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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첫째 주, 우리 눈에 띈 글들

전문기술을 없앤 세상은 어떻게 작동할까? 소셜미디어에 밀려 사라졌던 온라인 커뮤니티의 귀환, 그리고 정보의 홍수가 가져온 아이러니

박상현 2019년 08월 05일

1. 틈새 커뮤니티가 돌아오고 있다

The Return of Niche Communities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들 사람들의 온라인 대화를 장악하기 전, 인터넷은 훨씬 더 작은 커뮤니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좀 더 나이든 세대들이 기억하는 유즈넷(Usenet), PC통신의 BBS(bulletin board systems) 같은 곳에서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정보를 나누고 토론하던 문화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까지 존재했다. 이런 커뮤니티들이 사라진 공간을 채운 소셜 미디어가 과거의 커뮤니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이유는 그 기업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사용자들의 정보를 획득하는 데 있지, 좋은 대화를 돕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글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에 지친 사람들 사이에 과거와 같은 작은 커뮤니티들이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글쓴이가 '틈새(niche) 커뮤니티'라고 부른 이들 커뮤니티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특히 글쓴이는 이들 커뮤니티를 주제(topic), 인물(personality), 효용성(utility)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와 대화의 동시성, 비동시성을 기준으로 여섯 가지 형태로 분류하고 그 작동방식을 설명한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소셜 미디어를 누르고 다시 온라인 대화를 장악할 수 있을까? 저자는 그 증거로 다름 아닌 마크 저커버그의 선언문을 든다. "개인간 메시지, 읽고 사라지는 스토리, 작은 그룹 등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이라는 그의 주장이 그거다.

2. 전문기술이 사라지는 세상

At Work, Expertise Is Falling Out of Favor
직업의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과거 산업화 사회에서 오랜 기간 교육을 받아 전문기술을 익힌 후 직장에 들어가 배운 기술을 활용해 평생을 일한 후에 은퇴하는 커리어 모델이 빠르게 사라지는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청년실업과 비정규 긱(gig)노동, 로봇과 알고리듬이다. 이런 세상에서 노동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만능(all-purpose)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학습에 긴 시간이 걸리는 전문기술은 노동자와 고용주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로봇과 자동화가 "얕고 넓은"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을 돕는 새로운 형태의 작업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흥미롭게도 그것을 가장 먼저 실행에 옮겨서 실험하고 있는 곳은 미국의 군대다. 애틀랜틱의 이 기사는 미 해군이 새롭게 설계한 미래형 군함 USS 가브리엘 기포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험을 밀착 취재한 결과물. 한 병사가 (얼마 전 한국 해군에서 사망사고를 낳았던) 홋줄을 다루는 기술부터 요리병과 까지 다양한 전문기술들을 복수로 익혀서 실전에 적용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짐작처럼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반대에 부딪힌다. 하지만 그 때문에 세상의 변화 방향이 바뀔 것이냐는 건 다른 얘기다.

3. 잔다르크, 마사 스튜어트, 엘리자베스 홈즈

The Martha Stewarting of Powerful Women
'왜 성공한 백인 여성들은 남성들의 공격을 받는가'라는 주제의 이 글에 동의하지 못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선 주식 내부거래로 실형을 산 마사 스튜어트와 피 한 방울로 "희대의 사기를 친" 테라노스의 CEO 엘리자베스 홈즈를 남성중심사회의 희생양이었던 잔다르크와 비교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다보면 첫 인상보다는 훨씬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우선 마사 스튜어트는 내부거래로 형을 살지 않았다. 수사과정에서 거짓증언을 한 것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을 뿐이다. 게다가 주식내부거래로 이득을 취했다는 액수도 약 5만 달러로, 같은 혐의를 받았던 남성 CEO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액수였다. 즉, 남성 CEO였다면 언론의 관심도 없었고, 수사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범죄를 여성 CEO라는 이유로 이잡듯 뒤졌다는 것이 글의 주장이다. 최근 '배드 블러드(Bad Blood)'라는 책으로도 소개된 엘리자베스 홈즈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과장과 화려한 언변으로 포장해서 엄청난 투자를 받아내는 건 실리콘밸리에서 항상 일어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여성이 했다는 이유로 책까지 나올 만큼 엄청난 관심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상황을 비판한다.

이 주장에 동의를 하느냐와는 무관하게 흥미롭게 읽히는 글이다. 특히 홈즈의 낮은 목소리가 남성 흉내를 내기 위함이었다는 조롱과 남자의 옷을 입었다고 처벌받은 잔다르크를 비교하는 대목이 그렇다.

4. 전자음악을 바꾸고 있는 60달러 짜리 기기

The $60 Gadget That’s Changing Electronic Music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이라는 스웨덴의 회사가 만들어낸 60달러 짜리 신디사이저가 전자음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재미있는 기사. 이제는 주류에 들어선 전자음악을 탄생시킨 신디사이저들이 하나같이 크고, 복잡하고, 비쌌다면 '포켓 오퍼레이터'라는 이 기기는 모든 면에서 그 반대에 해당한다. 과거의 신디사이저가 비싸고 큰 데스크톱 컴퓨터가 있다면, 포케 오퍼레이터는 라즈베리파이에 해당하는 (가격도 사이즈도 비슷하다) 셈.

신디사이저나 전자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 악기가 어떻게 작동하고, 왜 음악인들의 사랑을 받는지, 그리고 작고 싸게 만드는 것이 왜 대중음악의 발전을 도울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글이다. 특히 과거 음악인들이 영감을 찾아 작곡을 하는 과정과 샘플링이 난무하는 요즘 대중음악계의 관행을 비교해서 이 기기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대목은 필독.

5. 정보의 홍수가 가져온 아이러니

The disinformation age: a revolution in propaganda
이 글은 과거 소련연방이었던 우크라이나에 살던 글쓴이의 아버지가 KGB 요원들을 만나서 끌려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정보와 발언권을 극도로 통제한 공산국가 정부를 상대로 저항했던 아버지와 달리 글쓴이는 정보가 넘치는 21세기에 살면서 여전히 국가가 정보를 통해 국민을 기만하는 모습에서 아이러니를 느낀다. 즉, 과거에는 '정보의 부족'이 독재의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정보의 과잉'이 전체주의 지도자들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 기사에는 충분히 짐작할 만한 지도자들이 등장한다. 푸틴과 트럼프, 두테르테와 보리스 존슨 같은 사람들이다. 글쓴이는 그들이 과거와 달리 검열을 하는 대신 허위 정보를 온라인에 쏟아내면서 여론몰이에 성공하는지를 이야기하면서, 독일과 프랑스 같은 나라들이 허위 정보를 처벌하는 방식은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지적한다. 독일의 가짜뉴스 처벌법을 푸틴이 가져다가 러시아의 정보통제에 이용하고 있고, 무엇보다 이런 접근법이 인터넷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 그는 20세기에 이룩한 민주주의의 승리를 역이용하는 세력을 이기기 위해서 '권리'와 '자유'의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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