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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셋째 주, 우리 눈에 띈 글들

이메일은 정말로 효율적인 통신수단일까? 플랫폼은 사용자들이 올려놓은 콘텐츠에 책임이 있을까? 베를린이 겪고 있는 양극화와 젠트리피케이션

박상현 2019년 08월 25일

1. 플랫폼과 콘텐츠에 대한 책임

A Framework for Moderation
8월 초에 미국 텍사스 엘파소에서 있었던 총기 난사범이 평소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모여 거침없이 증오발언을 하던 '에이트챈8chan'이라는 커뮤니티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그 커뮤니티에게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던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가 에이트챈에게 더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에이트챈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평소에도 비난을 받아왔지만 별 대책을 내놓지 않다가 총기사건 이후 빠르게 반응한 것은 클라우드플레어가 주식 상장을 앞두고 나빠진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설명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런데, 서버를 비롯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과연 서비스 사용자의 컨텐츠에 얼마나 책임이 있을까? 미국은 전세계에서 발언의 자유가 가장 잘 보호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증오발언에 대한 처벌도 유럽 등의 지역에 비해 훨씬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트럼프 집권 이후 인종적 증오범죄가 증가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여론도 나빠지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이 자신의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플랫폼은 콘텐츠의 내용을 모더레이션moderation할 책임이 있는가?'라는 것이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뛰어난 테크 블로거 벤 톰슨이 플랫폼의 다양한 성격,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서 발언의 자유와 콘텐츠 관리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는 점을 알기 쉽게 잘 정리한 글이다.

2. 이메일은 정말로 효율적일까?

Was E-mail a Mistake?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확산된 이메일은 이제 개인적 연락은 물론 사무환경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핵심적은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되었다. 특히 모바일 혁명이 일어난 후에 새롭게 바뀐 인터넷 환경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뛰어난 소통수단으로 각광을 받으며 "이메일은 죽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즈에 실린 이 글은 과연 이메일이 효율적인 협업도구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다름아닌 칼 뉴포트Carl Newport. 컴퓨터공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이자, '소셜미디어를 끊어야 하는 이유'라는 TED Talk으로 잘 알려진 사람이다. 뉴포트는 협업을 위한 통신 방법은 동시적(synchronous)인 방법과 비동시적(asynchronous)인 방식이 있는데, 조직이론을 연구한 사람들이 후자를 찬양하면서 이메일이 주요 통신수단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컴퓨터이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검증한 결과, 이메일과 같은 비동시적 통신히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야기한다. 뉴포트 답게 짧지만 흥미롭고 내용도 풍성하다. 이메일에 시간을 너무 쏟고 있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은 꼭 한 번 읽고 싶을 글.

3. 미국의 동양인 대선후보 앤드류 양

The Pull of Andrew Yang’s Pessimism
이 글은 제목부터 인상적이다, '앤드류 양의 비관주의가 가진 매력." 2020년 대선에서 아무도 관심이 없고, 공직 경력도 전무한 동양인 후보가 나와서 유권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 현상을 설명한 애틀랜틱의 기사다. 특히 테크와 일의 미래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같은 세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테슬라의 CEO 일런 머스크의 공개지지를 받은 것도 결국 같은 맥락.

인류가 처한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우리는 이미 늦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앤드류 양은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환상을 심어주는 대신 지금 우리에게 가능한 수단들 부터 사용하며 대비하자는 주장을 한다. 이런 접근이 밀레니얼 세대에서 열렬한 지지를 끌어내는 것. 기사는 민주당 내 다른 후보진영에서 긴장을 하기 시작했음을 이야기하며 끝난다.

4. 바이커 걸(Biker Girl)

Biker Girl
미디엄에 실린 이 글은 저자가 실제 이름을 감추고 쓴 글이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할레이 데이빗슨 같은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대형 바이커 갱단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온 여성의 이야기이기 때문. 마약 등의 범죄와 밀접하게 관련있는 이들 바이커 갱은 지독하게 남성중심주의적인 집단으로 여성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글은 그런 조직에 젊고 유능한 여성변호사가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고, 그 안에서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를 영화처럼 생생하게 옮겨 쓴 글이다.

첫 문단만 읽으면 끝까지 읽게 되는 강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극도의 마초문화에 둘러싸인 여성의 심리를 잘 보여주는 글이기도 하다.

5. 베를린의 젠트리피케이션

The Causes and Consequences of Berlin’s Rapid Gentrification
테크부자들로 가득한 미국 도시에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이 있다면, 유럽에는 베를린이 있다. 부자들이 도시를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집값이 오르고 일반 노동자와 주민들은 점점 더 외곽으로 몰려나고 있는 건 비슷한 처지의 도시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 베를린은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지만 땅주인, 건물주인들은 법을 우회하는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서 집세를 올리는 모습 또한 세계 어느 곳과 다르지 않다.

도시가 상업화되는 패턴을 따르는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과 서구의 젠트리피케이션의 양상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처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외국, 특히 유럽도시에서 양극화와 도시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의 양상을 파악하기에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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