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ons

코드포재팬 할 세키 인터뷰 (1)

일본은 정부기관에서 질병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하기 위해 여전히 종이문서를 사용한다. 코드포재팬이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섰다.

E Editorial Team 2020년 07월 16일

코드포재팬(Code for Japan)은 IT 전문가와 일반 시민이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는 일본의 시빅해킹 단체로, 할 세키(Hal Seki)가 대표를 맡고 있다. 오픈 소스의 GIS를 개발하는 지오리퍼블릭 재팬(Georepublic Japan)과 핵캠프(HackCamp)의 CEO이기도 한 할 세키는 위치정보 개발분야 전문가로서 일본의 대표적인 시빅해커이다.

코드의 김수향 매니저가 지난 5월 19일에 화상통화로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했다.


자신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20년 이상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해왔다. 현재 코드포재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코드포재팬은 일본에서 시빅 테크를 펼치기하기 위한 시빅 테크 커뮤니티이다. 지역문제와 국가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툴과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만든다.

코드포재팬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개인적으로 시빅 테크(civic tech)를 시작했다. 당시 나는 야후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고, 오픈 스트리트 맵(Open street map)이라는 커뮤니티의 멤버였다. 오픈 스트리트 맵은 매핑을 하는 오픈데이터 커뮤니티이다. 그 커뮤니티 멤버들은 지진 정보를 모으고 데이터를 매핑하여 크라우드 소싱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나는 프로젝트 대표자로서 개발자들과 함께 지진 피해 복구 정보 공유 사이트인 신사이닷인포를 개발했다.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지진의 여파가 심했던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지역 사람들과 정부 사람들, NPO, NGO 소속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에 더 발전된 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정부와 지역 자치단체에 기술을 전하기 위해서는 지역 커뮤니티가 얼마나 필요한지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해커톤이나 아이디어톤, 데이터 매핑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2년 후인 2013년에 코드포아메리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코드포재팬을 시작했다.[주1] 자원활동으로만 프로젝트를 이어나가기 어려웠고, 조직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과 코드포재팬을 만들게 되었나?

그 당시 코드포아메리카의 활동가 제니퍼 파커의 테드 강연이 일본의 시빅 해커들에게 인기였다. 나는 워크샵을 열어 시빅테크 커뮤니티인 코드포재팬의 시작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했고, 약 50명이 워크샵에 참여했다. 나는 모인 사람들에게 워크샵에 참여한 동기가 무엇인지 묻고, 코드포재팬의 출범을 위한 아이디어는 있는지, 어떤 성격의 단체가 일본에 적합할지 등에 대해서 물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20명 정도의 사람들과 함께 시작한 것이다.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났을 때 코드포나미에 프로젝트가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나?

그 프로젝트가 '중지되었다, 아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주2] 여전히 코드포나미에는 코드포재팬커뮤니티의 멤버로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렇게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민들이 이미 고향 나미에로 돌아왔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코드포나미에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미에 마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향 밖에서 살아야 했다. 그래서 우리가 고향 사람들을 연결해 줄 수 있는 태블릿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고, 사람들은 나미에 마을로 돌아갈 수 있다.

나미에 마을에는 노인이 많은데 그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했나?

우리는 지방 자치단체들에 이 이벤트 참여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홍보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은 주민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용을 종이에 인쇄해서 사람들에게 직접 나눠주고, 시청에 포스터를 붙이거나 지역 커뮤니티 리더들에게 홍보를 부탁하기도 했다. 노인들이 처음에는 그다지 적극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태블릿 PC와 애플리케이션 사용법을 적극적으로 배우며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자가 되었다.

image

최근에 코드포재팬에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가?

물론 코로나19이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매일 국민들에게 현황을 브리핑하고 감염자의 동선을 세세하게 모두 공개한다. 일본 정부의 대응은 어떠한가?

현재 일본 정부는 매일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려고 노력하지만, 각 지방 정부로부터 최신 데이터를 받는 것이 어렵다. 이게 (5월) 현재 주요 쟁점이다.

일본 정부의 프로세스는 그다지 디지털화 되어있지 않다. 보건소와 같은 정부 기관에서 지역의 질병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현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여전히 종이문서를 사용한다. 그렇게 수집된 정보를 가지고 데이터를 만들어 중앙정부에 보낸다. 종이를 사용하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현실적으로 최신 데이터를 가지기 어렵다. 또한 정부는 병원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침대가 사용 가능한지 등의 정보가 필요한데, 일본에는 모든 진료소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시스템이 없고, 실시간 정보도 부족하다. 이건 문제다.

코드포재팬은 일본 정부와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가?

코드포재팬은 각 현(縣, 일본의 행정 구획)을 위해 대시보드를 만드는 것을 돕고 있고, 현 단계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공개한다. 지역 현황을 볼 수 있는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도쿄도 정부를 위해 '도쿄도 COVID-19 대책 사이트'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한국어를 포함한 여러 개의 언어로 제공된다. 이 웹사이트를 공개했고, 깃헙에 소스코드를 공개하여 다른 현에서도 우리 웹사이트를 복제(replicate)할 수 있었고, 많은 현에서 이 웹사이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모든 현에서 통계를 나타내는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는 코로나19 마스크 재고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가 많이 만들어졌다. 일본에도 이런 서비스가 있나?

일본에는 한국과 같이 그런 API가 없다. 일본정부는 마스크 실시간 재고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의료보험 네트워크가 디지털화 되어있지 않고, 각 약국은 재고 데이터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있지만 그 시스템들은 상호 연동되어 있지 않다.

