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s

7월 둘째 주, 우리 눈에 띈 글들

유럽에는 왜 대형 테크기업이 자라지 않을까? 인도는 슈퍼 리치를 넘어설 수 있을까? 그리고 2014년 미얀마의 인종폭동을 방관하다시피한 페이스북에 대한 와이어드의 고발

박상현 2018년 07월 18일

1. 인공지능과 감정 자본주의

The quantified heart
인공지능 서비스인 알렉사Alexa를 운영하는 아마존에 따르면 사람들이 알렉사에게 하는 이야기의 절반만 물건을 주문하거나 날씨를 묻는 등의 실용적(utilitarian)인 말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그냥 일상적인 불평이나 개인적인 이야기, 또는 인생에 대한 깊은 질문들이다. 하지만 스마트 스피커는 흔히 착각하는 것과 달리, 마술이 아니다. 엔지니어가 그 질문을 예상하고 가이드를 해주거나, (많은 경우) 직접 작성해주어야 한다.

"머신러닝이 있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다. 물론 인공지능이 스스로 배우게 하는 방법도 있고 실제로 실험해봤지만, 하루가 채 되지 않아 큰 실수였음이 밝혀졌다. 결국 누군가가 개입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 과정에서 엔지니어나 데이터 전문가, 혹은 그들이 속한 사회, 문화적 영향과 편견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관해서는 캐시 오닐의 '대량살상 수학무기'(Weapons of Math Destruction)에서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고, 기사에서 당연히 언급된다.

이온Aeon에 실린 이 글은 "나 슬퍼"(I feel sad)라는 사용자의 단순한 말 한 마디에 구글 어시스턴트와 러시아의 알리사Alisa가 얼마나 다른 대답을 하는지를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글쓴이는 두 인공지능의 차이를 각각 감정 자본주의(emotional capitalism)과 감정 사회주의(emotional socialism)으로 부르면서, 인공지능 비서가 사용자의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맞닥뜨리게 된 문제들(사용자의 감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감정을 관리하는 것은 옳은 일인가?)을 이야기한다.

2. 현실화된 디스토피아: 안면인식과 감시사회

Inside China’s Dystopian Dreams: A.I., Shame and Lots of Cameras
세계 최대의 A.I. 스타트업이 안면인식 기술을 가진 중국의 스타트업이라는 이야기는 전에도 쓴 적이 있다. 그 기업(센스타임)이 그렇게 큰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안면인식 기술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있다. 2020년까지 3억 개의 감시카메라가 설치될 예정이고, 전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안면인식 스캔이 가능한 서버의 3/4을 중국이 가져간다.

뉴욕타임즈의 이 기사는 그렇게 막강한 안면인식 인프라를 가진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상적 감시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낱낱이 보여준다. 기차역에서 범인을 체포하고, 무단횡단한 사람을 얼굴을 촬영해서 이름과 주민번호(!)와 함께 대형 전광판에 보여주는 일이 큰 반발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좋게 말해, "알고리듬 거버넌스algorithm governance"이지만, 사실상 감시가 내재화되는 파놉티콘Panopticon이다. 기자는 그 이유를 중국의 현대사와 현재 정치 경제 상황을 근거로 설명한다.

3. 유럽은 왜 테크 대기업을 키우지 못할까

Why can’t Europe create tech giants like the US and China?
세계의 3대 경제권을 이야기할 때 흔히 미국과 유럽, 중국을 이야기하지만, 테크 산업만을 놓고 본다면 유럽은 훨씬 보잘 것 없다. 아래의 도표가 그 상황을 한 눈에 보여준다. 2000년 이후로 각 지역에서 설립된 테크 기업들의 시가총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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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츠의 기사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든다: 1) 유럽에서는 펀딩의 규모가 지나치게 작고 2) 성공한 사람이 다음 사람을 도와주는 실리콘밸리의 "pay-it-forward" 문화가 유럽에 부재하고 3) 위험을 감수해서 큰 이익을 내려는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채용면접 때 스톡옵션을 묻지만, 파리에서는 "식권을 주느냐"고 묻는다). 글쓴이는 그런 문화에서 정말로 테크 대기업이 자랄 수 있겠느냐고 질문한다.

