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마존이라는 이상한 나라의 재판
Prime and Punishment
과거의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각국의 정부를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그 일을 실제로 이뤄내고 있는 것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대형 테크기업들일지 모른다. 기업이 정부를 대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더버지The Verge가 아마존이라는 초대형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일어나는 일을 집중 취재한 롱폼 피처기사.
아마존은 이미 하나의 작은 우주가 되었고, 그곳에서 물건만 잘 팔아도 웬만한 중소기업 부럽지 않은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 그래서 자기 집 차고에서 직접 물건을 포장해서 팔던 사람들이 수십 명의 직원을 고용해서 물건을 파는 번듯한 사업가로 변신한다. 문제는 항상 그 다음에 시작된다. 번창하기 시작하면 경쟁자들이 생기고 (때로는 아마존 자체가 셀러들의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다른 경쟁자들은 '아마존의 법'을 이용해서 다른 셀러들을 공격한다. 대표적인 것이 리뷰 조작. 그런데 경쟁 매장 제품의 리뷰를 깎아내리는 조작이 아니라, 경재 매장에 별 다섯개 짜리 리뷰를 마구 쏟아 붓는 것이다. 왜 그럴까?
아마존은 리뷰 조작에 엄격해서 바로 폐점 조치를 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퇴출조치를 당하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회복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억울하고 다급한 셀러들은 아마존에 연락을 하지만 전화도 불가능하고, 이메일에는 답도 없다. 그런 셀러들의 문제 해결을 대행하는 업종마저 생겼다. 말하자면 아마존이라는 국가의 법률을 잘 아는 (자격증 없는) 변호사들이다.
2. 저커버그, 당신의 말을 다시 써보겠어
Mark Zuckerberg, Let Me Fix That Op-Ed You Wrote
페이스북에 문제가 생겼을 때 CEO인 마크 저커버그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미국의 의회가 아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CEO를 출석시킨 의회 청문회 모습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인터넷 사용법을 물어보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리코드Recode의 카라 스위셔Kara Swisher다. 지난해 여름 스위셔가 저커버그와 했던 인터뷰는 '기자가 물고 늘어진다'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작품이었다.
그런 스위셔가 이번에 다시 한 번 저커버그를 겨냥했다. 그 계기는 다름 아닌 저커버그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페이스북 사태에 정면으로 대처해서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자신들의 사업(모델)을 느긋하고 아름답게 옹호하는 글을 기고한 저커버그에 분개한 스위셔가 저커버그가 쓴 글을 긁어와서 한 단락, 한 단락 '통역'을 해주었다. "저커버그는 이렇게 말했지만, 그의 속뜻은 이렇다"는 해석을 해서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것이다.
다 읽지 않더라도 마지막 단락을 한 번 읽어보시길:
MARK Wrote: “For us, technology has always been about putting power in the hands of as many people as possible. If you believe in a world where everyone gets an opportunity to use their voice and an equal chance to be heard, where anyone can start a business from scratch, then it’s important to build technology that serves everyone. That’s the world we’re building for every day, and our business model makes it possible.”
KARA Translates: The real power is in the hands of one person, which would be me. I am founder, I am chief executive, I control 60 percent of the stock that matters, I control the board. So stop complaining.
3. 심상치 않은 버즈피드의 대량 해고
The BuzzFeed Layoffs as Democratic Emergency
뉴욕타임즈의 테크 칼럼니스트 파라드 만주는 현재의 직장에 오기 전에 와이어드Wired와 살롱Salon, 월스트리스저널, 슬레이트Slate에서 일했던, 그야말로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를 두루 섭렵한 인물이다. 그런 만주가 최근에 있었던 버즈피드BuzzFeed의 대량해고(기자를 포함해 약 200명) 사태를 두고 "민주주의의 비상사태"라는 경고의 칼럼을 썼다.
자신의 오랜 미디어 경력이 인터넷의 도래와 함께 시작되었고, 그래서 항상 불안정한 직업임을 잘 알지만 (그는 차라리 비트코인 채굴이 저널리즘 보다는 안정적일 거라고 한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저널리즘 전 영역에 걸쳐서 일어나는 대량해고가 이상한 것은 사회 전반에 걸쳐 미디어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트럼프 이후로 언론사의 기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미디어 기업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조나 페레티Jonah Peretti의 버즈피드는 미디어 혁신을 주도해온 기업인데 그 기업이 불가능하다면 누가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구글과 페이스북을 겨냥한다. 이 두 기업에게는 미디어와 공생(symbiosis)할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
4. 그렇다면 저널리즘에 미래가 있는가?
Does Journalism Have a Future?
뉴요커가 이번에 파라드 만주의 글과 같은 주제로 롱폼 피처기사를 게재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그만큼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요커의 기사는 만주의 칼럼 보다 훨씬 더 길고 자세하게 문제의 근원을 이야기한다. (뉴욕의 미디어계가 기다리고 있는 뉴욕타임즈 전편집장 질 에이브람슨의 책 'Merchant of Truth'도 도마에 오른다).
특히 2014년 '혁신보고서Innovation Report'로 시작된 뉴욕타임즈의 일련의 혁신, 그리고 영국 가디언지의 디지털 혁신 노력 등, 올드 미디어의 변신 노력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를 냉정하게 (어쩌면 너무 냉정하게) 따져본다. 파라드 만주보다 나이가 10년 이상 많은 베테랑 언론인인 저자 질 라포레는 문제를 이렇게 정의한다. "좋은 저널리즘에는 돈이 든다. 하지만 독자들은 돈을 내려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함께 신문배달을 하던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시작한 라포레의 글은 다시 그 시절에 있었던 일로 돌아가면서 끝난다. 자신이 신문을 배달하던 어느 집 할머니의 죽음을 목격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신문의 죽음은 다른 여느 죽음과 똑같다. (...) 나는 구급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5. 트럼프를 지지하는 흑인 젊은층은 누구인가?
The Young Black Conservatives of Trump’s America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당선시킨 것은 백인들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물론 틀린 생각이 아니다. 백인 유권자의 58%가 트럼프를 찍은 반면 힐러리 클린턴을 찍은 백인은 37%에 불과하다. 흑인, 혹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압도적인 클린턴 지지였다. 무려 88%가 클린턴에 투표했고, 8%만이 트럼프를 찍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놓치면 안될 사실이 있다. 트럼프는 이전의 두 선거에서 트럼프와는 비교도 안되게 중도적이었던 존 매케인이나 밋 롬니가 얻었던 흑인 표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를 내놓고 조롱하고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사랑을 받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흑인들은 누구일까? 놀랍게도 그들 중에서는 젊은 흑인들이 많다. 바이스(Vice)는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취재를 하고 30분 짜리 영상으로 제작했다.
그럼 도대체 그들은 왜 트럼프를 지지했을까? 힌트는 바로 민주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율에 있다. 흑인들은 민주당을 항상 압도적으로 지지해주었지만, 자신들의 처지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잡은 물고기" 취급을 하는 민주당에 대한 반발이다. 그런데 이 영상의 끝에는 하나의 반전이 있다. 꼭 시간을 내어 볼 만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