

블룸버그Bloomberg의 이 기사 앞부분에는 베스트바이의 직원이 소비자 가정방문 때 호감을 끌어내기 위해 지켜야할 에티켓들이 등장하는데, 아주 재미있다. (예: 고양이를 키우는 고객에게 "저는 개를 키웁니다"라고 말하지 말라. 고객이 말할 때 사용하는 버릇을 살짝 따라하라).

5. 가짜 뉴스를 추적하는 어느 탐정의 이야기

Shadow Politics: Meet the Digital Sleuth Exposing Fake News

우리는 종종 인류사회의 종말을 막은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미국에서 핵탄두를 실은 미사일이 발사되었다는 경보를 듣고 "우리도 핵미사일을 발사하라"는 상관의 명령에 "잘못된 경보일 수 있다"며 끝까지 불복종으로 버팀으로써 핵전쟁을 막은 스타니슬로프 페트로프같은 사람의 이야기가 그렇다. 와이어드Wired가 지난 주에 소개한 인물은 또다른 의미에서 인류를 구원할지 모른다. 바로 미국 콜럼비아 대학교의 토우 디지털 저널리즘센터Tow Center for Digital Journalism의 연구원장 조너선 올브라이트Jonathan Albright.

러시아가 페이스북을 통한 역정보 공작으로 미국 대선을 비롯한 세계 정치에 개입한 정황과 그 피해를 최소화해서 발표한 페이스북의 자료가 틀렸음을 낱낱이 조사해서 각 언론사에 제보한 바로 그 사람이 조너선 올브라이트다. 이 기사는 그가 어떻게 러시아 개입의 흔적을 찾아냈는지 자세히 설명할 뿐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인 미국 극우파들의 역정보 공작을 밝혀내느라 컴퓨터 앞에 앉아 에너지 드링크와 프로틴 셰이크를 마셔가면서 조사를 하는 그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류사회가 언젠가 역정보의 위험을 극복할 수 있다면 이런 사람 때문일 거다.


c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