이 글이 인기를 끌자 반론도 나왔다. "유럽은 테크 대기업이 필요없다"는 것.

4. 인도는 "슈퍼 리치" 문제를 넘을 수 있을까

The staggering rise of India’s super-rich
흥미로운 얘기 한 토막: 인도의 슈퍼 리치는 경제사범으로 쫓기는 신세가 되면 런던으로 도망한다.

인도는 인구에서 중국을 앞섰고, 경제적으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마찬가지로 소위 슈퍼 리치super rich가 많은 것은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통계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2016년 포브스Forbes의 슈퍼 리치(billionaire) 리스트에 오른 인도인은 84명이었는데, 중국의 경우 같은 수준의 GDP에 도달했던 2006년에는 10명의 슈퍼 리치 밖에는 없었다. (참고로, 인도에서 연소득이 우리 돈으로 3천 5백 만 원 정도이면 상위 1%에 속한다).

가디언은 그 이유를 인도의 규제완화 과정에서 일어난 정경유착에서 찾는다. 물론 정경유착은 일본, 한국, 중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도 나타났고, 19세기 영국, 20세기 초 미국에서도 예외없이 등장했다. 기자는 인도가 라틴 아메리카 처럼 소위 '중위권의 덫'(middle-income trap)에 잡힐 것을 우려한다. 인도가 경제적으로 몹시 중요한 전환기에서 동아시아의 국가들 처럼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지 우려를 떨치기 힘들어보인다는 걱정이 살짝 깔린 기사.

5. 미얀마의 종교분쟁과 페이스북

How Facebook's Rise Fueled Chaos and Confusion in Myanmar

지난 주에 읽은 가장 흥미로운 기사는 와이어드Wired 매거진이 다룬 미얀마의 종교분쟁과 인종갈등에서 눈에 띈 페이스북의 역할이다. 우리는 흔히 미얀마의 종교분쟁을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와이어드는 2014년의 폭동이 일어나는 과정을 날짜별로 따라가면서 가짜 뉴스와 루머의 확산에 페이스북이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문제가확산되고 대형참사가 임박했음을 알고도 얼마나 안이하게 대응했는지 속속들이 살피고 고발한다.

종교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2012년이지만, 2014년의 폭동은 무슬림 찻집의 주인이 불교도인 여성 종업원을 성폭행했다는 가짜뉴스가 페이스북에 퍼지면서 일어났다. (돈을 받고 거짓증언을 한 그 여성을 포함해 가짜 뉴스를 확산한 5명은 후에 2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과 페이스북을 동의어라고 생각할 만큼 페이스북이 일상이 된 미얀마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페이스북에서는 버마어로 작성된 가짜 뉴스를 확인하고 지울 수 있는 직원이 단 한 명 뿐이었고, 심지어 사용자 가이드라인 조차 버마어로 번역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죽고 건물이 불타는 폭동이 일어나고 있어 대책을 세워달라는 미얀마 정부의 호소에도 늦은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고, 결국 정부는 일시적으로 페이스북의 액세스를 막아야 했다.

기자는 미국의 한 관료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모든 인터넷 기업들이 그렇지만, 특히 페이스북은 각국 정부를 상대로 하는 직원은 극소수만 유지한다. 엔지니어링 기업이기 때문에 투자수익(ROI)이 발생하지 않는 부문에는 돈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이 기사는 예언처럼 끝난다. 미얀마의 총선이 2020년에 있다는 것. 그 때는 2014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으로 연결될 것이지만, 페이스북은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충분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 점에서는 2020년에 대선을 치루는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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