또 다른 큰 문제가 있다. 일본에는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마이넘버 카드'라는 것이 있지만, 이 카드를 가지고 있는 일본인들은 많지 않다. 마이넘버 카드가 일상에서 별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 15%만이 이 카드를 갖고 있다. 일본 정부도 대만이나 한국과 같이 비슷한 시스템을 가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정부에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많은 차질이 있다.

image

한국과 대만 등 일본의 주변 국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과 대만 정부는 사람들의 활동을 제한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일본에서는 만약 당신이 만난 사람들 중에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사람이 있으면 집에 있으라고 권고만 할 뿐이다. 접촉자에게 자가격리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일본에는 이와 관련한 디지털 솔루션이 없다. 한국에는 자가격리를 하는 사람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데이터를 리포트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대만도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일본정부가 비슷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려고 한다. 엄격하지 않은 형태로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한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일본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보나?

사람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것에 강한 제재가 없다는 부분에서는 일본정부가 적극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일본정부는 접촉자추적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블루투스를 사용하여 근접한 거리에 있는 장치들을 감지한다.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들이 1미터 간격을 두고 15분 정도 있다면 스마트폰이 정보를 수집한다. 이용자 중에 누군가 코로나19에 걸린다면 애플리케이션에서 당신이 그 확진자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한 시스템을 일본정부가 개발하고 있다. 코드포재팬도 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애플리케이션은 그저 ‘알림’ 용도이다. 정부는 그들의 전화번호를 알 수 없어 사람들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다. 여전히 정부 보건소가 환자들에게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물어보고, 만난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그들에게 전화를 한다. 그런 아날로그식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아날로그식 방법과 디지털 솔루션이 연결되지 않는다. 디지털 툴을 이용하지 않고 아날로그식으로 연락한다. 아날로그 조사의 단점은 사람들이 약 2주간의 자신의 활동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만난 사람들의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한다.

디지털 도구에 대해서 이야기해달라

싱가포르에서도 일본처럼 애플리케이션(TraceTogether) 을 쓰고 있지만, 그 나라의 경우 사람들이 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 위해서 핸드폰 번호를 입력해야 하고, 애플리케이션에 개인 정보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할 수 있다. 당신이 만약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다면 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한다. 반면에 일본에는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이 없다. 일본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한다. 일본정부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주 적극적으로 개인 정보를 얻지는 않기 때문에 나도 그게 효용이 있을지 궁금하다.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는 어떤가?

접촉자 추적 애플리케이션에 관해서 일본은 프라이버시를 가장 배려하는 형태이다. 일본에서는 강제로 앱을 설치하게 할 수 없다. 그리고 프라이버시에 관해서 민감한 사람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가장 낮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그런 이유로 공중 위생상의 이익을 위한 데이터 활용이 어렵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억제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가 수집한 데이터는 얼마나 많이 공개되나?

오픈데이터로 확진자, 병원 수용능력 관련 통계자료가 공개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는 최신 정보가 아니다. 몇몇 정보는 PDF 포맷으로 제공되고, 포맷이 바뀔 때도 있다. 각 현은 비슷한 정보를 다른 포맷으로 제공하고 있고, 그래서 디지털 툴로 관리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도쿄도 정부는 확진자의 자세한 활동 동선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오사카는 확진자 활동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렇게 각 현마다 다른 수준의 데이터가 제공된다.

처음 한국에서는 마스크 부족을 우려했지만 현재는 마스크 공급에 문제가 없다. 일본에 마스크 관련 이슈가 있는가?

(2020년 5월) 현재 일본에는 마스크 부족이 문제다. 마스크를 살 수는 있지만 비싸다. 총리가 가구당 2개의 천 마스크를 공급하겠다고 하는 어리석은 결정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마스크를 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 마스크가 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를 (‘아베노믹스’를 흉내내어) “아베노마스크"라고 부른다. 매우 어리석은 일이고, 사람들은 2개 마스크가 유용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매우 많은 예산을 요구하기 때문에 세금 낭비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다.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대만에서는 정부가 모든 마스크 재고를 사서 국민들에게 공급했다. 신분증을 이용해서 모든 사람들은 1주일에 2개 마스크만 살 수 있다. 사람들에게 직접 공급해주는 것보다 그런 시스템이 더 낫다. 사람들은 일본 정부의 프로세스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id카드가 없기 때문에 일본정부는 그런 솔루션을 제공할 수가 없다. 마스크를 대량구매하여 비싸게 판매하는 나쁜 사람들이 있는데 일본정부가 이러한 행위를 제한할 수 없다. 이것이 일본의 큰 문제이다. 그러나 현재는 마스크의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코드포재팬 할 세키 인터뷰 (2)에서 계속)


  1. 코드포어메리카(Code for America)
    2009년 9월 출범한 시민 참여로 정부 문제를 해결하는 시빅해킹 운동을 벌이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정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돕는 역할을 하고 지방 정부와 지역 주민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활동을 한다.

  2. 코드포나미에(Code for Namie)
    일본의 대표적인 시빅해킹 사례.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곳에 나미에 마을에서 많은 피해가 있었다. 지진 피해에 더해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이 유출되기까지 하여 나미에 마을은 사람들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고, 당시 나미에 마을에 살던 21,000명의 주민들이 마을을 빠져나와 전국으로 흩어졌다. 할세키와 코드포재팬 멤버들은 2014년, 전국에 흩어져 있는 나미에 마을 주민들의 소식을 서로에게 알려주기 위해 코드포나미에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나미에 주민들에게 태블릿 PC를 지급하고 사용법을 알려주었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위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주민들이 서로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도왔다. https://codefornamie.org/


커버사진, 사진 1: 할 세키의 페이스북
사진 2: Zhipeng Ya

c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