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ons

[인터뷰] 대만 디지털 장관 오드리 탕 (2)

정부는 어떻게 민간의 전문가들을 참여시킬 수 있고, 그들은 무슨 동기로 정부의 작업에 참여하는가?

E Editorial Team 2020년 04월 10일

인터뷰 진행: 강현숙, 오주영


다양한 민간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게 중요할 것 같은데, 정부가 민간의 전문가들을 참여시키게 만드는 방법이 있는가?

2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첫째는 사람들이 정부를 믿도록 기대하기보다 정부가 사람들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를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을 적용하여 공개함으로써, 단순히 어떤 정책을 만드느냐 뿐만 아니라 그 정책을 왜 만드는지를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예산을 공개함으로써 모두가 자신이 낸 세금이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규제는 예외없이 두 달 전에 온라인에서 토론을 통해 해당 규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고, 더 나아가 적합하지 않은 규제라고 판단될 경우 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모두 사람들로 하여금 정부가 자신들을 믿고 있다라고 느끼게 된다.

둘째는 IT 기술을 사람들이 이미 있는 곳으로 가져가야 하지, 사람들에게 IT 기술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민간전문가들에게는 이미 커뮤니티가 있고, 모임이 있다. 수요일에는 소셜이노베이션랩을 무료로 제공한다. 공간을 무료로 제공할 뿐 아니라 음식도 한다. 무료로 공개하는 대신 이곳에서 모임을 주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베풀면 다음에는 그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된다. 또한 지역의 전문가를 만날 때도 오라고 하는 대신 직접 그들의 지역으로 찾아간다. 우리는 IT 기술을 통해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도와준다. 이 두 가지 원칙이 디지털 혁신을 이루는 핵심이다.

민간의 전문가들 입장에서 정부의 작업에 참여하게 되는 동기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동기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커뮤니티에서 특정 이슈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도 정착 그 고민을 하는 건 나 혼자 뿐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E-Participation 에서는 똑같은 고민을 사는 사람들이 수 천 명이 존재하면 이들이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가령, 한 여고생은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문제를 인식했지만, 같은 반의 친구들 중 같은 문제를 인식한 친구는 없었다. 하지만 그 학생은 E-Participation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만남을 통해 통해 사실은 플라스틱 빨대를 만드는 기업들이 2~30년 전까지만 해도 단순 이익을 창출하려는 기업가가 아니라 소셜 기업가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B형 간염의 바이러스가 대만의 큰 고민거리였고 ,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 식기를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사라졌고, 당시와는 다른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여고생은 그렇다면 플라스틱 대신 사탕수수 등을 이용한 빨대로 소재를 변경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게 되었다. 이 학생은 더이상 플라스틱 빨대 산업을 적대시해야 하는 거대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 플라스틱 식기 사업을 하는 사업가들 역시 사회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단지 교체할 소재가 필요했던 것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다같이 플라스틱빨 대의 소재를 찾는데 협업을 하게 됐다. 이런 과정이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게 하는 동기가 되는 것이다.

PO (Participation Officers)를 통해서 의사결정을 한 사례를 소개해 달라

대만고궁박물관은 대만에서 꽤 인기가 있는 장소이다. 대만고궁박물관 역시 디지털 장관의 각료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대만고궁박물관에 하나의 딜레마가 있었다. 젊은 세대들은 박물관에 입장할 때 QR 코드나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줄 설 필요없이 박물관에 입장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나이든 세대는 방문 후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는 입장권을 받고 싶어했다. 물론 이 세대도 줄을 오래 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박물관 측에서는 키오스크를 이용하도록 해보았지만,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건 나이든 세대들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이 딜레마를 대만고궁박물관에서 PO에 가져왔고, PO는 협업회의를 열고 민간부문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사람, 온라인에서 티켓을 판매하는 사람, 인쇄 전문가 등을 초대했다. 이 회의에서 함께 협업해 해결방안을 만들었다. 해결방안은 사실 간단했다. 입장은 핸드폰을 센서에 스캔해 줄을 설 필요없이 바로 입장하도록 하였고, 원할 경우 입장 후 입장에 사용한 핸드폰을 가지고 티켓을 출력할 수 있도록 제공한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대만의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모두 담고 싶다”라고 말한 것을 봤다.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들을 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가?

나는 그들이 플랫폼으로 오라고 하는 대신 직접 만나러 간다. 나는 매주 화요일에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지역을 방문한다. 얼마 전에는 청년협의회(Youth Council) 멤버의 제안으로 어느 지역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는 지속가능한 양식방법을 시도하고 있었다.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 에너지들을 활용하고 있었고, 조개 양식장의 염분을 조절하기 위해 파도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 지역은 자연과 공존하는 곳이었다. 지하수를 파서 사용하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 미래 세대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을 타이페이로 초대해서 본인들의 사례를 소개해달라고 했다면 아마 참석자들은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의 5%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그 지역을 방문해 조개를 만져보며 양식 과정에 참여하고, 지역사람들과 사회적기업가들, 그리고 시니어들과 젊은 세대를 함께 만나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어느 부분에서 국가정책이 성공적이었고, 어느 부분에서 실패했는지 대해 알 수 있었다.

이 과정은 아주 중요하다. 왜냐면 이런 이야기들을 나만 듣는 것이 아니라 화상회의를 통해 모든 부처 사람들과 공유를 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정부시스템에서는 이게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여러 부처들과 협업하는 구조가 아닌 상하구조로만 접근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무원이 좋은 해결방안을 찾더라도 그에 대한 공은 그 부처의 장관에게 돌아갔고 잘 풀리지 않았을 때는 해당 공무원이 질책을 받았다. 이런 환경에서 일반 공무원들에게 다부처간 협업을 하고,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진정한 혁신을 하라고 장려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철저한 투명성과 장소로서부터의 자유(location independency), 그리고 자발적 단체들 덕분에 공무원들은 그들의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공무원들이 오히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고, 지역 사람들에게는 타운홀 미팅으로 정도로 인식된다. 이렇게 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돕고, 공무원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방안을 찾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철저한 투명성 덕분에 해당 공무원이 인정을 받게 된다. 만약 잘 안 풀리더라도 그에 대한 비난은 회의의 주최자였던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이런 체계 덕분에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서로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음 알게 된다.

청년협의회는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가?

청년협의회라는 것 역시 새롭게 만들어진 것으로, 운영된 지는 3년 됐다. 역멘토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20,30대가 장관을 도와 미래계획을 짜는데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고, 특정 이슈에 대해 젊은이들이 멘토가 되어 장관에게 조언을 주고 있다. 각 장관들은 직접 20,30대 멘토를 지정할 수 있는데, 이들로 구성된 것이 청년협의회다. 이 협의회에서는 환경부터 지역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논의를 하고 제안을 한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

사진 출처: 오드리 탕 페이스북


c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