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고리듬 시대, 전문가들의 새로운 음악 찾기
Finding new music in the algorithm age
이제는 알고리듬에 의한 음악 추천이 중요한 흐름이 되었다. 스포티파이나 멜론, 유튜브 뮤직 등 온라인 음악 서비스가 사용자가 들어보지 못한, 그러나 좋아할 만한 음악을 선정해서 들려준다. 과거에는 라디오 디제이나 친구들이 하던 일을 이제는 디지털 플랫폼의 알고리듬이 대신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외국 청소년들이 방탄소년단을 처음 듣고 알게 된 방법은 압도적으로 유튜브라고 한다.
그렇다면 음악 산업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행하게 될 새로운 음악을 어떻게 찾아낼까? 아웃라인The Outline은 미국의 대중음악 전문가 6인에게 새로운 음악을 찾아내는 방법을 들어본다. 그 중에는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스포티파이를 피하는 사람도 있고, 즐겨찾는 웹사이트나 음악 블로그, 심지어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음악과 뮤지션을 발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오프라인으로 아는 친구와 인맥을 통해서 새로운 음악을 찾는 “올드 스쿨”과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 서비스에서 탐색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미국 에서는 “사운드클라우드 래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명의 뮤지션들, 특히 래퍼들이 자신의 음악을 소개하는 방법으로 사운드클라우드 서비스를 즐겨 사용한다는 것.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밴드캠프Bandcamp의 에디터 마커스 무어의 말이다: “음악을 깊이 아는 사람들은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소개시켜줘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이 새로운 음악이라는 복음gospel이 퍼지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그저 알고리듬이 들으라는 것만 듣고 있을 겁니다.”
2. 수암 연구소가 공개한 개 복제 상업화의 현주소
Inside the Very Big, Very Controversial Business of Dog Cloning
황우석 박사는 지금은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여러 해 전 인간복제에 관한 연구를 조작한 혐의로 국제 과학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황박사는 (국내에도 이미 알려졌듯) 경기도에 '수암연구소’를 만들어서 동물 복제, 특히 개 복제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워낙 큰 논쟁의 중심이었던 탓에 웬만해서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왜, 어떻게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지에 대해서 잘 알려진 바 없었다.
하지만 드물게 해외 언론에만 인터뷰를 허용할 때가 있는데, 배너티페어Vanity Fair의 이 기사가 그런 드문 예외의 경우다. 기자는 수암연구소를 찾아 황우석 박사를 직접 인터뷰한 내용은 물론, 수암연구소의 분위기, 그리고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극소수의 업체들이 수행하고 있는 고가의 동물복제 산업의 모습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황우석 박사는 연구 데이터를 조작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지도하는 여성 연구원에게서 난자를 채취하는 등, 국제적인 기준으로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해서 문제가 되었는데, 이 기사가 그리는 황우석 박사의 개 복제 역시 비난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한 번의 성공적인 복제를 위해 “대리모”로 사용되는 암컷이 겪어야 하는 일은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가 있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실패율을 크게 낮췄다는 수암연구소의 주장은 믿기 힘들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제시한다.
황우석 박사의 근황 뿐 아니라, 가수 바바라 스트라이젠드가 자신의 개를 복제한 사연, 복제 한 번에 10만 달러 정도하는 비용을 감수하고 의뢰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족이나 미국의 갑부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있다는 사실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은 기사.
3. 백인 우월주의자 447명의 심리검사 결과
Psychologists surveyed hundreds of alt-right supporters. The results are unsettling
몇 년 전 부터 미국인들 사이에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알트라이트alt-right라는 그룹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 정도로 알려져 있을 뿐, 그들이 정확하게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동기로 그런 주장을 지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복스Vox는 자신이 알트라이트에 속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심리검사를 수행한 두 명의 심리학자의 연구를 소개한다.
알트라이트에 동조하는 447명과 그렇지 않은 382명을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왔는데, 그 중 하나가 그들은 경제적인 걱정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것. 또 하나는 그들이 성향적으로 사회질서, 특히 위계질서를 좋아하며, 성격검사에서 소위 “어둠의 삼각형”이라고 불리는 세 가지 요소(psychopathy, Machiavellianism, narcissism)가 강하게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비인간화(dehumanization) 지수였다. 특정 그룹의 사람들이 얼마나 “진화”했느냐를 묻는 질문으로 전혀 인간이 아니다(0)에서 완전히 진화된 인류(100) 사이의 정도를 물었을 때 ‘백인’이라는 집단은 91.8이라는 최고점을 준 반면, 무슬림은 55.4, 민주당원은 60.4, 흑인은 64.7, 멕시칸은 67.7이라고 답했다는 것. 특히 언론인은 58.6, 페미니스트는 57점을 주어 강한 불신을 표시했다.
