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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첫째 주, 우리 눈에 띈 글들

여성 범죄자는 왜 남성 보다 더 가혹한 처벌을 받는가? 서구의 아이들이 한국이나 인도에서 만든 콘텐츠를 보고 자라는 세상. 인터넷을 바꾸려는 어느 결제 서비스의 야망

박상현 2018년 10월 19일

1. 여성 범죄자는 왜 더 가혹한 처벌을 받는가?

The myth of the she-devil: why we judge female criminals more harshly
한 남자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희생자 중에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범죄를 조사하던 경찰을 그 사건에 여성 공범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여자가 어린아이들을 그렇게 잔인하게 죽일 수 있지?"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사회는 특별한 근거없이 여성을 '다른 사람을 돌보는(caring) 역할'을 부여해놓고, 그 기대치에 반하는 일을 저지른 여성을 (같은 일을 한 남성보다) 훨씬 더 가혹한 시선으로 보곤한다.

가디언지의 이 기사는 영국에서 일어난 흉악범죄에 가담한 범죄자, ISIS에 가담해서 국제적인 테러를 저지를 영국여성, 그리고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영국여성 살해사건의 피의자 아만다 녹스Amanda Knox사건을 예로 들면서 사회가 얼마나 여성 피의자를 다르게 바라보는지 보여준다. (녹스는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그 사건에 대한 우리나라 신문의 기사 역시 똑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 "아만다 녹스, 미녀 천사인가 악마인가") 범죄자의 외모와 성생활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이런 기사들은 여성 피의자에게 남성과는 다른 종류의 결백을 증명하게 강요하고, 법정 판결과 무관한 여론의 판결을 받게 할 뿐 아니라, 때로는 법정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사에서 소개하는 책 'Women Who Kills'의 저자 앤 존스Ann Jones에 따르면 특정 사회에서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시점에서 여성 피의자, 범죄자의 도덕성에 집착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특히 그 여성의 "범죄행위"가 여성의 정치적인 견해와 관련이 있을 경우 권력을 쥐고 있는 남성들의 견제를 가장 강하게 받는다는 것.

2. 빙하를 떠도는 유령들

The Ghosts of the Glacier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남녀가 빙하가 있는 산을 오르다가 그만 남자가 발을 헛디뎌 좁고 깊은 빙하의 틈으로 떨어졌다. 시신을 찾는 것도 불가능. 그 산을 잘 아는 전문가가 슬피우는 여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빙하가 흐르는 속도를 계산해보면 시신은 앞으로 70년 후에 저 산 아래쪽에서 나타날 겁니다." 세월이 흘러 90세가 넘은 할머니는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그 산으로 돌아와서 젊은 시절의 모습을 간직한 채 얼어붙은 애인의 시신을 보고 울음을 터뜨린다... 물론 이 이야기는 실화가 아니지만,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접하게 될 거라는 GQ의 흥미로운 기사.

이유는 기후변화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스위스 알프스에 있던 빙하가 빠르게 녹아 사라지면서 지난 수백, 수천 년 동안 산에 올라갔다가 실종된 사람들의 시신과 유품이 발견되고 있다. 이 기사는 2017년 여름에 발견된 한 부부의 시신 이야기로 시작한다. 때는 2차 대전 직후. 마을에서 방목하는 소 떼를 확인하는 일을 맡은 남편은 며칠씩 집을 비우고 산을 돌아다니며 소 떼의 위치와 숫자를 확인하는데, 하루는 아내가 남편을 따라가겠다고 했다. 무려 여덟 명의 아이를 낳아 기르던 아내는 젖먹이 아이도 맡기고 남편과 함께 소풍을 가듯 집을 나섰다가 둘 다 돌아오지 못한 것.

스키장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오래된 시신과 유품을 발견한 후, 그 부부의 자녀들을 찾아 소식을 전한다.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다른 가정에 입양되어 자랐고, 이제는 모두 노인이 되었다. 사라진 부모를 찾으려고 각별하게 노력했던 딸 하나는 마침내 치르게 된 장례식에서 검은 옷을 입기를 거부했다. 죽기 전에 부모의 시신을 찾았으면 하는 평생의 소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지구의 기후변화가 가져다준 예상치 못한 이야기.

