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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둘째 주, 우리 눈에 띈 글들

민족주의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엔진의 실체는? 데이터는 우리를 구원할까, 아니면 파괴할까? 화이트 해커는 어떻게 먹고 살까?

박상현 2019년 08월 16일

1. 데이터를 이용한 재난대응은 우리를 구할까?

This High-Tech Solution to Disaster Response May Be Too Good to Be True

빅데이터가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는 이미 진부할 정도로 많이 들었지만, 빅데이터가 실제 생활에 적용되었을 때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대개 "성공담"이거나, TED Talk 같은 형태를 띄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내러티브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의 입으로 전해지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세상의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듯 다양한 입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까지 우리는 정확한 모습을 알 수 없다. 뉴욕타임즈는 실리콘밸리의 전형적인 스타트업인 '원컨선One Concern'이 미국 전역의 지방자치단체들의 재난대응과 관리를 돕는 솔루션을 판매하는 과정을 자세히 취재했다.

기사는 단순한 고발기사가 아니라 하나의 '큰 그림'이다. 직접 재난을 겪어보고 재난 대응과정에서 많은 실수와 자원낭비가 이루어지는 것을 몸소 체험한 설립자가 데이터를 통해 각 지방자치 단체의 구조자원 배분을 효율적으로 돕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어느 스타트업의 소개 영상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기원설화(origin story)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부정확하고, 오류가 발생한다. 현장의 담당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오류를 내면 실제로 생명을 희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쓸 수 없다는 입장이고, 시행착오와 제품개선(iteration)에 익숙한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은 큰 문제가 아니며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는 태도. 빅데이터 세상이 구현되는 과정에서 계속 만나게 될 경고 같은 이야기.

2. 데이터는 미래의 석유가 아니다

Data isn't the new oil, it's the new CO2

위의 뉴욕타임즈 기사에 이어서 읽어볼 만한 글로,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라는 말이 잘못된 기대임을 지적하는 짧지만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글은 특히 개인정보를 사용해도 된다는 동의를 사용자에게 받아내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때로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지적한다. 개인정보 이용 동의절차는 우리가 가진 자유의사를 존중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가 동의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다른 사용자들의 정보를 이용해 나에 대한 정보를 추측해서 프로파일을 구축한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동의없이 나에 관해 구축된 프로파일은 나에게 얼마든지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이렇게 사업자들에게 돈벌이가 될 수는 있어도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은 데이터를 저자는 "미래의 석유가 아니라, 이산화탄소(CO2)"라고 주장한다. 개인 한 사람이 아무리 친환경적으로 살아도 다른 사람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로 인해 환경재난을 겪는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

3. 전세계에 극우민족주의를 퍼뜨리는 엔진

The Global Machine Behind the Rise of Far-Right Nationalism
지난 주에 가장 화제가 된 기사 중 하나. 아민족주의의 글로벌화(globalization of nationalism)라는 말은 아이러니를 넘어 그 자체로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기사는 서구의 민족주의자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러시아의 비밀스런 작업이 그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키워주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유럽에서도 이민자를 가장 많이 받아들인 나라 중 하나인 스웨덴에서 인종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도 난민문제와 관련하여 종종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사실일까? 가짜 뉴스가 증폭되고 퍼져서 갈등을 조장하고,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힘든 상황까지 가는 과정을 뉴욕타임즈만이 할 수 있는 철저한 취재로 보여주는 탐사취재의 모범 같은 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는 방식과 스웨덴 민족주의 조장에 개입하는 방식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런데 쉽게 드러나지 않는 그 손길을 광고주까지 추적해서 찾아낸 취재는 정말 감탄스럽다.

4. 화이트 해커는 어떤 사람들일까?

The life of a white-hat hacker

해커들을 흔히 블랙 해커(정확하게는 black hat hacker)와 화이트 해커(white hat hacker)로 나눈다. 전자의 경우 기업이나 정부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침입해서 피해를 끼치거나 위협으로 돈을 뜯어내는 악당이라면, 후자는 같은 컴퓨터 네트워크에 침입하기는 해도 피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보안상태를 점검해주고 사전에 경고를 해주는 "선한" 해커를 말한다. 이 글은 그런 선한 화이트 해커들이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주말에는 무슨 일을 하는지 취재한 흥미로운 기사.

기사에 따르면 화이트 해킹은 이미 기업화되어서 자체 네트워크의 보안상태를 점검하려는 기업들의 의뢰를 받아 작업하고, 많은 화이트 해커들이 일반 직장인들과 똑같이 출근해서 (화이트) 해킹을 한다는 것. 화이트 해커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까지 생겼을 만큼 하나의 정규직업이 되었다. 하지만 화이트 해커들 중에는 주말에도 재미삼아 취약한 네트워크를 타겟으로 삼아 뚫은 후 (이를 'pen test'라고 부른다. 침투 테스트penetration test의 줄임말) 경고문을 남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 경우 의뢰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들은 공짜 서비스를 해줬다고 생각하지만, 기업들 중에는 "고마운 줄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5. SFBIP? 헐리우드 박스오피스를 읽는 법

The Absurdities of 'Franchise Fatigue' & 'Sequelitis' (Or, What Is Happening to the Box Office?!)
북미의 극장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년 동안 극장을 찾는 관객의 숫자가 꾸준히 줄고 있는데, 근래들어 헐리우드가 SFBIP (sequels, franchises, blockbusters, IP)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하락세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걱정이다. 이 글은 그런 추세가 존재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글을 소개하는 이유는 헐리우드 산업의 동향 보다 데이터의 분석과 해석 때문. 가령 최근 3D나 아이맥스 영화 때문에 영화관람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는 주장도 사실은 과거의 꾸준한 티켓값 상승율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그걸 고려하면 오히려 과거에 비해 더 가성비가 좋아졌다고 한다. 또한 흥행작과 비흥행작 사이의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주장, 마블 시리즈와 같은 프랜차이즈 영화에 대한 관객의 피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 등을 조목조목 분석해서 사실 여부를 밝혀내는 기사로, 관심있는 독자들은 아주 흥미롭게 읽을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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