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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둘째 주, 우리 눈에 띈 글들

성폭행 피해자가 저주를 받게 되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 유발 하라리가 SF소설을 권하는 이유, 21세기의 필수 기술인 된 팩트체킹과 온라인 분노 조절

박상현 2019년 03월 17일

1. 메두사: 남성들은 왜 피해자를 괴물로 만들었을까


The Timeless Myth of Medusa, a Rape Victim Turned Into a Monster

뱀으로 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자신을 쳐다보는 모든 사람들을 돌로 만들어버린다는 그리스의 전설적 괴물 메두사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브로들리Broadly의 기사.

그리스의 전설로 시작해서 헐리우드 영화는 물론, 여자아이들이 보는 만화에 까지 등장하는 무서운 여성 악당의 시작은 성폭행이었다. 로마의 시인 오비드Ovid의 ‘변신’에 따르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젊은 여성이었던 메두사를 아테나의 신전에서 성폭행하는데, 이 사실에 분노한 여신 아테나는 (어처구니 없게도) 피해자인 메두사에게 얼굴을 보는 모든 사람이 돌이 되게 하는 저주를 씌운다. 여성이 성적으로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남성에게 피해를 당한 후에 오히려 자신이 사회에서 쫓겨나는, 남성중심 사회에서 일어나는 전형적인 사례다.

물론 메두사의 비극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남성 영웅인 페르세우스가 목을 잘라 죽이고, 아테나에게 그 목을 바쳐 방패를 장식하게 함으로써 영원한 마녀로 남는다. 이 기사는 그리스 신화에서 출발한 메두사가 앙겔라 메르켈, 테레사 메이, 힐러리 클린턴 처럼 강력한 여성 지도자들이 나올 때 마다 여성혐오자들에 의해 재사용되는 이유를 지적하고, 이 신화의 전복을 이야기한다.

2. 전신이 컴퓨터의 역사에 남긴 흔적

The Squeal of Data

1990년대에서 가정에서 인터넷, 혹은 컴퓨터 통신을 사용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기억하는 전화 모뎀 특유의 소리가 있다. 지금은 잊혀진 그 소리는 데이터가 전선을 통해 이동해온 오랜 역사의 일부분으로 그 기원은 전신(telegraph)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기사는 전신에서 시작해서 텔레타이프teletype, (주식 가격을 표시하는) 티커ticker 테이프, 그리고 ASCII의 전신이 되는 국제텔레프린터코드ITC가 데이터를 전달해온 과정을 설명한다.

90년대 컴퓨터들이 사용했던 RS-232 시리얼 포트는 오래된 텔레타이프와 현대의 컴퓨터 통신을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했고, 현대 컴퓨터의 OS로 발전하게 된 유닉스UNIX 역시 텔레타이프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유닉스 기반의 OS인 맥이나 리눅스에서 터미널 스크린을 열어 “tty”를 입력하면 현재 사용 중인 터미널 기기의 이름을 보여주는데, 이 때 사용하는 tty가 teletype의 줄임말이다). 

특히 기사 후반부에 등장하는 로버트 와잇브렉트Robert Weitbrecht라는, 청각장애를 가졌던 아이가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어내고 훗날 스탠포드 대학교의 유명한 SRI에서 일하면서 대형 통신기업의 방해를 피해서 (서구에서는 익숙한) TDD라는 장치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꼭 한 번 읽어볼 만하다. (힌트: 전화회사는 소리가 아닌 용도로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것을 금했다).

3. 유발 하라리: SF소설이 가장 중요한 장르인 이유

Why Science Fiction Is the Most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라는 최근 저서의 한 챕터를 SF소설에 할애했을 만큼 열렬한 SF소설의 팬이다. 그런 그가 와이어드(Wired)의 팟캐스트 ‘Geek’s Guide to the Galaxy’에 등장해서 “SF소설은 오늘날 가장 중요한 예술 장르”라는 주장을 펼쳤다. SF소설들은 인공지능이나 바이오테크 같은 기술을 대중이 이해하게 해주는데, 이 기술들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우리의 삶을 바꿀 기술이기 때문. AI와 바이오테크는 인류가 마주하게 될 중요한 이슈이지만 현대의 정치인들은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하라리는 “사람들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읽고 난 후에 갖게 되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이런 세상을 피할 수 있을까?’ 하나 뿐이지만,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는 훨씬 더 어려운 문제”라며, ‘멋진 신세계’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편하고 순조로운 세상이지만, 독자들은 딱히 설명하기 힘든 불편한 문제를 느낀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만 해도 사람들은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유토피아를 이야기하는 소설로 받아들여진다는 것. “제 생각에 이건 아주 흥미로운 인식 변화이고, 지난 한 세기 동안 변화한 우리의 세계관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봅니다.”

4. 팩트체킹은 21세기 인류가 가져야 할 중요한 기술

Fact-checking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집중 탐구, 조명하는 쿼츠 옵세션Quartz Obsession에서 팩트 체킹을 다뤘다. 즉각적인(instant) 정보를 접하는 일이 점점 쉬워지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읽은 내용을 신뢰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 결과 나타난 새로운 패턴이 바로 인터넷 시대 이전에 활약했던 직업인 ’팩트 체커’들을 다시 찾게 되었다는 것.

하지만 쿼츠는 팩트체킹은 전문가들 만이 아닌 일반인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샘 와인버그Sam Wineberg교수는 10명의 박사학위 소지자들과 25명의 학부생, 그리고 10명의 전문 팩트체커들의 팩트체킹 과정을 관찰한 결과, 전문 팩트체커들이 박사들 보다 2배, 학부생들보다 5배가 가량 더 정확하게 작업을 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팩트가 넓은 정보 생태계 안에 들어 맞는지, 정보를 전달한 웹사이트를 누가 운영하고, 가짜 정보를 전달한 전력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기 때문

특히 와인버그 교수는 웹사이트의 소개나, .org같은 도메인 명칭 등에 현혹되지 말고, 웹사이트를 ‘funding’이나 ‘credibility’같은 단어와 함께 검색해보는 것을 권한다. “정보를 소비하지 말고 심문(interrogate)하라,” “인기와 신뢰성을 혼동하지 말라,” “정보를 보내준 사람이 원 소스가 아닐 수 있음을 기억하라,” 그리고 “우리 모두는 편견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라”는 등의 충고도 덧붙인다.

5. 온라인 분노: 배심원 vs. 증인

The Industrial Revolution of Shame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온라인에서 대중의 분노가 특정 개인들에게 쏟아져서 일종의 인민재판이 벌어지는 일이 흔하다. 때로는 그 분노가 정당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사람들이 잘못 판단해서 엉뚱한 피해자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이 칼럼에서 소설가인 저자는 소설가 존 치버John Cheever의 1959년 작품, ‘The Country Husband’를 예로 들어 오늘날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과거에는 한 개인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죄값을 치르고 조용히 사라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별것 아닌 잠깐의 실수도 온라인에 퍼지는 순간,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규모로 확산되어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만약 그것이 대중의 섣부른 오해였다면?

이 글은 대중의 분노가 온라인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인류사회가 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을 차분하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우리의 분노를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할 때 우리는 (그 사건을 판단하는) 배심원의 자리에 앉는 대신 증인석에 앉기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증인을 뜻하는 영어단어인 witness의 오래된 정의는 ‘지식, 이해, 지혜’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 역할은 사건을 바라볼 때 진지하게 바라보되 도덕적 판단에서 스스로 거리를 두는 행위를 포함한다.

이번에 소개한 다섯 개의 글을 모두 읽을 시간이 나지 않는다면 이 글 하나만은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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