4.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의 또 다른 질문
My death is not my own: the limits of legal euthanasia
불치병을 앓는 사람들이 안락사를 선택할 권리를 이야기할 때 흔히 등장하는 나라가 네덜란드이다. 안락사를 세계 최초로 합법화한 나라이고, 실제로 많은 안락사가 행해지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디언Guardian에 기고한 네덜란드인의 이 글, “죽음은 나의 것이 아니다(My death is not my own)”은 네덜란드에서도 안락사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논의는 단순한 합법화를 넘어 더 깊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의 핵심에는 알츠하이머병이 있다. 사람들이 신체적인 고통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의 의식이 완전히 사라진 후 껍데기만 남은 채로 몇 년을 생존하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안락사를 원하고, 그렇게 해달라는 문서에 서명을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도 그건 쉽지 않다고 한다. “알츠하이머가 심해지면”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하지만, 그렇게 심해진 상황에서는 그 부탁조차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작 그 시점에서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끊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는 의사는 없다는 것. 즉, (안락사가) 합법이라는 것과 권리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견을 가지고 있고, 두려움도 없지만, 진짜 문제는 살아있는, 살아남은 사람들, 즉 가족과 의사이다. 내가 죽고 싶다는 것과 그들이 괜찮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5. 운석충돌설과 맞선 한 여성 과학자의 싸움
세대를 구분하는 재미있는 방법 중 하나가 “학교에서 과학 시간에 어떤 것을 정설로 배웠느냐”는 것이다. 가령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과 달리, 어린 아이들은 태양계의 행성을 (명왕성을 제외한) 8개로 배우고 있다. 그렇게 세대를 가르는 “상식” 중 하나가 공룡의 멸종 원인이다. 나는 학교에서 공룡의 멸종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 정도로 배웠다. 하지만 1980년 대 이후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대규모의 운석이 지구에 충돌했고, 그로 인해 지구환경이 바뀐 결과 공룡이 멸종했다고 배웠다. 많은 학자들이 이 이론은 진화론 수준의 지위에 다가섰다고 말할 만큼 학계에서는 정설처럼 받아들여져왔다.
그런데 애틀랜틱The Atlantic이 9월 첫 주의 피처로 준비한 이 기사는 운석충돌론에 맞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온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두 진영(정확하게는 주류와 맞선 한 명의 과학자)의 싸움의 핵심은 "5번째 대량 멸종(5th mass extinction)”이라고 부르는 공룡의 멸종이 단기간에 일어났느냐, 아니면 오랜 세월에 걸쳐 일어났느냐에 있다. 주류인 운석충돌론자들(“impacters”)은 운석이 지금의 멕시코 지역을 강타한 후 즉시 대량 멸종이 일어났다고 하지만, 프린스턴 대학교의 거타 켈러Gerta Keller 교수는 그런 일은 없었으며,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멸종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증거를 지금의 인도에 있는 지구의 역사상 최대의 화산지역이었던 데칸Deccan화산에서 찾는다.
딱딱한 지질학 논쟁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거타 켈러의 개인사는 소설이라고 생각해도 너무나 극적이며, 두 진영에 속한 과학자들의 논쟁은 일반인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쌍욕(“bitch,” “son of bitch,” “태워죽여야 할 마녀,” “날파리,” “징징대는 애,” “깡패”)이 실제로 오가는 살벌한 전쟁터. 그래서 기사의 제목이 The Nastiest Fight in Science다. 서로 잡아죽이지 못해 안달인 두 진영의 싸움에 낄낄대며 읽다보면 어느새 최신 지질학 논쟁의 핵심을 이해하게 되는 기사. 피처 기사라서 상당히 길지만, 시간이 아깝지 않다. 강력 추천.
“서로 욕을 주고 받는 것이 침착한 과학연구와 거리가 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열정이 없는 연구 또한 이상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식중독에 걸려 고생하는 학자가 과학계에서 이미 주류가 된 이론을 반박하기 위해서 인도의 시골에서 암석을 찾아 12시간 동안 땅을 파는 일은 열정 없이 되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