3. 유튜브가 키우는 아이들

Raised by YouTube
최근 한국에서 제작한 핑크퐁의 상어가족 노래가 전세계적으로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멜로디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댄스 동작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는 콘텐츠가 전세계 시장에 "먹혔다"는 사실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애틀랜틱의 이 기사에 따르면 그런 현상은 한국의 아동용 동영상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기사는 인도의 한 아빠가 가족끼리 보려고 만든 영상이 전세계적인 히트를 치면서 아예 아동용 동영상 제작 회사까지 차리게 된 이야기로 시작해서, 전세계의 어린아이들이 과거와 달리 TV가 아닌 유튜브를 보면서 자라게 된 현상을 설명한다. 한 때 교육용 프로그램의 표준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했던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로 대변되는) 미국의 아동용 프로그램이 TV의 쇠퇴와 유튜브의 성장으로 힘을 잃고 전세계의 저가, 혹은 무료 콘텐츠가 아이들의 눈을 사고 잡고 있는 상황은 과연 아이들에게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기사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교육전문가들의 실험과 연구를 거쳐서 탄생한 프로그램들과 달리 자극적으로 중독성있는 화면과 노래로 아이들의 시선을 잡고 있는 콘텐츠가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 않는다. 인도(나 한국) 같은 나라에서 만든 영상을 서구 아이들도 보면서 자란다면, 앞으로 그 아이들이 만들어낼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덜 서구중심적이고 다원적인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4. 복권의 저주로 은행강도가 된 사내

He Won $19 Million in the Lottery—And Became a Bank Robber
복권은 인생을 바꾼다고들 한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복권은 인생을 좋은 쪽으로 바꾸는 것 같지 않다. 많은 당첨자들이 파산하거나, 마약중독과 범죄에 빠지고, 심지어 자살로 인생을 마친다. 오죽하면 '로또의 저주'(Lottery Curse)라는 말이 생겼을까. 데일리 비스트의 이 글은 1천9백 만 달러, 우리돈으로 210억 원이 넘는 돈을 받게 된 남자가 결국 은행강도로 붙잡혀서 감옥에 가게 된 이야기를 한 편의 헐리우드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글은 (보통 이런 내용의 영화가 그렇듯) 중년의 남자가 처음으로 은행을 털기에 앞서 긴장해서 혼잣말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쉬운 일이야. 쫄지 말자." 남자는 은행에서 3천3백 달러를 챙겨 달아나는 데 성공한다. 한 때 람보르기니 같은 수퍼카만도 여러 대 가지고 있던 남자가 3천 달러라는 작은(?) 돈에 목숨을 걸게 되었을까? 데일리 비스트는 그 남자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부터 30대에 큰 돈을 거머쥐게 된 이야기, 그리고 마약에 빠져 돈을 탕진하고 빚까지 지게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풀어낸다. (그렇게 해서 감옥에 들어간 그 남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살고 있다). 말미에는 그 남자의 아내(물론 몇 번 바뀌었다)가 의미있는 주장을 한다: 평생 만져본 적이 없는 액수에 당첨된 사람들에게는 (복권을 운영하는) 정부에서 의무적으로 수업을 이수하게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5. 인터넷을 바꾸는 결제서비스 Stripe의 야심

The untold story of Stripe, the secretive $20bn startup driving Apple, Amazon and Facebook
인터넷을 사용하다 보면 접하는 에러코드가 있다. 유명한 "404: page not found," 그리고 얼마 전 유튜브가 다운되었을 때 등장한 "500: internal server error"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가 월드와이드웹(www)을 설계하면서 만들었던 에러코드들 중에는 한 번도 사용되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402: payment required"다. 이 코드는 언제 사용되도록 만든 것이고, 왜 사용되지 않는 것일까?

월드와이드웹의 설계자들은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상거래가 일어날 때 작은 규모의 대금지급, 즉 마이크로 페이먼트micropayment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402 에러코드를 만들어두었다. 웹은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성공의 이면에는 부의 쏠림현상이 존재한다. 즉, 콘텐츠 크리에이터나 셀러가 쉽게 대가를 지급받는 구조가 형성되는 대신, 많은 콘텐츠가 공짜로 풀리고 대신 광고로 돈을 버는 구조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 결과 인터넷은 거대한 몇 개의 기업만이 돈을 버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물론 문제의 근본에는 인터넷에서 돈이 쉽고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부재가 있다. 그걸 해결하지 못하니 마이크로페이먼트가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인터넷에서는 광고가 지배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이다.

초기에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기업이 페이팔PayPal이고, 어느 정도 쉬워지기는 했지만, 자유로운 마이크로페이먼트를 생각했던 웹 설계자들의 이상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천재 형제가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페이스북Facebook, 리프트Lyft, 세일즈포스Salesforce, 인디고고Indiegogo, 딜리버루Deliveroo, 태스크래빗Taskrabbit 같은 내로라하는 인터넷 기업들이 채택한 서비스인 스트라이프Stripe가 바로 그들이 만든 작품이다. 실리콘밸리의 대기업이나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인터넷을 이집트의 작은 빵가게가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으로 바꾸고 있는 스트라이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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